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뜨공원은 왜 토끼 천국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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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22.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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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유기와 번식의 반복…‘토끼공원’ 된 서울 몽마르뜨공원

동물단체들, 개체수 조절 나서 “구청이 관리 계획 세워야”



동물권단체 하이 조영수 공동대표가 18일 서초구 서초동 몽마르뜨공원에서 먹이로 토끼를 유인하고 있다. 빠르게 번식한 토끼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하기로 했다.
18일 아침 서울 서초구 서초동 몽마르뜨공원. 산책을 나온 시민들 다리 사이로 희고 둥근 동물이 눈에 띄었다. 토끼였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축구경기장보다 작은 공원 트랙을 따라 한 바퀴를 걷는데 9마리를 보았다. 갈색, 회색, 검은색 등 털 빛깔은 다양했고, 몸 크기도 달랐다. 깡충깡충 뛰며 공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토끼들의 주변을 익숙한 듯 까마귀와 까치떼가 에워쌌다. 공원에 자주 온다는 김아무개(61)씨는 “토끼 똥이 많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토끼가 귀엽다며 일부러 손주를 데리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토끼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몽마르뜨공원 입구에는 토끼를 보호하자는 표지판이 있다.
오전 9시 동물권단체 ‘하이’와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공원에 도착했다. 이동장과 치커리, 쑥갓, 사과 등을 손에 잔뜩 들고 왔다. 이들은 손에 먹이를 들고 토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토끼가 손에 든 먹이를 먹으러 다가왔을 때 토끼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똑똑한 토끼들은 친구가 떠나는 걸 보고 쉽게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유기토끼공원’으로 불리는 이 공원에서 동물보호단체들은 17~18일 토끼 30마리를 포획했다. 이 토끼들을 인근 동물병원 두 곳으로 보내 중성화 수술을 하기로 했다. 새끼 토끼 10마리는 임시보호처로 갔다. 이미 포획해 임시보호중인 토끼 39마리와 포획에 실패한 토끼 9마리를 더하면 이 공원에서 살던 토끼만 88마리다. 동물단체는 어른 토끼는 수술 이후 공원에 재방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몽마르뜨공원 토끼.
토끼가 몽마르뜨공원에 터전을 잡기 시작한 시기는 2011년쯤으로 추정된다. 누군가 한 쌍의 토끼를 유기한 뒤 번식이 반복되면서 10여마리가 되었다. 그나마 토끼를 아끼는 자원봉사자들이 사비로 중성화 수술을 시켜가며 개체수를 조절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는 그마저도 어렵게 되자 계속 새끼가 태어났다. 토끼가 많다는 소문에 일부러 토끼를 버리고 가는 이들도 생겼다.

몽마르뜨공원 토끼.
유기한 토끼가 번식해 사회 문제가 된 사례는 호주에서도 있었다. 19세기 한 호주인이 영국에서 야생 토끼 24마리를 들여왔다가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천적이 없던 토끼는 농작물을 싹쓸이하고 숲을 폐허로 만들었다. 토끼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덫을 놓았지만, 현재까지도 호주 사회는 늘어난 토끼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치커리, 쑥갓, 사과 등 토끼가 좋아하는 먹이를 준비했다.
공원에 토끼를 유기한 게 근본적인 문제지만,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서초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지난 6일 서초구청에 공개편지를 보내 중성화 수술과 재방사를 포함한 관리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하자 직접 포획에 나섰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올해 3월부터 구청에 관리 계획을 요청했는데 마땅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서 지역 사회의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19일 “동물보호단체가 구청과 협의 없이 포획을 이미 마쳤다. 중성화 수술을 포함해 구청도 토끼를 관리할 계획이었다. 재방사 여부를 포함해 앞으로 토끼를 어떻게 할 지는 내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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