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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진 Aug 07. 2018

황제를 위하여

14화  황제를 위하여      

그가 다시 의식을 복구하고 처음 본 광경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부서진 기둥과 건물들의 잔해였다.

아주 오래전에는 라이어인, 타이러스인, 지구인, 무아인, 토큐인 많은 기계인 합성인 가상체들이 이우주의 수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저번에 동력을 상실하고 다시 의식이 복구된 것이 1000년 전,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저번에는 왕궁의 천장과 지붕은 일부 남아있었는데 그것이 무너지면서 자체 태양전지 패널이 보조 전력을 충전해 의식을 복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구라 라이타이러스 오토스 360세 황제'는 지금은 흔적만 남은 왕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황제였다.     

은하계를 하나로 통일하고 전 은하에 최초 통일 황제가 되었고 마지막 황제도 되었다.

양자 두뇌는 13,571,113번 교체되었고 의식은 360번 판올림을 했다.  

그가 사용하는 동력은 시그마급 태양 2기를 단독으로 사용하였고 데이터 처리를 위한 뉴로링크 서버를 20000기 사용했었다.

직할 가상세계가 5개, 10경의 의식과 인격체를 거느리고 있었다.

지금은 그에게 남은 것은 그가 앉아있는 왕좌와 부서진 지휘봉뿐이었다.

지휘봉에는 황제의 표식이 새겨진 깃발이 달려있었고 끝에는 프리즘이 달려있었다.

프리즘은 깨져서 황제의 발아래 있었고 깃발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황량한 사막은 점점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황제는 충전량을 확인했다.

일몰 후 1시간 다시 정도 버틸량이 충전되어 있었다.

안전모드로 들어가면 다음 의식을 차릴 때까지 가상세계로 들어갈 수 있겠지만 아무도 없는 가상세계에 가는 것도 싫었다.

복제 의식으로 가상세계를 채워보기도 했지만 의식들은 증발되듯 사라져 갔다.

이 은하제국이 원인을 알 수없는 의식들의 증발로 사라져갈 때 황제는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은하계의 끝에서부터 의식들이 증발되기 시작했다. 그냥 사라져 버렸다.

점차 확대되어 전 은하계에서 생명체가 사라진 것이 불과 만년이 되지 않았다.

황제의 의식만 두고 모든 의식이 사라져 버렸다.

그가 복제한 의식들조차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라져버렸다. 증발해버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게 수 경의 의식들이 없어졌다.

어둠이 황제의 왕좌를 덮자 더 이상의 충전은 되지 않았다.

이제 1시간 정도 남았다. 황제는 선택해야만 했다.

하늘은 어두워졌고 무수한 별들이 하늘을 채우기 시작했다.

황제는 결심했다. 그 별들을 계속 보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안전 복구 시스템을 해제했다. 이제 다시는 의식을 찾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그냥 최대한 밤하늘의 별을 보고만 싶었다.

많은 요정의 재잘거림도 많은 생명체들의 알현도 처음 은하제국을 선포하던 기억도 대관식의 화려함도 이제 다 스쳐가는 기억의 한 조각일 뿐이었다.

타이러스인들과 라이코인들과의 전쟁 속에서 보았던 전쟁의 기억도 이젠 모두 사라져 버릴 것을 알고 있지만 황제는 결정했다 더 이상 깨어나지 않겠다. 이제 끝을 볼 때가 된 거라 생각했다.

계속 밤하늘을 보던 황제는 동쪽 끝에서부터 지나가는 작은 위성을 보았다.

가상세계 서버 위성 ‘이어도’ 위성은 밤하늘을 갈라 서쪽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황제의 직할 가상세계 서버 위성 중 하나로 제일 작은 규모의 백업 서버 위성이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요정들의 둥지는 내 주위에 있었구나.” 황제는 짧게 말하고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은하계를 최초로 통일한 황제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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