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이기' 의혹 관련 文정부 우회적 겨냥
경찰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보이지 않는 손의 '이재명 죽이기' 의혹을 들고 나섰다.
이 지사는 29일 오전 경기 분당경찰서에 출석했다. 친형 재선 씨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과 배우 김부선 씨 스캔들 관련 의혹을 조사받기 위해서다.
경찰 출석을 앞두고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터무니없는 압수수색까지 당하고 분당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간다"며 "나에 대한 수사만 보면 과연 경찰이 촛불정부의 경찰 맞는가 싶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자신이 조사받는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박근혜정권에서도 몇 차례 스크린된 사건"이라며 "그 때도 경찰이 이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에는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간접적 압박의 의도가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그러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왜 그러느냐'는 항변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당한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배우자 김혜경 씨가 경찰에 출석했으나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항의한 뒤 조사 도중 귀가한 바 있다.
당시 김 씨의 변호인은 "비공개로 (조사)하기로 해놓고 경찰이 언론에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가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을 '망신주기'식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이재명 죽이기'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과 관련해, 이 지사가 "촛불정부의 경찰 맞느냐"라고 물은 것에는 '문재인정부가 촛불정부 맞느냐'는 의미도 은연 중에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이 지사는 경찰에 출석하며 세(勢) 과시 또한 병행했다. 이 지사의 지지자 300여 명이 분당경찰서 정문 앞에 나와 "편파수사 그만두라" "이재명은 무죄다"라고 외쳤다.
이 지사는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느라 포토라인에 서는 시간이 10여 분 지체되기도 했다. 수백 명의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한 것 자체가 다분히 정치적 세 과시의 의도가 있어보인다는 지적이다.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이 지사는 경찰 출석과 관련해 "인생지사 새옹지마 아니겠느냐"며 "사필귀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세월이 흐르다보면 세상 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안희정 날아가고 이재명 잡았다'는 말이 국정감사장에서까지 공공연히 회자되는 마당에, '미래권력'으로서 '현재권력'을 우회적으로 겨냥하는 뜻이 엿보인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경기지사의 한 시간은 (경기도민) 13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며 "(조사는) 빨리 끝날 것"이라고, '촛불정부의 경찰'을 계속해 압박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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