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희망사항일 뿐… 적폐청산은 `내로남불`의 전형"[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입력
수정2018.08.31. 오전 6:36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文정부, 근본주의적 진보주의 버려야… 이념에 충실하면 현실과 동떨어져

10·4 공동선언 계승한다는 4·27선언, 사실상 북한에 일방적 퍼주기 불과

소득주도성장, 어설픈 포스트케인지안 이론… 경제에 돌이킬수 없는 상처

진보, 종북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 보수 젊은층과 적극 소통을

文대통령, 남북관계 개선으로 비핵화 하겠다? 외려 고립에서 구한 격

종전선언 했는데 핵 안버리면 어쩌려고… 시간 갖고 문제 접근하길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사진 = 박동욱 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자유민주의의와 시장경제에 반하는 안보 경제 정책이 반복되면서 사회 원로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북화해 기조를 타고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활동을 하는 국정원과 국군기무사의 변조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 대북제재의 첨두에 서야 함에도 대북제재에 구멍을 뚫는 자학행위도 발생했다. 반경제학적 소득주도성장이란 미명 아래 좌편향적 경제정책들이 통제 받지 않고 강요되면서 국민경제는 질곡으로 빠져들고 있다. 1년여 만에 30%나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졸지에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 중소상공인들은 '날 잡아가라'며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그들을 더 곤궁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좀 기다려보면 나아질 것이라는 한가한 소리를 한다.

원로들이 나선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전복될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풍부한 경륜과 지혜, 애국심으로 국민에게 호소한다.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은 시국을 걱정하는 원로 언론인으로서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한다. 남 이사장은 최근 '한국진보세력연구'라는 걸출한 저작의 증보판을 내면서 화제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그는 진보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진보의 가치로 국정을 바르게 운영하길 고언한다. 이념의 아집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수호하는 역사적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진보세력이 집권하면서 1년여 사이에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민중민주주의로 변혁하려는 시도도 공공연합니다. 무엇보다 무리한 좌편향적 정책으로 시장경제 질서는 물론 저소득층 국민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데요.

"특히 안보 문제가 심각합니다. 경제는 다시 살리면 된다지만 안보는 한번 틀어지면 다시 세우기 힘듭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4.27 판문점회담에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채택했던 10.4 공동선언을 재확인하고 그것을 실천 계승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10.4. 남북 공동선언은 남북 경제를 유무상통하면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남한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퍼준다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국민들이 곱씹어보면 이 선언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알 겁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을 국회 비준까지 추진하고 있어요. 위험한 발상입니다."

-최악의 고용 참사에 소득양극화 확대 등은 진보정권의 오도된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격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집권 진보세력은 우선 근본주의적 진보주의를 버려야합니다. 근본주의 도그마에 빠진 진보주의는 위험합니다. 이념에 충실하다보면 현실을 망각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갑니다. 최근 은산분리와 의료기기 승인 절차 간소화, 원격의료 허용에 전향적 입장을 취하는 모습은 진보 세력의 도그마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어서 반가웠습니다. 여야 합의로 속히 법제화해야 할 겁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시장에 맡겨놓으면 경제가 잘 돌아갑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어설픈 포스트케인지안이론인데, 여기서 더 나가면 우리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힐 겁니다."

-보수든 진보든 이념화된 정치집단이 집권하면 그에 따른 정책이 나오고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펼치고 있는 좌편향적 이념 실험이 언제까지 계속될 거 같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좌편향한 정책들은 한계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는 불변의 가치가 있는데, 자유입니다. 경제나 문화나 사상 측면에서 자유를 억압하고 속박하면 저항을 받게 돼 있습니다. 성장이냐 분배냐는 일도양단 딱 부러진 개념이 아닙니다. 선진국에서는 두 개념이 왔다 갔다 하며 정책을 펴고 정권도 주고받고 합니다. 그게 정상이에요."

-요즘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보면 해방 직후 좌우 대립을 보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에 보수와 진보 개념이 부각된 지는 100년이 넘습니다. 구한말 단재 신채호 선생이 대한매일신보에 낡은 것은 모두 청산해야 한다는 글을 기고했어요. 그러자 위암 장지연 선생이 보수로 진보함이 가량하다며 보수의 가치을 주장했습니다. 해방 직후에는 진보 좌파세력이 먼저 정국을 주도했습니다. 여운형의 건준이나 조선공산당 등이 광복되자마자 활동을 전개했어요. 보수세력은 미군 입국과 임시정부 환국 환영대회를 계기로 결집하기 시작했지요. 박헌영 등 일부 마르크스 레닌주의 진보파 외에는 진보세력이라고 해도 폭력 혁명을 포기하고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진보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세력이 많았습니다. 가령 조소앙의 사회당은 사회민주주의로서 의회주의에 입각해 있었어요."

