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택시 심야할증시간

노응근 논설위원

서울시가 이르면 다음달 택시요금 인상을 앞두고 밤 12시~새벽 4시인 택시 심야할증시간을 밤 11시~새벽 3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시민의 승차난을 덜기 위해서다. 택시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밤 10시~새벽 2시)와 심야할증시간대 사이에 2시간의 시차가 있어 승차난이 심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분석이다. 따라서 할증시간대를 조정하면 수입 증대를 기대하는 택시 공급이 늘어나 승차난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국회의 ‘택시법안’ 입법으로 시끄러울 때 대안으로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에는 심야할증시간을 오후 10시~새벽 4시로 지금보다 2시간 연장하는 방안이 들어 있었다. 당시 시민은 사실상 요금 인상이라며 불만을 터뜨렸고 택시업계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할증시간이 밤 10시부터 시작되면 택시 손님이 버스·지하철로 가버려 크게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서울시의 할증시간 ‘조정’과 국토부의 할증시간 ‘확대’는 내용에 차이가 있고 내세우는 취지도 다르다. 국토부 안의 취지가 ‘택시업계의 수입 증대’라면 서울시 안은 ‘시민의 승차난 완화’다. 그러나 서울시의 취지에 동의하는 시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할증시간 조정으로 택시 승차난이 과연 줄어들지도 미지수다. 더 많은 수입을 기대하는 택시 공급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할증요금이 부담스러워 승객이 줄어서 승차난이 완화될 수도 있다. 이런 결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서울시내에서 심야에 택시 잡기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서울 택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택시가 밤 늦게 운행하는 것을 꺼리는 데 있다. 매일 운행하는 약 3만2000대의 개인택시 중 1만대가량이 밤 10시 이후 운행을 중단하고 귀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택시 종사자의 평균연령이 58세로 많은 탓이다. 심야시간 조정은 결국 이들에게 돈을 더 벌 수 있으니 운행시간을 연장하라고 ‘유혹’하는 것이니 그 효과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가 시민의 택시 승차난 완화를 위해서라면 시행 중인 심야전용 택시나 심야버스 운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잘 짜여진 대중교통이 끊기는 밤 늦게까지 술을 즐기는 문화도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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