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삶 속에 끊임없이 방생하는 젊음, 박천서 시집
종이처럼 매끄럽지 않은 울퉁불퉁한 담벼락에 그리는 벽화. 고운 빛깔, 부드러운 곡선 하나 없이 투박하고 척박하게까지 느껴지는 ‘꾸밈없음’이 그의 매력이다. 간절하지도 않지만 무심하지도 않은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노래하는 시인의 감수성을 따라가 보자.
종이처럼 매끄럽지 않은 울퉁불퉁한 담벼락에 그리는 벽화. 고운 빛깔, 부드러운 곡선 하나 없이 투박하고 척박하게까지 느껴지는 그림은 박천서 시인의 작품세계를 대변한다. 메마르고 퍽퍽한 삶, 그 삶 속에 녹아든 건조한 현대인의 자아를 어떤 수식도 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은 간절하지도 않지만 무심하지도 않은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아버지는 자연으로 회귀하였다고 나직이 읊조리는 모습, 한낮에 공원에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품는 적나라한 욕망은 착잡하고 어두운 세상에 억눌려 있는 마음이 폭발하면서 나타내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성욕이다. 박천서 시인은 그러한 본연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빛바랜 벽화같은 ‘꾸밈없음’이 시집의 매력이다.
내일이 보이지 않고, 사시사철 회색빛의 하늘로만 덮여 있을 것만 같은 일상 속에서도 시집 ‘벽화 그리기’는 허름한 담벼락에 그린 그림처럼 언제나 같은 자리에 그리고 담담하게 머물러 있을 것이며, 시선을 주는 누군가에게 조그만 위안과 안식을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