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미2사단, 새 100년 여는 의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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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 미2사단 환송음악회. 사진제공=의정부시


[의정부=강근주 기자] 의정부시는 10월15일 53년 간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애쓴 노고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미2사단 환송음악회를 개최했다. 이날 환송음악회에 참석한 미2사단 관계자들은 평택으로 가더라도 의정부시민이 보여준 온정과 배려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는 10월 말 미2사단이 모두 의정부시에서 떠나면, 의정부시는 새로운 100년을 여는 기회의 땅으로 바뀔 전망이다. 그 조짐은 벌써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의정부시 캠프 필라우 정문. 사진제공=의정부시

◇ 미군부대-의정부, 함께 한 53년

1953년 7월 휴전이 발효되자 의정부에 미군기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먼저 미1군단 사령부의 막사(반원형 막사)들이 자갈과 돌뿐인 가능동 벌판에 건설됐다. 이후 미군이 의정부에서 1954년 5월까지 재건 또는 건설한 학교, 고아원, 병원 등이 350여곳에 이른다.

가능동에 들어선 미1군단 사령부가 캠프 잭슨이며, 시민은 이 부대를 그냥 군단이라 불렀다. 캠프 잭슨으로 가는 길목, 미군클럽이 즐비한 가능동 거리를 미군은 캠프 잭슨 스퀘어광장이라고 불렀다.

캠프 잭슨은 1957년 5월18일 한국전쟁의 영웅 ‘미첼 레드 클라우드’ 상병의 이름을 기려 캠프 레드 클라우드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2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지평리 전투에서 큰 전공을 세워 가장 먼저 평양에 입성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사자 7094명, 부상자 1만6237명, 전쟁포로 1516명이란 희생을 치러야만 했고, 실종된 186명은 아직도 그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휴전 이후 미2사단은 군사요충지이던 의정부-동두천 등 경기북부에 자리 잡게 됐으며, 현재까지 한국에 주둔하는 유일한 전투 사단이다.

1950년대 당시 미군 기지는 시민에게 생존을 위한 터전을 제공했다. 피난길에서 돌아온 주민은 그래서 미군기지 주변에 정착촌을 세웠다. 1980년대까지 의정부에는 가능동 일대를 중심으로 미군을 상대로 하는 옷가게, 식료품점, 연회장, 음식점 등이 많았다.

미2사단과 지역주민은 오랜 친구로 발전했다. 2사단 장병은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영어캠프를 열었고, 부대 내 다양한 행사에 주민을 초청해 미국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매년 초겨울이면 사단장과 참모진 등이 저소득층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석하며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주민도 설과 추석이 되면 가족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근무하는 2사단 장병을 위해 명절음식을 함께 나누고 장병을 위문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미2사단과 주민은 지역사회 동반자로 나아갔다.

한-미 우호 타임캡슐 매설식. 사진제공=의정부시

◇ 한-미 우호 타임캡슐 2117년 개봉

의정부시는 작년 10월26일 역전근린공원 테마 중 과거를 상징하는 한미우호증진 상징조형물을 제작했다. 이로써 현재를 상징하는 시 승격 50주년 상징조형물과 미래를 상징하는 베를린장벽과 함께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테마가 완성됐다. 특히 창설 100주년을 맞은 미2사단을 기념해 의정부시와 미2사단은 타임캡슐을 만들어 매설했다.

타임캡슐은 의정부시와 미2사단에서 각각 마련한 시정백서, 의정백서, 각종 홍보물 및 사진첩, 기념주화, 군복 및 군화 등 수장품을 수집해 만들었으며, 매설일로부터 100년 후인 2117년 10월26일 후대에 의해 개봉될 예정이다.

한미우호증진 상징조형물은 높이 8미터, 폭2미터 크기로 태극 모양에 따라 형태를 곡선화하고 기둥의 단면은 별 모양으로 형태화했다. 태극 문양이 별을 감싸 안고 하늘로 솟아오르며 기둥의 축이 회전하는 모습에는 한-미가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의정부시 민군부대 공여지에 들어선 시민공원. 사진제공=의정부시

◇ 굿바이 미2사단, 생큐 의정부시

오랜 시간 의정부와 함께한 미2사단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으로 이전한다. 캠프 카일 등 5개 기지가 이미 이전했고, 현재 남아있는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 나머지 3개 기지도 오는 10월 말 이전을 완료한다.

미2사단 이전으로 의정부시에는 시원함과 섭섭함이 교차하고 있다. 도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미군부대 이전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장병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정부시는 10월15일 환송음악회를 개최했다. 이 음악회에는 2사단 장병은 물론 미2사단과 자매결연한 26사단 장병도 함께했다.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 1, 2층을 가득 메운 1000여명의 시민은 미2사단과 작별을 아쉬워하고 평택에서 새로운 시작을 기꺼이 축하했다.

미2사단 관계자는 환송음악회에 대해 “정말 놀랍고 감동적인 콘서트였다. 우리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의정부시와 시민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평택에 가더라도 의정부시민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과 오늘의 무대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이날 환송사에서 “지난 53년 주둔해온 미2사단은 국가안보의 핵심 전력이자, 우리 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며 미2사단을 대표해 스콧맥킨 미2사단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스콧 맥킨 미2사단장은 “의정부시는 미2사단에 매우 특별한 동반자였다. 떠나는 우리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 진심으로 감동했으며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의정부시 미군부대 공여지에 설치될 베를린장벽. 사진제공=의정부시

◇ 새로운 100년 위한 첫 걸음

미2사단이 완전히 떠나면 미군 부지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으로 변모한다. 이미 금오동 소재 캠프 카일과 캠프 시어스는 광역행정타운으로 조성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한국석유관리원, 국민건강보험공당, 의정부 준법지원센터 등이 들어섰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의정부소방서를 비롯해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부지계약을 마치고 현재 설계를 진행 중이다.

의정부동 소재 캠프 홀링워터 부지는 역전근린공원으로 조성돼 독일로부터 기증받은 베를린장벽이 설치돼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캠프 에세이욘 부지에는 을지대학교 캠퍼스와 대학병원 건립이 시작됐으며, 캠프 라과디아 부지에는 6차선 도로공사가 완료된 후 공원과 도서관이 들어선다.

캠프 레드클라우드(CRC)에는 세계적인 안보테마 관광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현재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캠프 잭슨은 세계적인 미술 갤러리를 포함한 예술타운이 들어설 계획이다. 미2사단 기지 이전은 한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이자, 또 다른 역사의 첫 페이지이라 할 수 있다. 의정부가 새로운 100년으로 나아갈 출구를 제공해서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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