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김회권 숭실대 교수] 교회가 ‘하나님의 도성’으로 이끄는 사명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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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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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도성, 그 빛과 그림자’ 펴낸 김회권 숭실대 교수
김회권 숭실대 교수가 지난 10일 숭실대 교목실장실에서 7년 준비 끝에 내놓은 ‘하나님의 도성, 그 빛과 그림자’의 집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송지수 인턴기자


이 책 ‘하나님의 도성, 그 빛과 그림자’(비아토르)는 독특하다. 5세기 아우구스티누스의 대작 ‘하나님의 도성(신국론)’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동시에 이를 프리즘 삼아 21세기 대한민국 기독교를 다시 읽어낸다. 독후감이자 해설서라고 하지만 그 책과 그 시대에 대한 분석만큼이나 오늘날 한국 기독교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깊은 성찰이 담겨있다. 이 책 자체가 이 시대에 다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입증한다고나 할까.

지난 10일 숭실대 교목실장실에서 만난 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기독교 고전은 마치 활화산 근처에서 굳어진 용암과 같다”며 “예수님과 사도들로부터 연대기적으로 가까울수록 기독교 본연에 충실해서 원본에서 멀어진 우리를 되돌아보게 해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이 책을 쓸 때는 기독교 신앙이 본래의 동력을 잃고 염세주의가 득세하던 기독교 간조기였다고 진단한다. 대중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엘리트계층으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한 지금 한국의 상황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 교수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인문 리더십’이 있다”며 “엘리트들의 숫자는 적어도 그들이 진입을 거부하면 기독교가 대다수 한국인의 마음에 돌아오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교회에 나오진 않더라도 적어도 저런 게 기독교로구나, 호의를 갖고 관망할 정도의 격조를 보였어야 했는데 지금 한국교회는 물신숭배, 중산층의 치부 및 권력 향유 욕망 조장 등 최악의 조합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마디로 한국에서 기독교가 제대로 꽃 피기도 전에 조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독교 전체가 망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김 교수는 “예수님 십자가의 진수를 보여주는 진짜 기독교는 은닉돼 있고, 기독교 진리에 정면으로 어긋난 사람들이 마치 기독교의 대표인 양 나와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의 도성’에서 당시 로마제국을 지탱하던 다신교적 우상숭배의 어리석음과 자기파멸적 모순을 낱낱이 파헤친다. 이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하나님의 도성의 완성이라는 관점에서 하나님의 유일신앙을 옹호하고 변증한다. 참된 공의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할 때만 가능하며, 한 국가의 존립과 번영은 누구를 신으로 믿느냐에 달렸음을 선포한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도성’은 자기애에 따라 운영되는 인간의 도성을, 자기 부인과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운 하나님의 도성이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흡수할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세상 역사 전체를 하나님의 도성을 건설하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목적론적인 역사관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도성은 지상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천국까지 다다른다는 점에서 목적지향적 순례를 하는 공동체”라며 “인간의 도성을 견인하는 것이 곧 교회의 사명”이라고 했다.

정작 오늘날 현실 교회의 모습을 보면 낙관적 기대를 품기가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오직 하나님만 믿으며 보편적인 공교회를 추구하는 사람과 시대의 주류 이데올로기인 돈과 권력을 좇고 자기 이익만 관철하려는 사람들은 선명하게 구분될 것”이라며 “이런 시대에 박수만 받고 환영만 받는 목회자는 어쩌면 이미 하나님의 진리를 이탈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아우구스티누스와 마찬가지로 김 교수 또한 “교회는 하나님의 십자가 사랑으로 운영되는 공동체이기에 인간의 도성이 망해도 여전히 존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실교회가 아무리 모자라 보여도 이 세상에 교회처럼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돈과 시간을 들이는 조직은 없다”며 “무엇보다 교회는 성령 안에 있기 때문에 자기 갱생, 자기 극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죄가 활개 칠 때 우리 인간은 성령의 음성을 듣지 못하지만, 우리가 들으려고 하면 크게 말씀해주신다”며 “성령이 충만하면 각 교회의 들을 귀가 있는 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본주의적 낙관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빛과 그림자’를 같이 보자는 의미가 담긴 제목이 암시하듯 책은 하나님의 도성의 장단점을 함께 살핀다. 가장 큰 그림자로 내세적 구원에 치우친 천국관을 들고 있다. 그는 “내세지향적인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현실에 참여해 사회를 바꾸고 하나님나라 운동을 해야 할 사람들이 내세적 구원에만 치우치는 게 문제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죽음을 앞둔 암환자나 노년층에겐 내세지향적인 신앙 또한 소중하다. 하지만 지금 10∼30대가 고통받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을 외면하면서 내세로 도피하려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땅을 하나님나라로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김 교수는 “하나님나라의 좌표를 먼저 설정해놓아야 한다”며 “자본주의의 소비지향적인 주류 문화를 벗어던지고 대항 사회, 대안 사회를 상상해서 그 상상을 실제로 만들려는 노력 없인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의 교란을 막고, 한국전쟁 때 동포끼리 총부리 겨눈 것을 회개하며 북한 동포를 위해 헌금하고, 교회 재정을 쌓아두는 대신 희년기금을 만들어 청년을 육성하는 것이 모두 하나님나라의 좌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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