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존재 이유’

강진구 기자

‘검사와 스폰서’ 방영에 응원 글 5000건 밀물

“권력이 왜 방송장악 하려는지 보여준 사례”

MBC 「PD수첩」이 다시 전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PD수첩의 ‘존재 이유’

「PD수첩」이 지난 20일 ‘검사와 스폰서’편을 방영한 이후 MBC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을 응원하는 글이 5000건 넘게 쏟아지고 있다. 향응과 성 상납으로 얼룩진 검사와 지역업자 간의 유착관계를 다각도의 추적을 통해 파헤친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속이 다 후련하다’(김영호) ‘「PD수첩」 아니면 할 수 없다’(유규형) 등 벌써부터 후속보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MBC 내부에서는 지난주만 해도 프로그램이 제대로 방영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판결로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민감한 시점에 현 정권과 MBC 경영진이 인화성 높은 프로그램의 방영을 허용하겠느냐는 예상이 있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후 KBS, SBS, YTN 등이 시사교양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비판의 날이 무뎌지는 상황에서 비판 프로그램의 마지막 ‘아이콘’이 된 「PD수첩」은 고비때마다 유·무형의 압박과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로 「PD수첩」은 2008년 4월 ‘광우병보도’ 후 검찰의 압수수색에 이은 대규모 수사로 제작진이 전원 기소되는가 하면 2009년 ‘4대강과 민생예산’은 보수시민단체의 고발로 방송통신심의위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황우석 파동’을 비롯해 각종 ‘성역’을 파헤쳐온 최승호 담당PD는 MBC노조가 파업 중인 상황에서 혼자서 취재와 편집을 혼자서 도맡으면서도 ‘진실의 힘’에 강한 신뢰를 보냈다.

그는 엄기영 사장 재직시절인 올해 초 현직검사 57명의 향응비리가 기록된 문건을 입수한 뒤 검찰과 사내·외 ‘트집’을 이겨내기 위해 지난 3개월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움직일 수 없는 물증 확보에 주력해왔다.

특히 낙하산 사장 반대와 공정방송 사수를 내세운 MBC노조의 파업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최 PD는 프로그램 방영여부가 불투명한 지난주 말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팩트(사실)가 확실하고 사내 여론도 있는데 프로그램 방영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PD수첩」 보도후 MBC노조 홈페이지와 노조카페(힘내라 MBC)에는 “「PD수첩」을 보고 MBC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엄여사) 등 파업을 지지하는 일반 시민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이번 보도는 집권세력들이 왜 MBC를 장악하려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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