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2018 한류지도]‘K팝’으로 물꼬 튼 한국 콘텐츠, 태평양 건너 미국·유럽까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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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05. 오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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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윤여경 기자 tigeryoonz@kyunghyang.com


방탄소년단(방탄·BTS)이 대중문화의 중심지 미국에서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 비영어로 녹음된 앨범이 한 해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두 번이나 오르기는 방탄이 처음이다. 이들의 인기는 남미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먼저 시작됐다. 방탄이 지난 8월 발표한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는 발매 당일 미국·캐나다·일본·브라질·영국 등 65개 국가와 지역 아이튠즈 ‘톱 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앨범 역시 세계 여러 국가의 음원 사이트에서 1위에 올랐다. 방탄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 머물러 있던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 영역을 현대 대중문화의 중심인 미국에까지 넓혔다.

이들을 비롯한 일부 ‘K팝(K-Pop)’은 그간 한국 콘텐츠가 잘 소개되지 않았던 미주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한류가 진화한 ‘글로벌 한류’라고 일컫는다.

■ 한류? K팝!

현재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를 견인하는 것은 K팝이다. 방탄의 인기로 미국을 K팝 인기의 중심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남미가 먼저였다. 브라질과 칠레 등에서 특히 K팝 인기가 높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전 세계 16개국 7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해외 한류 실태조사’를 보면 브라질 사람 중에서 한국 연상 이미지로 K팝을 꼽은 이는 22.6%였다. 드라마, 한식, 영화 등 다른 콘텐츠를 연상한 이가 1~4%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성미경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칠레나 브라질 쪽에서 2010년대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던 K팝 열풍이 멕시코를 거쳐 북미로 전해졌다”며 “남미 사람들은 음원 자체보다는 뮤직비디오 영상을 통해서 음악을 접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이 K팝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남미 중에서도 K팝 열풍이 가장 거센 나라는 칠레이다. 2011년 일본 이후 13개 국가에서 월드 투어를 진행한 <뮤직뱅크>는 2012년 일찌감치 칠레 비냐 델 마르에서 공연했다. 올해 3월에는 다시 산티아고를 찾아 두 번째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이를 ‘한류(韓流)’로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최진옥 칠레센트럴대학 한국학과 교수는 “팬들은 ‘한류’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연구를 위해서 ‘코리안 웨이브(Korean wave)’라거나 ‘올라 코레아나 (Ola coreana)’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며 “K팝 위주”라고 말했다. 칠레와 브라질 등 남미 일부 국가에서 2010년대 초반 <꽃보다 남자> 등 드라마가 방영돼 인기를 얻었지만, 마니아적 관심이었기에 K팝처럼 브랜드가 되지는 못했다.

K팝에 열광하는 팬은 주로 10대 후반 청소년층이다. 가수에게 열정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의 문화가 K팝의 인기를 확산시켰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현지에서 전통적으로 인기를 끌던 팝송이나 라틴 음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들이 K팝을 들었다. 이는 남미 지역 청년들의 탈식민주의적 인식과 결부시켜 해석되기도 한다. 최진옥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을 거부한 이들이 비서구권에서 주목받는 한국 콘텐츠를 통해 탈식민주의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인식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 미국 내 아시안과 히스패닉의 성장

미국에서도 K팝 인기를 사회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있다. 미국 내 아시아계, 히스패닉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것이 방탄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된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할리우드 화제작 중 하나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는 감독과 배우가 모두 아시아계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3주 이상 1위에 올랐다. 배우 전원을 아시아인으로 캐스팅한 할리우드 영화는 1993년 영화 <더 조이 럭 클럽> 이후 25년 만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들의 적극적인 응원에 더욱 화제가 됐다.

K팝 팬 다수를 차지하는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인종) 인구가 미국 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미국 인구센서스국(ACS) 통계를 보면 전체 인구 중 히스패닉계는 2014년 기준 5426만명으로 17.3%였다. 2050년에는 전체의 35%가량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내 일부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를 타고 시작됐던 방탄의 팬덤이 히스패닉계 인구의 K팝 관심과 만나자 붐이 일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가 많은 미국 시장에서 K팝 특유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성미경 책임연구원은 “K팝 팬들이 대개 10대 중후반이다. 부모들은 욕설 섞인 랩을 아이들이 듣느니, 청춘의 불안함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담은 K팝이 낫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음악 유통 환경이 변화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과거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했다. 유튜브 같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채널이 생겨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유통됐다. 내수 시장이 작은 탓에 일찍부터 중국,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노려왔던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외 팬과 소통했다.