-반폭력과 반공산주의를 내세운 온건한 진보세력도 있었던 거군요.

"예. 이승만 대통령은 조소앙이 사회당을 창당할 때 비서를 보내 축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조소앙은 삼균(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주의를 표방하며 사회주의를 지향했는데, 공산주의에는 반대했습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같은 반공국가에서는 사회당이 필요한데 조소앙이 사회당을 만드니 반갑다'며 축사를 보냈습니다. 조소앙은 최초의 반공 민주사회주의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1950년대 들어 6.25 직후 전진한이 혁신정당으로서 노농당, 민주혁신당 서상일, 창당과정에서 좌초한 민주사회당의 정화암 등 진보계열 정당들은 모두 반공 정당, 즉 우파계 진보진영입니다.

사회주의를 주창하면서도 반폭력 반공을 기치로 내건 정파들이 계속 이어진 것은 1951년 폭력적 공산주의에 반기를 들고 의회주의를 통한 사회주의 이상을 실천하려는 프랑크푸르트선언의 영향이 큽니다. 프랑크푸르트선언은 스탈린 독재체제에 반대하는 진보주의자들의 선언입니다. 20세기 초 이미 공산주의 폭력성과 과격성을 우려한 사회주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서유럽 정당들 중 민주사회주의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영향을 받아 민주사회주의 영향을 받은 남한의 진보주의자들은 김일성을 비판했죠. 1950년대 말 조봉암의 진보당도 민주사회주의 영향을 받아 복지주의를 주장했지요."

-얼마 전 보수진영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국회에서 건국7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건국70주년 행사를 않고 내년 상해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을 기해 건국 100주년 행사를 하겠다고 한데 반발하고 있는데요.

"상해임시정부는 그 자체가 정부가 아닙니다. 스스로도 독립운동의 최고기관이라고 정의하고 건국을 위한 준비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상해임시정부 설립을 건국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남의 인정을 받을 때 비로소 성립하는 겁니다. 만약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이라고 한다면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집니다. 이미 건국이 되었는데, 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1948년 9월 9일 성립됐거든요. 이미 국가와 정부가 있는데 또 나라를 세운다면 이건 반역입니다. 문 대통령이 다음달 평양을 방문할 예정인데, 그의 건국 논리 대로라면 반역집단과 '정상회담'을 하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진보세력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좌파니 진보세력이니 말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보수의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 정부가 시행하는 안보 경제 교육 정책들을 보면 진보세력이지요. 문 대통령 참모진들도 절대 좌파니 진보니 하는 말을 삼갑니다. 친북 종북 활동을 했던 80년대 진보 운동권 출신들이 자신들의 이념적 정체성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걸 꺼리는 것과도 연관돼 있다고 봅니다."

-지금 보수세력이 매우 위축돼있습니다.

"보수가 뭡니까. 자유, 인권, 민주주의, 권력분립, 개인의 행복추구권 등 핵심 가치를 지킨다는 주의 아닙니까. 미국에서는 보수주의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유와 생명, 행복의 추구라는 미국의 건국 정신이 생활화돼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해임시정부에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건국 이념으로 선언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그를 지탱하는 시장경제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진보든 보수든 조금씩은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진보가 지지하는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보수는 절대 부끄러워할 게 없습니다. 프라이드를 갖고 자유 민주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는 일에 동참해야 합니다."

-보수 진영은 용어상의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보가 선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프로그레스(progress) 즉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예요. 그냥 운동법칙을 지칭하는 겁니다. 단순히 편의상 붙인 용어일 뿐입니다. 이념 전쟁에서는 이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승리로 승부가 났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이란 책을 통해 이 점을 잘 정리해놨습니다. 후쿠야마가 역사주의의 종말이 왔다고 말했는데, 인류 사회체제 논쟁은 자본주의로 종결됐다는 것을 선언한 겁니다. 맑스주의자들은 유물론적 역사주의에 따라 역사 발전 단계가 고대원시사회->봉건사회->자본주의사회-> 공산주의사회로 간다고 했어요. 그러나 후쿠야마는 자본주의 사회로 종결됐다고 선언했습니다. 더 이상 역사발전 단계는 없다는 거지요. 보수주의자들은 확신과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보수로서 진보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입니까."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사진 = 박동욱 기자 fufus@


"가짜 진보가 안보쥐고 흔드는 상황… 지지율 추락 당연한 결과"

