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시들 '아이돌 사관학교'…엔터株 1등 탈환 가능할까

올해 주식시장에서 돋보였던 업종으로 엔터주가 첫 손에 꼽힌다.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성공 및 사드 조치 완화 기대감으로 엔터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3대 기획사로 꼽히는 에스엠 (85,800원 ▲4,200 +5.15%), 와이지엔터테인먼트 (44,100원 ▲1,450 +3.40%), JYP Ent. (69,900원 ▲2,200 +3.25%)는 모두 올해 초 대비 주가가 30% 이상 상승했다. 특히 JYP Ent.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166%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재미있는 점은 오랜 기간 엔터 대장주 자리를 지켰던 에스엠의 성적이다. 에스엠은 트와이스를 앞세운 JYP Ent.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을 뿐만 아니라 대표가수 빅뱅이 군에 입대한 와이지엔터테인먼트보다도 주가 상승 폭이 떨어졌다.

'아이돌 사관학교'로 불리던 에스엠이 가장 뒤쳐진 이유는 1분기 벌어진 악재와 차세대 아이돌 NCT 성공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와이스, 블랙핑크로 뻗어 나가는 다른 기획사를 제치고 에스엠이 다시 엔터 대장주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이돌 사관학교' 에스엠, 해외 진출도 가장 먼저=에스엠은 1995년 이수만씨가 설립했다. 1996년 H.O.T.를 데뷔시키며 국내 굴지의 아이돌 기획사로 떠올랐다. 1997년 S.E.S., 1998년 신화, 1999년 플라이 투 더 스카이, 2000년 보아가 연속으로 성공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어 2003년 동방신기, 2005년 슈퍼주니어, 천상지희 The Grace, 2007년 소녀시대, 2008년 샤이니, 2009년 f(x)가 연이어 성공해 전성기를 맞았다. 2012년에는 EXO가 데뷔해 아이돌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고 2014년 걸그룹 레드벨벳이 데뷔해 준수한 성적을 보였다.

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것도 에스엠이다. 에스엠은 1997년 해외 진출을 최초로 시도했고, 보아는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동방신기 또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데뷔 직후부터 일본 활동을 시작했다. EXO는 그룹 자체가 한국과 중국 유닛으로 나뉘어 데뷔했다.

최근 보이그룹 NCT를 선보였는데, 이 그룹은 멤버 구성이 유동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팀이 순차적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에스엠은 방송 제작사업도 진행 중인데, 지난 3월 키이스트 지분 25.1%를 500억원에, 에프엔씨애드컬쳐 지분 30.5%를 300억원에 각각 취득하며 사업 강화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가수, 배우, MC, 예능인, 패션모델, 스포츠선수 등 스타 IP(지적재산권) 풀을 확대했고 이들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역량 또한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분기 실적부진+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주가 상승분 반납=올해 초만해도 에스엠 주가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JYP Ent.에는 못미쳤지만 에스엠도 키이스트 인수 등으로 상승 폭을 키우며 1위 자리를 지키는듯했다. 연초 3만3000~3만4000원 사이를 오가던 에스엠 주가는 4월 초 4만7000원선까지 올랐다.

하지만 에스엠이 1분기에 시장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스엠은 1분기에 동방신기 일본 돔투어 관광객 78만명의 수익이 인식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본 법인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이중 51만명에 해당하는 매출이 지난해 4분기에 반영됐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마저 좋지 않았던 에스엠에 우려를 내비쳤다.

여기에 에스엠이 지난 2년간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음반 프로듀싱 대가로 100억원 이상을 지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00억원은 지난해 에스엠의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인데, 주주들에게 단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는 에스엠이 이 같은 방법으로 이 회장에게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급락했다.

에스엠은 "적정한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2000년 코스닥 상장 전후부터 계약 및 거래 내용을 투명하게 공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1분기 상승분을 온전히 반납했다.

이 기간 JYP Ent.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JYP Ent.는 상장 후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고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소속가수 스캔들 등의 악재를 딛고 주가가 약 40% 올랐다.

반면 에스엠은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244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액을 기록하고 영업이익도 100억원으로 2017년 전체 영업이익(109억원)과 비슷한 성과를 거뒀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지난 23일 기준 JYP Ent. 시가총액은 1조2756억원, 에스엠 1조918억원, 와이지엔터테인먼트 8001억원이다.

◇EXO·레드벨벳 이을 NCT, 흥행 여부가 관건=1위로 올라선 JYP Ent.와 에스엠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3, 4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에스엠이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인 그룹의 흥행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에스엠을 끌어가고 있는 것은 EXO와 레드벨벳이지만 이미 궤도에 오른 두 그룹이 해외 진출 등으로 갑자기 커다란 성과를 내지 않는 이상 주가에는 크게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M의 주요 아티스트인 EXO가 내년 데뷔 7년차를 맞아 계약조건이 변경되며 원가율이 상향될 예정이고 수익이 8년차 이상 라인업에 집중돼있어 성장성도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두 그룹을 이을 차기 주자의 흥행 여부에 주목한다. 에스엠 소속 아이돌 중 현재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그룹은 NCT로, 해외 진출을 목표로 전 세계에서 뽑힌 멤버로 구성돼있다. 올해 중에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NCT 차이나가 데뷔할 전망이다.

NCT는 2016년 데뷔 이후 난해한 멤버 구성으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해야 에스엠이 엔터 대장주 자리를 다시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NCT 차이나의 성공은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 만큼 이 그룹의 성장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