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 화장품 수입 상승세… 자연주의·남성용 화장품 강세
  • ▲ 이니스프리 일본 1호점이 위치한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거리 모습.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이니스프리 일본 1호점이 위치한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거리 모습.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편집자주]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 시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쉽지 않은 성이었다. 10년도 넘은 '한류(韓流)'로 기대감이 높아지자 일본을 두드린 한국 기업들이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실패가 잇따랐지만 일본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문화도 비슷한 일본은 전세계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미식과 패션 등 다방면으로 발달해온 일본, 그리고 수도인 도쿄(동경). 다국적 기업이 몰려든 치열한 경쟁 속, 한국 기업 역시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국내업체들의 현재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도쿄=임소현] 'K-뷰티'가 일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각종 리스크로 인해 한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앞다퉈 새 전략을 세워 일본에 재진입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 시장에서의 전략 재수립으로 인해 이번엔 조금 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16일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화장품 시장은 2.8% 상승한 2조5000억엔(한화 약 2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2014년 이후 3년 연속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상위 3위 내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 화장품 시장의 특징 중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남성용 화장품과 유기농 화장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내에서 최근 '스메하라(スメハラ, 냄새로 인한 폭력)'라는 말이 널리 쓰이면서 직장인 남성을 중심으로 체취 제거 등이 중요한 비즈니스 매너로 자리잡았다. 그러면서 남성용 화장품, '올인원 제품'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화장품 시장에서 역시 자연친화적인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기농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5.3% 증가한 1237억엔(1조237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 역시 비슷한 트렌드 변화를 겪은 바 있다. 남성용 화장품과 유기농 브랜드 등 강점을 가진 한국 화장품 업체 위주로 다시 일본으로 향하는 곳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코트라(KOTRA) 일본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화장품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2016년 7억7800만달러(8766억5040만원) 규모를 기록했다.

    이중 한국은 3위로, 2015년 5500만달러(619억7400만원) 수입을 기록, 2016년에는 전년 대비 65%라는 큰 비율로 수입이 증가해 9100만달러(1025억57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9월까지 일본의 한국 제품 수입은 약 19% 증가했다.

    일본의 유명 화장품·미용 종합 정보 사이트 '@COSME'에서는 코스메 카테고리별 랭킹(지난 7월 기준)에 세안팩/마스크 부문 3위 스킨푸드 블랙슈가 마스크 워시오프, 루즈파우더 부문 3위 이니스프리 노세범 미네랄 파우더, 필링부문 3위 스킨푸드 블랙슈가 퍼펙트 에센셜 스크럽 2X 등이 올랐다.

    부스터(에센스) 8위 이니스프리 그린티 씨드 세럼, 아이브로우펜슬 9위 에뛰드하우스 드로잉 아이브로우 펜슬, BB크림 10위 미샤 BB크림 UV SPF40 PA+++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한국 화장품의 입지가 일본 화장품 시장 내에서 다시 좋아지면서, 사업 부진을 겪던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일본 재공략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10여년전 일본 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고,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혐한 감정 확산 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고배를 마신 업체들이 최근 들어 다시 일본을 공략하고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06년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로 일본에 진출했으나 영업환경 악화로 일본 매장을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이어 2011년 일본 도쿄에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론칭한 후 올해 24개까지 매장을 늘렸다. 이어 이니스프리 일본 1~3호점을 잇따라 선보이고 일본 시장 확장에 나섰다. 연내 총 4개 매장이 오픈할 계획이다.

    홍재영 아모레퍼시픽재팬 이니스프리 팀장은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 브랜드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선호하는 최근 일본 트렌드와 맞아떨어진다"며 "일본 특성 상 진입장벽이 높지만 천천히 일본 내 브랜드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일본 도쿄 하라주쿠 에뛰드하우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일본 도쿄 하라주쿠 에뛰드하우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LG생활건강은 2012년 일본 화장품 회사 긴자스테파니(Ginza Stefany), 2013년 일본 건강기능식품회사 에버라이프(Everlife)를 인수하며 일본 시장 내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올해 4월에는 LG생활건강의 일본 자회사인 ‘긴자스테파니’가 화장품 회사 ‘AVON Japan’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동시에 LG생활건강의 제품 개발력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일본 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일본은 자국 화장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 관계를 중요시하는 유통업체와 OEM·ODM업체 등 해외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특성을 감안해,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통신판매 채널에 우선적으로 진입했다"며 "향후 일본 소비자들에게 검증된 ‘AVON Japan’의 브랜드, 50여년간 다져온 현지업체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 내 사업의 장애 요인들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 확대의 시너지 창출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블씨엔씨도 미샤를 통해 2006년 일본에 진출했으나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 직영 매장을 모두 폐점하고 드럭스토어, 버라이어티숍 채널로 전략을 바꿨다. 현재 일본 내 미샤 제품 판매처는 지난해 1만개 수준에서 1만8000여개로 증가했고 지난해 매직 쿠션 제품의 경우 일본 내에서는 330만개 이상 판매됐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일본 화장품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버라이어티숍 채널 공략 전략을 계속 가져가면서 판매처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