-현 집권 진보세력은 세계적 맥락에서 보면 전통적 진보주의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북한 때문에 진보세력이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서구 진보주의 역사와는 달라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입니다. 1980년대 이후 학생 및 노동 운동권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해방 직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추구했던 남로당과 다릅니다. 이후 의회민주주의를 채용한 사회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인 민주사회주의 계열의 진보세력과도 달라요. 80년대 생긴 운동권 진보세력은, 바로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에 입각해 민족해방전선(NL) 노선과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한 민중해방(PD) 계열이 진보세력의 양축을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후 2년 동안 소련과 동구권이 차례로 붕괴하면서 PD계열이 세력을 잃었고, 북과의 친원 관계가 생기면서 북의 지원을 받은 NL-주사파가 진보 진영에서 헤게모니를 잡았습니다. 이들이 바로 김일성주의 곧 주사파입니다. PD가 공산주의 몰락으로 기반을 잃은 데 반해, NL은 북한이 동구권 붕괴를 보며 생존전략으로 내세운 '우리식 사회주의'니 '우리 민족끼리'니 하는 민족을 내세우는데 영합해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이른바 종족적 민족주의 성향으로 휘발성 있는 '민족' 개념을 내세움으로써 대중 호소력을 높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좌우 대립과 보혁 대립이 북한이라는 요소 때문에 더 심화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진보 진영은 북핵이 체제유지를 위한 방어적 무기라고 하는데요.

"북핵은 체제보장이 아닌 남한의 적화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와 미국 등 세계 자유진영이 말하는 '북 비핵화'와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북 노동당 정권이 주장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미국 전술 전략 핵무기와 그 이동수단의 한반도 반입 금지뿐 아니라 종국에는 미군철수까지 상정한 개념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개선으로 핵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핵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데요.

"8.15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 비핵화 문제에 대해 주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운전자 역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지요. 그러면서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주권적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는데, 여기서는 주권을 내세울 일이 아닙니다.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로서는 종전선언에 우리가 쓸 수 있는 레버리지가 별로 없어요. 유엔의 제재 아래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북은 종전선언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우리는 뭐가 그리 급해서 종전선언에 매달립니까. 종전선언 먼저 해버리고 북핵이 폐기 안되면 어떡합니까. 좀 시간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남북 화해 국면이 북 비핵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거로 보시는지요.

"2017년 말 북한은 국제적으로 극도로 고립돼 있었어요. 시진핑 주석이 석유 금수까지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급반전하게 됐습니다. 평창에서 김영남과 김여정을 칙사 대접하며 남북 대화 분위기가 띄워지더니 그 연장선에서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공동선언이란 게 나왔습니다. 공동선언문에는 자유 통일은 없고 자주 통일을 강조하며 민족경제 등 또 '민족'을 유독 강조하고 있어요. 선언문 내용과 어투를 보면 북쪽이 문안을 작성하고 우리는 서명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10.4 선언을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10.4 선언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빛정책 정당성도 망쳐놨다고 생각해요.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을 지원하면서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낸다는 목적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10.4 선언에서는 개혁개방이 사라졌습니다. 김정일이 '몇 푼 도와주는 걸로 개방이니 개혁이니 말하지 말라'며 불만을 토로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그 말을 듣고 통일논의에서 개혁개방이라는 말을 다 빼버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4.27 선언에는 10.4 공동선언에 있는 '유무상통'이라는 표현으로 민족경제의 번영을 말하면서 동해선과 경의선의 철도 연결을 선언했는데, 개혁개방이 아니라 남한의 단물만 빼먹겠다는 의도입니다. 결국 4.27 판문점 선언에서 올 가을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까지 이어지는 남북 화해 무드는 빈사상태였던 북한을 살려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도 결국은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 전략이 먹혀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합니다."

-북한이 과연 비핵화를 할까요.

"이미 언급했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합니다. 남한에서 미군 철수와 전술핵 도입을 막겠다는 뜻입니다. 한반도의 비핵화 용어전술은 2000년대 들어 북한이 밝히고 있는 원칙이자 협상전략입니다.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곧 열릴 예정입니다.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 등 4.27 판문점 선언의 구체적 이행 내용이 담길 수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4.27 판문점 선언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많은 10.4 공동성명의 재판이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떨어지는 이유는 경제정책의 실패에도 원인이 있지만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늘어나서이기도 해요. 지금 판문점 선언이나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의 비핵화의 진정한 의미 등을 지상파3사를 포함해 언론이 자세하게 보도하지 않은데, 언론의 역할을 망각한 행위입니다. 물론 언론의 속보주의 때문에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못 내놓는 구조적 문제도 있어요. 현재 한국 언론은 제 역할을 제대로 않고 있습니다."

