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책무성 강화한 ‘유치원 대책’, 과감하게 추진하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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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국공립유치원을 늘리고,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사립유치원 이익집단의 일방적 휴·폐원 등 반교육적 행태를 제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시점에서 교육당국이 내놓을 만한 대책은 대부분 망라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국공립유치원 확충 시점을 앞당긴 게 가장 눈에 띈다. 당초 정부는 전국 평균 25% 수준인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수정해 내년 중 신·증설할 국공립유치원 학급 수를 기존 500개에서 1000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공립 취원율 40% 달성 시기를 1년가량 앞당길 수 있다. 정부는 비리의 발단이 된 회계 문제와 관련해선 국가 회계관리 시스템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원생 200명 이상 대규모 유치원은 내년 3월부터 에듀파인을 써야 하고, 2020년에는 모든 유치원이 대상이 된다.

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등 관련 3법의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국공립유치원을 신·증설하려면 부지와 예산 확보가 필수다. 특히 국공립 취원율의 지역별 편차가 큰 만큼, 젊은 부모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국공립을 더 늘려 정책 체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경기도처럼 아파트 건설이 활발한 지역에선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공립유치원 신설 계획이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는 관련 법 개정 및 국공립유치원 신·증설 과정에서 이익집단의 조직적 저항이나 로비에 흔들려선 안된다.

유치원은 미래 세대의 교육이 시작되는 ‘학교’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의 비리 근절 차원을 넘어 근본적 유아교육 개혁에 나서야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출발선에서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이 ‘로또’가 되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 내고 사립에 보내야 하는 구조는 바꿀 때다. 유아교육의 내용에서도 과잉학습을 유발하는 요소는 제거할 필요가 있다.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교육부 방안은 사립유치원의 땅과 건물을 사유재산으로 일구고, 수십년간 유아교육에 헌신해온 설립자와 원장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내부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과거처럼 집단휴업을 선포해 학부모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정부 양보를 얻어내면 휴업을 철회하는 식으로 대응할 텐가. 이런 단골 수법이 더 이상은 통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쏟아지는 격려와 후원 행렬을 보라. 한유총은 깊이 자성하고 체질 개선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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