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반려 돼지, 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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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25. 오후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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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단한 돼지 에스더
스티브 젠킨스·데릭 월터·카프리스 크레인 지음, 고영이 옮김/책공장더불어·1만4000원


캐나다의 한 도시에서 부동산 중개인과 마술사로 일하며 같이 사는 두 남자가 있다. 평범해 보이는 그들의 삶이 평범하지 않은 이유는 반려동물 때문이다. 그들의 반려동물은 개, 고양이 그리고 돼지다.

돼지를 키우게 된 건 일종의 사기를 당해서였다. 친하지도 않은 중학교 동창이 어느 날 갑자기 연락해서는 미니돼지를 키워달라고 했다. 동물을 예뻐하는 마음에 덜컥 반려인이 되긴 했는데, 운동화만큼 작던 미니돼지가 대형견보다 크고 풍만하게 자랐다. 알고 보니 사육용 돼지였다. 그 돼지가 책의 주인공 ‘에스더’이다.

책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반려동물을 만나 달라지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배변 훈련을 다 마치지 못한 에스더의 실수로 집안에 홍수가 난다. 부엌을 습격한 에스더가 요리용 기름을 온몸에 바르고 온 집안을 돌아다닌 재앙도 발생했다. 그렇지만 훈련한 대로 조금씩 달라지는 돼지의 모습을 보았다면? 부엌 찬장을 털기 위해 반려인의 눈치를 살피고 주도면밀하게 행동하는 돼지의 영특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일상의 사건·사고는 사랑스러운 가족의 추억으로 켜켜이 쌓인다.

반려인인 저자가 에스더와 모닝 키스를 하고 있다. 에스더 페이스북 갈무리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한 페르시아 왕비 에스더의 이름을 붙여서일까. 돼지 공주 에스더 역시 세상을 바꾼다. 우선 두 남자는 베이컨을 끊고 채식을 시작한다. 에스더의 일상을 페이스북으로 공개하면서 텔레비전 뉴스와 잡지 커버 기사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자 더 많은 사람들이 에스더를 보면서, 태어나자마자 꼬리가 잘리고 평생을 철제 우리에 갇혀 움직이지 못한 채 새끼만 낳는 농장의 돼지가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는 걸 깨닫는다. 점점 채식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에스더는 그렇게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공장식 축산으로 희생되는 다른 동물에게는 희망을 선물한다.

반려견과 에스더가 매트리스 위에 누워 쉬고 있다. 에스더 페이스북 갈무리


세상을 바꾸는 에스더의 힘은 편견 없는 순수함에서 나온다. 에스더는 먹고 자고 파헤치기를 좋아해서 내내 그렇게 행동한다. 누구도 그런 행동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편안함과 행복을 느낀다. 책에서는 이를 ‘에스더 효과’라고 했다. 이미 그 효과에 취해 에스더의 페이스북 페이지(Esther the Wonder Pig)를 구독하는 이가 벌써 138만명을 넘었다.

농장동물의 복지를 묻는 영화 <옥자>의 봉준호 감독이 추천사를 썼다. “동물을 존중할 때 인간의 품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매 챕터에서 성찰의 순간이 반짝인다. 인간답게 살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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