-국회가 4.27 판문점선언을 비준해야 합니까.

"국회 비준을 받으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조약이나 협약도 아닌 선언문을 국회가 비준하는 것도 우습고 설령 문제가 많은 선언문을 비준해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합니다.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치로 서해 NLL 중간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평화조약은 전쟁당사자들이 하는 것이고 배상금, 영토, 포로교환 문제 등을 모두 논의해야 합니다. 일종의 강화조약이에요. 그런데 이런 논의가 지금 진행 중입니까."

-북한 김정은이 핵은 물론 재래식 무기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믿어도 되겠습니까.

"핵이나 재래식 무기를 안 쓴다는 말 어떻게 믿어요. 1948년 4월 김구 선생이 평양을 방문해 보고 깜짝 놀랐어요. 북한에 이미 인민군이 결성돼 있는 걸 보고 김일성에게 '절대 무력을 사용해 통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어요. 김일성은 절대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곧바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스탈린에게 남침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스탈린이 미군 동향도 보고 중공(중국 공산당)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서 그 때는 남침을 못했습니다. 이윽고 49년 6월 말 미군이 철수하고 중국 공산당이 중국을 적화하자 마침내 남침한 거 아닙니까. 절대 북한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이 말하는 연방제통일도 통일전선전술이에요. 공산주의 말은 신뢰할 수 없어요. 남북 예맨이 연맹제하고도 지금 전쟁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보는 단 1%의 허점이 있어서도 안 됩니다."

-청와대 핵심 비서관에는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3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일부는 주사파 논란을 빚고 있는데요, 이들이 사상과 이념을 바꾸었는지 의문입니다.

"국회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희경 의원의 질문에 동문서답 식으로 답하면서 주사파에서 전향을 했는지 안 했는지 논란이 됐지요. 지금도 그 점은 불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것은 지난달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을 입에 달고 살았던 이들 중 단 한 사람도 공개적으로 전향의 뜻을 밝힌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에 한국의 보수세력은 친일파, 기득권 수구 세력으로 가짜 보수 세력이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진보도 가짜가 있지 않겠습니까. 원래 진보는 인권과 생명 존중, 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웁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보세력은 종북 친북세력이 주종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가짜 진보입니다. 진짜 진보라면 왜 북한의 인권을 문제 삼지 않습니까. 며칠 전 이산가족상봉이 있었는데, 이산가족 상봉의 문제를 남북 분단이라는 고정관념에 묶어두지 말아야 합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못하는 것은 기본적 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지적해야지요."

-'한국진보세력연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고 헌법적 하자를 따져봐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의 구실을 준 것은 잘못입니다. 권위주의에 빠져 소통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언론 및 야당과도 소통을 해야 하는데 부족했습니다. 지나친 정치적 신념이 아집이 됐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공도 많습니다. 투명한 사회를 위한 김영란법 제정, 교원노조의 노조자격 박탈 추진, 공무원연금 개혁, 한중 FTA와 동시에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 등은 큰 공로입니다. 박 대통령의 약점을 이용해서 언론이 허위 조작 보도하고 선동한 것은 한국 언론사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탄핵 정국에서 언론기사를 주도한 몇몇 종편과 신문사의 기자들이 나중에 공개적으로 밝힌 바로는 기사를 쓸 때부터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군요.

민주주의는 절차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회 탄핵소추 결의 즉시 대통령이 권한 정지로 들어가는 만큼 엄정한 헌법적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VOA 방송은 한국에서는 탄핵을 거꾸로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촛불 탄핵 주도 세력 중에는 범민련, 연방통추 등 이적 및 불법 단체가 참여했고 북한과의 연계도 의심스럽습니다. 아테네 민주주의가 소크라테스를 죽였지 않았습니까. 북한과의 연계 또는 체재 전복을 위한 탄핵이었다면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겁니다. 탄핵으로 탄생한 친북 성향의 정부이기 때문에 대북 정보활동과 체제 수호를 책임진 국정원과 기무사령부를 축소 변조하려고 한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 의심입니다. 또한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각부처에 무슨 위원회를 두고 전 정부의 일을 번복 또는 폐지하고 단죄하는 것을 보면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졸렬한 행위입니다."

