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무죄 판결 의미… “공직자 업무는 감시와 비판의 대상”

장은교 기자

악의적 아니면 언론자유 제한 안돼

조능희(앞줄 왼쪽)·송일준(앞줄 오른쪽) 프로듀서 등 「PD수첩」 제작진이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조능희(앞줄 왼쪽)·송일준(앞줄 오른쪽) 프로듀서 등 「PD수첩」 제작진이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2일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PD수첩」 형사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언론의 정부 정책 비판을 담당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법원은 “사인(私人)과 공인(公人)의 명예훼손을 판단하는 기준은 달라야 한다”며 공적 문제에 대한 언론 감시기능의 중요성과 자유를 강조했다.

MBC 「PD수첩」은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과 정부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송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비판이 거세지면서 촛불집회가 계속됐다.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은 “「PD수첩」 제작진이 허위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작진을 고소했다.

기소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일부 내용은 법원도 허위로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고, 방송 당시 상황에서는 사실로 믿을 만했다”고 인정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부검 결과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인간광우병 의심을 받고 사망했다고 보도한 것이 단적인 예다. 재판부는 “번역 오류 등이 의도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편집 방법에 있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려는 의도의 과장이 있다고 해 허위사실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까지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정·반론보도 청구소송 등 민사재판에서는 허위사실로 인정되면 “원고(피해자) 승소”가 가능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허위로 인정돼도 유죄판결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판부는 “새 협상안에 관해 전문가 회의 등 절차가 없었고, (미국내에서) 광우병에 대한 새로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대책이 검토됐다는 자료가 보이지 않는 이상, 우리 협상팀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허위사실이 아니라 비판이나 의견제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보도내용이 개인적 목적을 위해 ‘사인’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공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공인’의 업무를 비판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인의 공적 업무를 비판한 보도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경우 사적 영역에 대한 것과는 심사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며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과 관련된 표현의 경우는 언론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 특히 공직자의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보도 내용은 광우병 위험성에 관한 것으로 피해자들의 명예와 직접적 연관을 갖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작진은 어느 정도 사실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보도한 것이지, 전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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