방탄의 빌보드 차트 1위 등극 등 기념비적인 소식이 전해지며, K팝은 전 세계 일반 대중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KOFICE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K팝(15.4%)이었다. 북한(14.0%), 한식(12.4%)은 그 뒤였다.

■ ‘망가’에 이은 유럽 마니아층의 관심

유럽에서 과거 K팝 가수의 브로마이드와 앨범은 뒷골목에서 팔렸다. 일본 음악과 애니메이션이 다수였던 상품 꾸러미의 한 귀퉁이에 처박히는 게 보통이었다. K팝은 일본 음악 애호가들이 우연히 접하는 특이한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었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본 만화를 보다가 한국 드라마를 우연히 보게 되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들은 동아시아의 드라마나 만화를 다 즐겨본다. (유럽 사람들에게 이 같은 관심을 심은 것은) 일본 만화 문화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관심을 얻고 있다는 것은 2010년대 초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공연을 열면서 알려졌다.

2011년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공연에는 관객 1만4000여명이 찾았다. <뮤직뱅크> 월드 투어도 2012년 2월 파리에서 열렸다. 프랑스에서는 개성을 존중하는 ‘톨레랑스(관용)’ 덕분에 다양한 지역의 문화가 일찍이 마니아층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역의 한류 소비는 ‘코리안 커넥션’ 등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이뤄졌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K팝과 드라마를 처음 접한 뒤 한식 등 다른 한류 콘텐츠로 소비를 확장했다.

특이한 국가는 헝가리다. 한국문화교류재단의 ‘2017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유럽에만 444개 한류 동호회가 있다.

가장 많은 국가는 헝가리로 131개다. 헝가리는 2009년 유럽 최초로 지상파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방영했다. 시청률이 51.6%에 이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에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012년 영국 공식음원 순위에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면서 K팝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독일 베를린을 차후 K팝이 공략할 수 있는 도시로 꼽기도 한다. <뮤직뱅크>는 올해 베를린에서 월드 투어를 열었다. 베를린이 최근 유럽에서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성미경 책임연구원은 “독일이 최근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에 대한 관심이 높다. K팝이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면 프랑스 다음은 독일이 아닐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청년층 일부가 열광하는 소수 현상으로 인식되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KOFICE에 따르면 유럽 지역에서 전체 소비량 대비 소비량이 가장 많은 한국 콘텐츠는 패션·뷰티(46.6%)다. 한국과 관련해 떠올리는 콘텐츠도 한식, 태권도, IT 산업 등이다.

그래픽 | 윤여경 기자 tigeryoonz@kyunghyang.com


■ K팝 유통 중심지 ‘아세안’

유튜브에서 방탄의 음악이 가장 많이 소비된 도시는 서울을 제외하곤 베트남 호찌민, 태국 방콕, 페루 리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다. 블랙핑크 역시 방콕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수라바야, 필리핀 케손시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조회수가 높았다. 빅뱅, 트와이스, 세븐틴 등 대부분의 K팝 가수도 상황이 비슷하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에 속한 10개국) 지역 청년들이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접하고 인터넷을 타고 소문이 퍼진 한류 콘텐츠가 미국과 유럽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청년층 인구가 많은 베트남,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앞으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경제력이 상승하며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아세안 지역에서는 K팝 외에 예능 프로그램과 다수의 드라마도 이미 진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에 출연하는 한국인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뷰티·패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KOFICE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 대부분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도는 각각 40~60% 수준이다.

이 지역에서 한국 콘텐츠가 주목받는 이유는 아시아에서 비교적 먼저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에 대한 선망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역사와 영토 분쟁 문제로 아세안 국가의 거부감을 사는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한류 콘텐츠가 아세안 지역에서 쉽게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로 분석된다. 서구에 비해 고령 인구가 적고 10대 인구가 많은 점, 경제성장 잠재력을 고려하면 아세안은 세계로 뻗어갈 한국 콘텐츠 기업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꼽힌다.

