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레드 기획]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영우 박사에게 받아본 놀랍고도 난처한 최면 경험… 어린아이 정서와 느낌에 자신이 직접 접속하는 최면의 세계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영우 박사가 10년 만에 새 책을 냈다. 1996년 <김영우와 함께하는 전생여행>이라는 책으로 ‘전생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그다. 얼마 전 <빙의는 없다>라는 책을 낸 그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했다. 김 박사가 주장하는 최면치료의 요체를 알려고 직접 최면도 받아보았다.
환자 지배하는 힘 무력화가 치료 핵심
<빙의는 없다>는 그가 2002년 쓴 <영혼의 최면치료>라는 책을 대폭 손질한 책이다. “10년 동안 환자만 봤다. 한두 사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진료를 거듭하며 병증의 변주를 체험하고 관통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기를 목표했다”고 말하는 김영우 박사는 두 가지 점에서 10여 년 전에 비해 상당히 달라진 듯 보인다. 하나는 힐링시대를 구가하는 정신의학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시술 근거를 양자물리학에서 찾으며 최면에서 주관적·신비주의적 혐의를 벗겨내려 시도한다는 점이다.
생물학적 정신의학은 약물치료로 생물학적 증상을 개선하고 환자의 왜곡된 인지 심리 상태에 공감하는 이야기로 정신적 상승효과를 노린다. 그러나 정신과 질환의 암이라고 불리는 정신분열증이나 해리장애에 대해서는 치료효과가 높지 않았다. 책에서 그는 우울증·공포증·강박증·정신분열증 등의 진단을 받고 여러 진료기관에서 갖가지 치료 과정을 거쳤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가 그가 최면으로 치료했다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 환자 11명의 사례를 소개한다. 일상적으로는 약물처방과 상담치료를 하지만 다른 인격에 지배당하는 환자를 만났을 때는 최면치료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신을 파괴하고 공격하는 그 인격은 누구인가. 귀신들림, 빙의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해 김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 인격들이 정말 악마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믿고 있다면 그 상황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원인이 귀신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환자를 지배하는 논리와 힘을 무력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지극한 유심론, 과학의 언어를 쓰다
그렇다고 해도 무의식을 활용해 간질이나 암, 자폐증 환자의 병증까지 줄였다는 주장, 주관과 객관은 하나라는 대담한 범신론은 우리의 논리 체계를 뒤흔드는 질문이다. 이것은 유사과학이나 미혹에 가까운 주장은 아닌가. 김영우 박사는 이랬다. “최면치료의 핵심은 환자의 자기 치유력이다. 나는 최면 기법을 환자들에게 강조하지 않는다. 최면 시술 이후 환자들이 자기 내면을 건강하고 맑은 기운으로 채우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는데, 이는 양자물리학에서 말하는 공간의 자기 에너지를 수리하는 것과 비슷하고 전통적 명상법과도 비슷하다. 인격이 분열되고 파탄 난 것처럼 보이던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에너지를 물갈이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사람에 대한 희망이 절로 솟아난다. 이것은 인간을 사랑하고 발견하게 되는 치료법이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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