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들과 협업 … 거리 감성 담아
디지털 마케팅 강화해 젊은층 유혹
새 크리에이터의 파격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 버리고
호랑이·양귀비 등 독특한 문양 구현
밀레니얼 세대에 어필
핸드백 등 소비자 절반이 35세 미만
작년 매출 62억 유로로 42% 증가
상하이 유즈 뮤지엄서 ‘가짜’ 주제 전시회
가운데가 비어있는 직육면체 가구들을 벽에 붙인 도널드 저드의 유명한 작품은 멕시코 작가 호세 다빌라에 의해 종이 박스로 재현됐다. 벨기에 작가 빔 델보예는 먹고 마시고 싸는 인간의 생체구조를 기계장치로 똑같이 만들어 기계가 배변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의 마준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칠까지 한 도자기 TV를 내놨다. 전시장 마지막에는 뉴욕타임스가 들어있는 빨간 우체통 같은 것이 설치돼 있는데, 자세히 보면 ‘The New Work Times’다. 전시 도록을 가짜 신문 형태로 만들어 관람객을 끝까지 웃음 짓게 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나오며 ‘도대체 오리지널이란, 독창적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복제는 일종의 신성모독이다. 신을 모욕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신의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행위”라고 전시를 기획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은 말한다.
형이상학 회화의 대가 데 키리코(De Chirico)의 화풍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스페인 화가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28)은 2015년 ‘#구찌그램’ 프로젝트부터 함께 일을 시작했는데, 뉴욕과 밀라노의 널직한 건물 벽면에 구찌의 이미지를 초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아트월(Art Wall)’ 작업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2018 크루즈 런웨이 티셔츠에도 사용됐다. 현재 대림미술관에서도 전시를 하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코코 카피탄(Coco Capitan·26)은 원래 사진 작가였으나 통찰력 있는 문구와 개성 있는 글씨체가 구찌의 눈에 띄어 발탁된 케이스.
눈이 약간 사시인 사람들의 오묘한 표정과 알록달록한 오브제를 그려내는 영국의 40대 작가 언스킬드 워커(Unskilled Worker·본명 Helen Downie)는 2014년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 패션전에 내놓은 초상화 작업이 계기가 되어 구찌와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출시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 “핸드백 팔지 않고 감성을 판다”
구찌는 지난 4월 피렌체에 브랜드의 미래를 책임질 연구센터 ‘구찌 아트랩(ArtLab)’을 설립했다. 3만 7000㎡가 넘는 공간에 800명이 넘는 직원이 미켈레의 혁신적 미학을 반영한 제품을 연구·개발 중이다. 연내 900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6월에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Björk)에게 미켈레가 만들어준 드레스 등을 피렌체 ‘구찌 가든’에 새로 전시하며 동시대 대중예술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의 옷은 남성용과 여성용의 구분이 모호하다. 미켈레의 첫 향수 ‘구찌 블룸’의 모델로 여성을 위한 성애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다코타 존슨, 트랜스젠더 여배우 겸 모델인 해리 네프를 내세운 것 역시 이를 방증한다. 15일자 뉴욕타임스 T매거진은 “그는 슬리퍼나 핸드백을 팔지 않는다. 그가 파는 것은 괴짜스러운, 모든 것이 집약된, ‘감성’”이라고 분석했다.
미켈레를 발탁한 새 CEO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i·56)가 2015년 1월 이후 선보인 ‘숫자’들은 패션계의 전설이 됐다. 2014년 35억 유로였던 매출은 지난해 62억 유로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덕분에 구찌는 모기업인 케어링(Kering) 그룹이 루이 비통을 보유한 명품 라이벌 LVMH 그룹을 크게 앞서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그래픽 참조). 비자리 회장은 지난 6월 7일 피렌체에서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연내 100억 유로 매출을 달성하겠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또 “영업 이익률도 지난해 34.5%에서 40%로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상하이=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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