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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거 스플래쉬>

이 죽일 놈의 '욕망'



눈부시고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 그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오로지 둘만의 사랑이 온전히 느껴지는 도입부. 영화 <비거 스플래쉬>는 그렇게 '밝게' 시작된다. 뙤약볕마저 이들의 사랑을 녹일 수 없을 것만 같은 기운이 감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마리안은 목소리에 무리가 간 상태다. 목소리를 잃고 그로 인해 일도 잠시간 중단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남자친구 폴과 함께하는 시간은 마냥 행복해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도 잠시. 마리안의 옛 연인이자 음반 프로듀서 해리가 그의 딸 페넬로페를 데리고 등장하면서 평온함과 달콤한 행복의 순간은 금세 깨어지고 만다.



반가운 사람이 찾아왔다면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마리안 커플에게 있어 해리와 그의 딸은 불청객과 다름 없다. 한때 친밀한 관계이기도 했지만, 마리안과 폴, 그리고 해리는 '복잡한' 관계, 즉 얽히고설킨 관계에 놓인 인물들이다. 물론, 해리와 그의 딸 사이에도 미스터리한 부분들이 있다. 도입부와는 달리, 평온을 깨뜨리는 불청객으로 인해 영화의 분위기는 갑작스레 변한다. 물론 이 분위기에는 수다스럽고 부산한 해리의 역할이 크지만, 왠지 모르게 네 명의 인물들 내면 기저에는 불안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정도는 다르지만, 불편한 관계 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안함과 서로를 탐하려는 욕망이 네 명의 인물들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 욕망이 '언제' 겉으로 드러날지에 대한 궁금증과 그로 인한 서스펜스가 <비거 스플래쉬>가 지닌 재미 요소다.



인간의 욕망은 타인과 함께일 때 진가를 발휘한다. 비교의 대상이 생김으로써 질투가 유발되고, 타인이 있기에 사랑이 싹튼다. 이미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 할지라도, 관계는 어떠한 상황과 시간 속에 놓이는가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그만큼 관계는 복잡하며 쉽사리 변할 수 있다. 관계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욕망은, 굉장히 충동적이며 따라서 '가벼운' 것일 수 있다. 욕망을 억누름으로써 관계의 도리를 이어나가는 것이 인간이라지만, 욕망이 앞설 때, 즉 이성보다 행동이 앞설 경우 벌어지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대개의 경우가 그러하듯, <비거 스플래쉬>에서도 욕망이 행동으로 빠르게 변질된 대가로 인물들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황홀경으로부터 시작된 풍경은 삽시간에 진흙탕으로 변하고 만다. <비거 스플래쉬>에는 온갖 가벼운 것들이 등장한다. 그 가벼운 것들이란, 결국 인간의 욕망을 뜻한다. 이 욕망이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때 어떠한 참혹한 결말로 이어지는지. 영화는 이 점을 낱낱이 보여준다. 솔직해서 발가벗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인물들의 노출 신들로 인해 오히려 그 기분이 담담하게 받아들여지는 묘한 감정 변화에 휩싸이기도 했다. 위트 있는 풍자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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