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물계 일원이라 해도 그 지위 떨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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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27. 오후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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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신간 ‘동물미술관’ 저자 우석영 작가

“동물에 대한 교양, 유아기 상태”

“특정 영역 우수하다고 우월한 건 아냐”



‘소녀와 두 마리 개’, 아실 글리센티, 1875.
명화 속 동물은 어떤 모습일까. 화가는 왜 그런 그림을 그렸을까. 우리는 동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동물미술관’은 그림 속 동물을 음미하고 동물과 인간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책이다. 동·서양의 그림 130여 점이 실렸고 100종가량의 동물을 이야기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동물은 인간과 가까운 ‘조력자’이고 신의 마음을 담은 영특한 ‘고등동물’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개·고양이부터 고래까지 반려동물, 야생동물, 농장동물을 만날 수 있다.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만난 우석영 자연 문학 작가·생명철학 연구자는 “동물을 모른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사실 우 작가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은 “동물에 대한 교양의 상태가 유아기 수준”이다. 동물 관련 학문이 뿌리내리지 못한 한국 현실에서 인문학자는 겸손한 자세로 동물을 탐구했다.

‘국정추묘’, 변상벽, 18세기.


‘화저선방’,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18세기. 주세페 카스틸리오네는 중국 청대의 황실 화가였다. 개와 말을 그린 그림이 많이 남아있다.
우 작가는 동물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동물의 지능에 대해서도 고민했다고 한다. “지능이란 생존과 번영과 직결되는 판단과 결정, 행동의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동물이나 인간은 지능을 가졌다는 점에서 같을 수 있다.

“인간이 여러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이 있는 건 맞다. (동물과 비교해) 목성 탐사선 개발·유전자 편집기술 같은 도구 개선 능력, 의사소통과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는 능력 등이 뛰어나다. 그러나 특정한 영역에서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우월한 것이란 생각은 위험하다.”

책은 동물복지를 논할 때 항상 뒷순위로 밀리는 농장동물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요구한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노예화, 도구화”되고 있는 농장동물의 번성을 “피지배 상태의 번성, 손실의 번성”이라고 지적한다. 축산업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공장식 축산의 피해자다. 단위면적당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걸 목표로 사육되는 소에게 먹이기 위한 유전자변형생물을 생산한다.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부른다.

“소고기 생산에 들어가는 생태 발자국이 너무 크다. 공장식 축산이 동물복지형 축산으로 이동하게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말’,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18세기.


‘미국의 새들’, 존 제임스 오듀본, 1835.
잊고 살지만 인간은 동물에 속한다. 우 작가는 인간을 동물의 한 부분으로 볼 것을 강조한다. “인간의 뇌를 지구 진화사에서 출현한 하나의 뇌”로 보고 “동물집단의 성취”라고 인식한다.

“인간은 동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성이 있다. 동물계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정하는 일과 도덕적으로 나은 존재가 되는 건 충돌하는 문제가 아니다. ‘휴먼 애니멀’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이 말을 한다고 인간의 지위가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출판사 궁리

‘가응도’, 이암, 16세기. 이암은 세종대왕의 고손자로 왕족화가였다.


우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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