-최근 들어 부쩍 '방어적 민주주의'(Defensive Democracy)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자유가 허용된다 해도 민주적 기본 요소인 인권, 자유권, 생명권, 국민주권, 권력분립 등의 가치와 제도를 부인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의법처리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주의인데요, 지금 방어적 민주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방어적 민주주의 개념은 2차 대전 이전 독일의 바이바르공화국에서 나치가 태동하면서 전후 서독의 헌법인 기본법에 조문화된 개념입니다. 합법적으로 집권한 세력이 독재가 될 수 있는 민주주의 맹점을 경고하고 민주를 가장해 독재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경종에서 나온 것입니다. 우리나라 방어적 민주주의의 예는 통합진보당 해산입니다. 내란음모와 선동으로 국가를 전복하는 것까지 자유로 보장할 순 없다는 거지요. 선동은 곧 대중을 우민화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몬 아테네의 사례에서 보듯 민주주의는 선동에 취약합니다.

선동을 바로 잡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하는데, 지금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마구 유출하고 언론은 그것을 기사화함으로써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 만으로도 언론에 의해 단죄되고 죄인이 됩니다. 이는 명백히 자유민주주의에 위배되고 불법입니다. 정치가 선동을 이용하면 대중독재로 흐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언론이 바로서야 합니다. 권력의 앞장이가 돼 나팔수가 되는 언론은 가장 무서운 사회의 해악입니다."

-진보는 보수를 꼭 친일 수구 세력이라고 부릅니다. 해방된 지 73년이 지났는데도 이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대중의 반일 감정에 편승한 전략일 텐데, 보수 쪽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한국에서 정적 타도의 유효한 수단 중 하나가 친일파라고 공격하는 겁니다. 아직까지 친일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일제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고, 한일간 현안이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해방 직후 김구 선쟁은 친일파로 공격하는 것을 삼갈 것을 주장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국내 동포들이 생활하면서 겪은 고생이 얼마나 막심했겠느냐며 민국 건설에 도움이 되면 사소한 친일은 묻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진보세력은 자기 진영의 친일 전력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는 겁니다. 친일 명단에는 여운형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사실 여운형은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친일파에 들어가고도 남는데요."

-한국진보세력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포기했다고 보시는지요.

"1990년 전후로 맑스주의적 공산당이 몰락한 후 교조적 사회주의는 적어도 집권세력에서는 밀려났습니다. 현재는 폭력적 수단을 포기하고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점진적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한 1951년 프랑크프르트선언의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 전통을 잇는 민주사회주의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당시 SI를 주도한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회민주당은 지금도 기성 정치에서 선거와 의회를 통한 사회개혁을 지향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1940년대 조소앙의 사회당과 1950년대 후반의 복지주의를 표방한 조봉암의 진보당이 사회민주주의 또는 민주사회주의와 가깝습니다. 이들은 반스탈린과 반독재를 기치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종북 친북과 연계된 한국의 현 진보세력은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폭력혁명을 포기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흔희 새는 좌우 날개가 균형을 이뤄 난다고 합니다. 국민의 복리를 위해 보수와 진보가 건전한 경쟁을 하면 주권자인 국민도 좋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한국의 진보진영은 종북 친북으로 오염돼 있습니다. 책에서 한국에 진정한 진보주의가 자리잡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셨는데, 한국에서 온건한 진보주의 태동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무엇보다 우선 진보세력은 종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대한민국에 애국적인 세력으로 변신해야 합니다. 헌법에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노선으로 가야 합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인 동시에 공화주의이기도 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바로 헌법에 명시한 대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통일방안은 연방제가 아닙니다. 우선 교류와 협력을 통해 동질성을 회복한 후 남북연합방식으로 평화 공존을 하면서 마지막 단계에서 통일로 갑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는 미국 철수를 전제로 한 적화통일을 위한 통일전선전술입니다. 친북 종북에서 탈피하지 못할 때 한국 진보세력은 발전적 민주사회주의가 절대 못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보수세력이 다시 일어나 집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국 보수세력의 진로를 말씀해주신다면.

"진보에 대한 콤플렉스를 버려야 합니다.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보수가 어때서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 인권, 생명, 민주주의, 자유시장, 공화주의 등을 지키면 언젠가는 국민이 그 가치를 알아볼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이만큼 만든 게 누굽니까. 한국의 보수세력이에요. 우선 시급한 것이 보수진영에서 대통령 후보감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의 의석도 대단한 겁니다. 진보에 대항해 싸울 신체는 돼있어요. 프랑스의 마크롱처럼 젊은 지도자를 한명 양성하는 것도 좋고, 신망 받는 중진이 기수로 나서고 원로들이 모여서 이 사람을 적극 미는 방식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SNS를 활용해 젊은층과 소통해야 합니다. 집권 가능성이 보이면 사람은 모일 겁니다. 영웅은 난세에 나오는 겁니다."

디지털타임스 홈페이지 바로가기 / 디지털타임스 뉴스 더보기
네이버 채널에서 '디지털타임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