■ 일본 틈새시장 노리는 웹툰

일본은 자국 콘텐츠의 힘이 강해 한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못하지만 워낙 시장이 넓고 문화 콘텐츠 소비가 활발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2018)은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 순위를 한식(51.8%), K팝(50.2%), 한류스타(39.8%), 드라마(31%), 뷰티(29.8%) 등으로 정리했다.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먹방’이 유행하면서 일본 청년층에서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 멤버가 있는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인기도 상당하다.

최근엔 웹툰의 인기가 높다. 일본 웹툰 시장에서 한국 기업 네이버 자회사 ‘라인망가’와 카카오 자회사 ‘픽코마’의 점유율은 1·2위다. 지난해 일본 대형 출판사 고단샤, 쇼가쿠관, 슈에이샤 등이 웹툰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서현철 레진코믹스 콘텐츠제휴팀장은 “모바일에서 최적화된 세로 스크롤 편집에 대해 많이 묻고 갔다”며 “일본은 전통적으로 소년 만화가 강했는데, 이런 종류의 작품이 웹툰에선 크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 웹툰 시장은 로맨스, ‘BL(보이즈 러브)’ 등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기존의 만화 시장과 풍토가 달라 일본이 웹툰 세계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서 팀장은 “일본이 콘텐츠 강국이라 향후 웹툰 시장에서도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중국 엔터는 성장 중…한한령 이후?

KOFICE 통계를 보면 중국에선 드라마(50.4%), 한류스타(48.6%), 뷰티(47.8%), 한식(41.8%), K팝(40.2%) 순으로 인기였다. 최근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중국 내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확대와 함께 성장했다. 중국의 1990년대생인 ‘주링허우(九零後)’, 2000년대생인 ‘링링허우(零零後)’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다. 2017년 드라마 <도깨비>는 중국에 정식 수출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등을 통해 전해지며 인기를 끌었다. 중국의 소비자는 이미 TV 등 전통적인 매체에서 벗어나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치이’ ‘유쿠’ ‘텐센트’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고 있다.

이병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중국 청년은 정치와 문화를 별개로 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영향으로 ‘한한령’이 내려졌을 때도 청년층의 한류에 대한 호감은 더욱 늘어났다. 다만 중국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자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한류 스타가 중국에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한류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이 지속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중국의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압도적인 자본과 인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자체 콘텐츠가 머지않아 한국 콘텐츠를 몰아낼 정도의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중국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는 중국 자국 콘텐츠에 밀려나고 있다. 인기 한국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 조회수는 45억회였지만 후난위성TV에서 지난해 1월 방송한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270억회를 기록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중국의 인기 드라마는 평균 35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각국이 진출하면서 중국 문화산업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끈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인기 있는 여러 해외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다.

한한령이 사그라든 뒤에는 중국 시장도 낙관적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스튜디오앤뉴 장경익 대표는 “한국 드라마는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 한한령 이후라면 경쟁력이 있다”며 “제작비가 크게 치솟고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일정 제작비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 ‘한류’에서 벗어나 콘텐츠로 뜨다

‘한류’는 1990년대 말부터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생겨난 용어다. 한국 문화가 타 지역으로 파고든다는 뜻으로, 냉기가 밀려온다는 뜻의 ‘한류(寒流)’와 엮어 2000년 중국 언론이 만들었다. 이후 게임, 영화, 예능 등 한국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콘텐츠에는 ‘한류’가 붙었다.

그로부터 20년, 이제 각 국가에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문화를 소비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일부 연구자들이 ‘한류’라는 명칭으로 지금의 현상을 분석하는 정도다. 다만 일본의 ‘재패니메이션’처럼 특정 장르가 브랜딩화한 경우는 있었다. 한국 아이돌 가수 특유의 군무, 퍼포먼스를 특징으로 하는 ‘K팝’이 그렇다.

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존재하진 않지만 세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성미경 책임연구원은 “과거 ‘한류’에는 영토적 개념이 녹아 있었지만, ‘K팝’에는 그런 정의가 없다. 하나의 문화 현상일 뿐”이라며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시대에, 공유와 소통의 개념으로 한류를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본연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보편적 감성을 움직이는 콘텐츠는 전 세계인의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 10대에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방탄의 사례가 그 예다.

◆한류(韓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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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허진무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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