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푸드, 납품대금 20억원 지급 못해 가압류·직원 181명 해고
미샤·토니모리·잇츠스킨 등 타 브랜드들도 영업손실 적자 전환

(스킨푸드 공식 홈페이지 제공) 2018.10.16/그린포스트코리아
(스킨푸드 공식 홈페이지 제공) 2018.10.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1세대 화장품 로드숍 ‘스킨푸드’가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스킨푸드만이 아니라 다른 로드숍 브랜드들 역시 경영난에 시달리며 업계 전체가 ‘늪’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스킨푸드는 지난 8일 “현금 유동성 대비 과도한 채무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2004년 조윤호 회장이 창업한 스킨푸드는 당시 ‘로드숍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다. 2013년에는 매출 1746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달성하며 미샤, 더페이스샵과 함께 ‘3대 로드숍’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의 보복행위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으로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269억원에 영업손실 98억원을 기록했다.

16일에는 협력업체들에 납품대금 2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공장부지 등이 가압류당하고 매장 직원 181명이 해고되기도 했다.

스킨푸드만이 아니라 다른 로드숍 브랜드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반 저가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로드숍 시대’를 연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역시 경영난에 빠져 있다.

연간 매출액은 2012년 4600억원에서 지난해 3800억원으로 800억원이 줄었으며 올해 2분기에는 5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어 적자 전환했다.  

토니모리 역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어든데다 8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잇츠스킨도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2%, 16.8% 줄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6년 적자를 낸 후 770개였던 매장을 680개로 줄이는 등 긴축 정책으로 올해 초 가까스로 흑자를 냈다.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로드숍 브랜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적인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8.4%, 12.8% 감소했고 에뛰드하우스는 75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로 돌아섰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13%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로드숍들의 경영 악화가 구조적 결함에서 나오는 것이라 지적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날 YTN과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로드숍 브랜드들은 ‘빅 히트’ 제품을 통해 인지도를 키우는데, 문제는 이런 제품들의 수명이 짧고 브랜드 충성도도 낮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A브랜드에서 히트 제품을 내놓으면 B브랜드, C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한다.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얼마든지 있다 보니 충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로드숍 고객들이 한 브랜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로드숍이 자사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하는 만큼 다양한 제품을 한데 모아 놓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의 경우 매출액이 2015년 7603억원에서 지난해 1조4360억원까지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15년 381억원에서 지난해 688억원까지 뛰었으며 매장 수도 올해 상반기 기준 1050개로 늘었다.

이러한 H&B 스토어는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해 중소 로드숍 브랜드들이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2015~2016년 사이 너도나도 중국 진출을 서두르며 지나친 ‘중국 의존형’ 시스템이 구축된 것도 한 몫을 했다. 

하나의 로드숍이 파산하면 그 피해는 직원, 소비자, 가맹점주에게 확대된다.

스킨푸드의 경우 전국에 400여개의 가맹점이 있는데 본사의 법정관리로 가맹점주들이 악성 재고와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대한 1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로드숍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이번처럼 중국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한류 붐이 살아 있는 유럽, 미국, 아프리카, 인도 시장 등에도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화장품들은 ‘고객맞춤형 기술개발’에 특화돼 있다. 이런 특징에 브랜드 가치가 더해지면 어마어마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hmy10@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