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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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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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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지난 2월 개봉한 마블의 영화 '블랙 팬서'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을 때였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90% 이상이 흑인으로 구성된 영화라 미국의 흑인 사회를 들썩이게 한 영화였다. 영화관을 가득 채운 흑인들, 통쾌한 장면이 나왔을 때 다같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만, 개봉예정작 광고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가 더 눈길을 끌었다. 한 대학교수가 동양인 남자를 만나 싱가포르까지 가게 됐는데, 엄청난 부자 집안이었다는 얘기. 관람석에서는 피식 하는 웃음들이 터져나왔다. 그 때만 해도 이 영화가 미국에서 이렇게까지 히트를 칠 줄은 몰랐다.
미국에서 아시안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은 확고하다. 수학을 잘 하며, 어릴 때부터 부모들의 기대가 커 공부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 셈에 밝고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나라의 사람들이란 이미지다. 그러나 실제로 아시아인들이 아시아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특히 할리우드는 더욱 그렇다. 영화 시상식에서도 흑인에 대한 지지는 자주 볼 수 있지만 아시안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사실 할리우드는 백인들만의 파티고 무대인 셈이다. 인종다양성이나 평등을 강조할 때에도 아시아인은 배제되고 오히려 웃음거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오스카 시상식에서는 수학을 잘 하고 돈에 밝은 회계사를 나타내기 위해 아시아인 아이들을 회계사 분장을 시켜 내보내 뭇매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25년만에 미 할리우드에서 주조연진이 모두 아시안인 영화다. 1993년에 개봉한 '조이럭 클럽' 이후 처음이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시아인들이 미국에서 겪었던 설움이 꽤 컸던 것일까. 이 영화는 미국에서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며 판세를 키워가고 있다. 개봉 이후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있고,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도 2500만달러 규모의 티켓파워를 보여줬다. 첫째주 매출에서 약 6%가량만 하락했다. 보통 신작 영화들이 첫째주에 비해 둘째주에 약 30% 가량 매출이 하락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연대도 일어나고 있다.
할리우드는 철저한 자본주의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이 영화가 개봉한 것은 단지 아시아인, 정확히 말하면 중국인들의 티켓 파워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 센서스국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아시아 인구수는 2016년 2180만명으로 지난 2006년 이후 10년 만에 43% 늘었다. 2011~2016년 사이 미국으로 이민 온 아시안 인구는 280만명으로, 이 기간 미국으로 이민 온 인구의 35%를 차지했다. 시장 규모와 구매력이 높아진 만큼 영화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속편은 어쩌면 지금만큼 인기를 못 끌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이 모여 결국 의미있는 아시아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아시아 사회의 입지가 커질수록 한국 이민사회의 힘도 커질 것이다. 백인이 아닌 인종이 주연을 맡은 영화가 세계적인 흥행을 할 수 있다면 한국 배우들의 설 자리도 더욱 넓어지지 않을까.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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