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남. 자. 모르는 게 뭐야?
연애하는 남녀심리는 양파껍질 까듯 까발리고
영화와 팝 이야기라면 밤을 새도 그칠 줄 모르고
허세와 달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는 이 남자.
영화와 팝이 버무려진 일상을 사는 남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과 함께 걷는 랜덤 워크
라디오와 TV를 통해 팝 칼럼니스트, 연애 카운슬러, 인터뷰어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김태훈의 에세이 《김태훈의 랜덤 워크》가 링거스그룹에서 출간되었다. 랜덤 워크Random Walk란 남들과 똑같이 일관성 있는 삶을 살기보다는 마음대로 자유롭게 분야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김태훈의 행보를 뜻하며, 멀티맨 김태훈은 랜덤 워커Random Walker라는 새로운 정의를 얻게 되었다.
《김태훈의 랜덤 워크》는 영화와 음악 안에서 일상을 사는 남자 김태훈의 다이어리와 같은 책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학창 시절 뻔질나게 들락거렸던 천호동 재개봉관의 거리를 추억하고, 커트 코베인의 기일 앞에서 지나간 청춘을 회상한다. 당당히 에로 영화 마니아임을 밝히기도 하고, 거울 앞 망가지기 시작한 자신의 몸을 보며 이 세상 모든 남자의 로망이 된 이소룡의 몸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는다. 담배를 끊자니 영화 속에서 폼 나게 담배를 물고 있던 의 험프리 보거트, 의 주윤발, 의 양조위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크랭크축이 나가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차를 보면서는 007 본드카의 역사를 읊조리고 하루키의 소설 한 구절을 찾아 스스로를 위로한다.
《김태훈의 랜덤 워크》는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라는 개인 일상에 뚜렷이 새겨진 영화와 음악들을 쉴 새 없이 풀어놓는다. 고등학교 시절 마크 알몬드의 을 들으며 이유 없는 눈물을 흘린 이후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와 이명세 감독의 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음을 고백하고, 온갖 고난역경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의 결말과 같은 현실은 없다고 깨닫기도 하며, 를 흉내 내어 죽기 전에 해야 할 목록들을 쭉 적어 내려가기도 한다.
그렇게 그의 글 속에 녹아 있는 영화와 음악, 그리고 일상은 어느새 우리의 추억과도 겹쳐지며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던 영화와 음악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한다. 또한 각각의 글 도입부에 달아놓은 김태훈식 인용구들은 그만의 개성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킥킥거리는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의 지난 청춘과 추억을 품고 있는 오랜 친구이자
여전히 유효한 삶의 나침반이 되는 영화와 음악 이야기
김태훈은 영화와 음악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여행을 허락해주는 통로이자, 순수한 재미와 함께 세상을 사유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라고 말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지나간 연인을 떠올리고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내려보고, 한 편의 영화로 즐겁고도 치열했던 학창시절,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의 나날을 되돌아본다. 서울의 봄 거리를 걸으면서도 이 거리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생각하고, 어딘지 친근한 풍경에 어울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타인들의 삶을 상상해본다.
《김태훈의 랜덤 워크》는 김태훈스러운 위트와 말재주를 고스란히 살리면서 볼 만한 영화와 들을 만한 음악을 추천한다. 김태훈의 방대한 필모그래피와 플레이리스트를 따라잡기 힘들다 하더라도,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순수한 쾌락을 즐길 줄 아는 독자들에게 김태훈은 이 책을 통해 더없이 좋은 친구로 다가선다. 《김태훈의 랜덤 워크》에서 소개된 음악들 중 일부는 워너뮤직코리아에서 6월 말 책과 동일한 제목으로 컴플레이션 앨범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칼럼니스트'라는 고고한 틀에 갇히지 않고 연애 전문가, 진지한 논객, 예능계의 또 한 캐릭터로서 사방팔방에 끊임없이 '김태훈 표' 글을 흩뿌려대고 있다. 가히 칼럼계의 펑크로커라 불릴 만한 그의 글들이 책으로 묶여 나온다. 기쁘다. 앞으로 한동안 술자리에서 풀 '썰'들이 떨어질 일은 없을 테니까.
- 호란 (뮤지션)
김태훈은 내가 아는 사람 중 쓸데없는 걸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친구 중 하나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 왜? 재미있으니까. 어서 빨리 나라 전체가 음악을 포함한 이런 쓸데없는 것들에 흥미를 갖는 사람들로 가득차기를.
- 배철수 (MBC Radio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연예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김태훈의 아카데믹한 내공을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 다행이다. 재미있으면서 '허걱'하는 통찰까지 주는 글이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자신의 삶에 서서히 조급해지기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 김정운(문화심리학자, 명지대 교수)
김태훈의 흥미로운 글은 거침없지만 공격적이지 않고,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다. 그는 삶의 급류 속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유영한다. 전설적 펑크밴드 클래시의 조 스트러머는 “로큰롤이 결국 말하는 건 살아서 좋다는 것”이라고 했다. 가끔씩 쓸쓸해지지만, 김태훈의 글도 결국 그렇다. 사실 김태훈이라는 사람 역시 그렇다.
- 이동진(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