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가격·갑질·소송에 얼룩진 ‘국민간식’…치킨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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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26. 오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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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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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간식 ‘치느님’ 치킨…치킨 프랜차이즈업계 잇따른 ‘갑질’ 논란
이번엔 1등 교촌치킨…회장 6촌의 직원 폭언·폭행 논란으로 구설수
BBQ·bhc·네네치킨 등도 점주와 갈등, 소송 등 분쟁…치킨값 2만원 논란 재점화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그야말로, 국민 간식 ‘치킨’의 잔혹사다. ‘갑질’로 시작해 ‘가격’과 ‘소송’ 논란을 거친 후 다시 ‘갑질’로 2018년을 마무리하는 형국이다. 치느님(치킨+하느님), 치킨 공화국(치킨+대한민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몸이지만, ‘갑질 튀김’ 옷을 입은 치킨은 국민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까지 ‘치킨 불매 운동’이 오를 정도다.

이번에 ‘치킨 불매 운동’을 촉발시킨 비운의 주인공은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교촌치킨’. 25일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상무 권 모씨가 직원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그는 권원강 회장의 6촌이다.

권 회장은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교촌 간판을 단 사람은 무조건 돈 벌게 하라”는 소신 경영을 지켜서다. 가맹 희망자가 수백 명 줄 서도 1000개 안팎의 가맹점을 돌파한 뒤 10여년간 그 수를 유지했다. 치열한 경쟁에 따른 가맹점의 수익악화를 우려해서다. 가맹점주 수익을 위해 올해 5월 업계 최초 ‘배달비 2000원 유료화’ 공식 선언도 했다.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심해 우회 전략을 선택한 것.

배달비 책정으로 ‘치킨 2만원 시대’가 열렸지만, 소비자들은 권 회장의 소신 경영에 감동받아 지난해 5월 BBQ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을 때와 달리 애써 비난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당시 BBQ는 8년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국민들의 반발이 심해 다시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서울에 위치한 한 교촌치킨 매장.

그래서 이번 ‘교촌 갑질’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은 더욱 크다. 권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6촌이 일삼은 폭행·폭언에 대해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등을 돌리고 있다. 폭행을 일삼아 퇴사 조치한 권 상무를 재입사시킨 그의 결정에 더욱 반발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촌 갑질’을 처벌해달라는 요구가 속출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영상을 보았는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막무가내 갑질이 존재하는 한 을들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등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인격적인 모독이라도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교촌치킨 불매운동’, ‘교촌치킨 6촌 갑질 강력하게 처벌해주세요’ 등 여러 개의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교촌치킨 이외에도 국내 유명한 치킨 브랜드 BBQ를 중심으로 bhc, 네네치킨, 굽네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모두 ‘갑질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너 및 본사의 갑질, 배달비 책정으로 인한 가격인상 등 치킨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일례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지난해 5월 한 가맹점을 찾아가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가한 혐의(가맹사업법 위반 및 업무방해, 모욕)를 받았다. 당시 BBQ 측은 윤 회장이 인근 행사장에 들렀다가 매장을 방문했고 주방을 둘러보려는 과정에서 과도한 제지를 받았으며 언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욕설은 절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9월 검찰이 윤 회장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해당 송사로 기업 이미지는 악화됐고 윤 회장의 갑질 오너 낙인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앞서 BBQ는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맹점주에게 원치않는 인테리어 개선을 추진해 비용을 떠넘기는 갑질이 적발되기도 했다.

bhc는 가맹점협의회 간부로 활동하는 점주를 대상으로 계약해지를 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가맹점에 광고비를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닭고기 마리당 400원씩의 광고비를 별도로 받았다는 주장이다. 박현종 bhc 회장은 지난 15일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갑질 논란에 대해 “오해받는 측면이 있다”고 대부분 부인했다.

네네치킨은 봉구스밥버거를 인수한 후 이같은 사실을 한달가량 가맹점주에게 알리지 않아 ‘몰래·비밀 인수’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최근에도 “네네치킨을 믿지 못하겠다”며 거리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봉구스밥버거 오세린 전 대표가 책임져야 할 채무와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네네치킨의 비밀 인수를 비판하며 채무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네네치킨은 bhc와 소송을 진행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만 쌓고 있다. 네네치킨이 bhc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bhc 손을 들어줬다. 네네치킨은 추가 대응을 준비하면서 소송은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bhc 관계자는 “무리한 주장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며 “동종업계에서 이와 같이 타사를 폄하하는 일 없이 선의의 경쟁을 하며 가맹점주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동반 성장과 상생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특허를 침해했다면 차별화된 제품인 뿌링클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우 최호식 대표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가맹점주들만 ‘오너리스크’로 매출 감소 등의 피해를 입었다.


치킨 가격도 논란이다. 현재 배달비평균 2000원가량을 포함하면 치킨값은 2만원을 넘는다. 교촌에 이어 최근에는 굽네치킨이 배달 유료화에 나서 배달서비스료 1000원을 부과하면서 치킨 2만원 시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은 가맹본사가 ‘갑질’을 하지 않는다면,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이 가격 인상이나 배달서비스 유료화 등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치킨값이 2만원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치킨이지만, 유독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갑질 논란이 잦다"며 "업계 모두가 상생 등의 노력으로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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