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양 결핍자 모두 나와' 대구로 가을 여행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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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철도와 도로교통, 숙박과 식음 등 여행 인프라가 잘갖춰진 도시다.

[대구=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영남의 중심도시 대구에 대한 이미지는 보통 ‘보수적’이란 평이다. 얼핏 철옹같은 전통적 유교가치로 단단히 무장한 듯 보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새로운 문화와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도시다. 무채색 껍데기를 한장 씩 걷어내면 ‘컬러풀 대구’란 슬로건에 딱 맞는 화려함이 눈이 부시도록 비져나온다.
원도심이 잘 보존된 대구는 골목투어가 발달했다.

대구는 가을에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독서의 계절이니 책 한권 들고 서울역 고속열차에 오르면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딱 도착한다. 대구 도시열차 3호선은 주요 관광지를 꿰고 다니며 시내버스와 택시도 잘 되어 있다. 대도시 특유의 숙박 식사 인프라가 든든하니 먹고 마시고 즐기기에도 어려움이 없다.

대구 원도심 골목 투어가 재미난 도시다’.
대구 종로 일대에 생겨난 기생문화골목 ‘피어나길’.
골목투어의 중심지 대구에 기생문화골목 ‘피어나길’이 생겼다.

◇대구의 골목, 새로운 이야기 기생길
원도심이 오롯이 잘 보존된 대구에는 수많은 골목이 있다. 그래서 근대골목,김광석길 투어 등 골목을 활용한 관광자원이 많다. 이번엔 기생문화 골목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춤을 추고 있는 기생. 대구 ‘피어나길’은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기생 문화와 역사에 대해 다시 재조명하는 사료들을 전시중이다.

아예 일제에 진 빚을 갚아버리자며 국채보상운동을 벌였을 정도로 ‘돈이 돌았던 도시’ 근대 대구에는 요정이 참 많았다. 많은 때는 약 130곳이 있었다 한다. 요정에는 기생이 있었다. 황진이나 춘향, 논개처럼 옛날 기생이 아니라 근현대화된 요정에 있었다. 대구에도 종로가 있는데 이곳에 요정이 몰려있었다. 최근 ‘기생문화 골목’이 문을 열었다.

대구 종로 일대에 생겨난 기생문화골목 ‘피어나길’.

요정전시관 ‘의기정(義妓定)’에서 기생에 관한 전시물을 보며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기생’이라 하면 흔히 룸살롱 호스테스 정도로 인식되기 쉽지만, 잠자리를 하는 창기(들병이·작부 등)와는 다르다. 유부녀도 기생을 할 수 있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사실 ‘대중 예술인’ 계층이었다. 특별한 무대가 없었을 당시 요정 술자리,밥자리에서 대중문화를 선도했다.
한양의 예비 기생(운평)들은 장악원을 통해 시화와 음악, 춤에 대해 따로 배웠다.

국가에서 관리하기도 했다. 조선은 교방을 두고 지방 기생을 관리했으며, 한양 기생은 장악원(掌樂院)을 세워 따로 양성했다. 스카우트 격인 채청사에게 캐스팅(?)되면 ‘운평’이 되어 연습생 생활을 하고 궐내에 들어와 정식 데뷔(?)하면 ‘계평’이 됐다. 의녀도 기생으로 분류됐다니 대장금 역시 기생에 속했다.

대구 종로 일대에 생겨난 기생문화골목 ‘피어나길’에 전시된 조선 기생 사진.

예쁘기만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자리에서 만나는 이들은 고관대작이나 부유층이었기 때문에 예를 갖춰야했고 시문과 그림 춤 음악에 두루 능해야 했다. 특히 가장 수준이 높은 일패기생은 여느 반가 처자보다 학식이 높고 시문에 능했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 해서 해어화(解語花)라 불린 이유다.

대구 권번 소속 기생. 제공 | 피어나길

조선 말기 갑오개혁 이후 교방이 철폐됐고 관기들은 조합을 설립했다. 기생은 능력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갖게 됐지만 일제에 의해 조합은 권번(券番)으로 바뀐다. 대구에는 대구기생조합(대구권번으로 바뀜) 달성권번 등이 있었고 광복 후에도 새로 대동권번이 생겨났을 정도로 성했다. 기생들은 도수원 금호관 등 이름난 요정에서 활동했다.

대구에서 마지막 요정의 명맥을 잇고있는 ‘가미’.

1970년대까지 이어져온 대구 요정은 서양식 술문화와 단속 등에 문을 닫고 거의 자취를 감췄다. 현재 종로 가미(옛 식도원)만이 명맥을 유지하며 ‘박물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구 종로 일대에 생겨난 기생문화골목 ‘피어나길’.

이곳에 피어나길(조선 기생문화 골목)이 생겨났다. 만경관 맞은편 종로 골목 안쪽에 다양한 콘텐츠와 휴식공간을 마련해놓았다. 근대문화 골목과 문화적 지형적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대구 종로 기생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관 ‘기생 이야기’와 옛 풍류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정전시관 ‘의기정’이 있다. 의기정에는 실제 요정 130여 곳의 미니어처와 기생 가체, 장식품을 전시했다.
기생문화골목 ‘피어나길’에선 근현대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야외 전시장 ‘기생 이야기’에는 대구국채보상운동에 당시로선 엄청난 거액인 100원을 내 운동에 기폭제가 됐던 대구기생 ‘앵무’ 이야기를 비롯해 다양한 사료를 만날 수 있다.
대구 ‘피어나길’ 설하정 지하에는 백년우물이 있다.

대구 빈대떡과 무침회를 맛볼 수 있는 교동할매빈대떡도, 대구명물 막창구이집, 일본인이 직접 경영하는 이자카야 시게야도 골목과 함께해 근대 분위기를 살린다. 전통차와 커피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찻집 ‘설하정’도 있다. 찻집 바닥은 우물이다. 100년도 더 된 실제 우물을 보존해놓았다.

대도시 대구에는 특유의 값싸고 맛있는 먹거리와 주전부리가 즐비하다. 납작만두(미성당).
대구 연탄불고기(칠성시장).
대구 찐교스(영생덕).
대구 비빔군만두(태산만두).

◇대구, 진한 가을 향기 속으로
가을이 가속을 내기 시작했다. 요즘은 대구올레 팔공산 6코스(단산지 가는 길)가 좋다. 팔공산에는 팔공산의 8자를 딴 8개 코스와 팔공산 자락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 4개의 연결코스까지 총 12개의 길이 있다.

대구에는 가을에 즐기기좋은 걷기코스가 많다. 제1코스 불로동고분군.

6코스 단산지 가는 길은 불로동고분군에서 출발한다. 주인 모르는 무덤 214기가 봉긋봉긋 솟은 고분군에서 출발, 흙길을 쉬엄쉬엄 걷는다. 경부고속도로 굴다리~봉무공원~단산지~만보산책로~봉무동 마을길~강동새마을 회관으로 3시간이 채 안걸린다. 시간여행길이다. 삼국시대 고분군에서 시작해 조선후기 마을까지 이어진다.

이것저것 볼 것도 많다. 봉무공원 안 넓은 단산지에 가을이 내리고 있다. 학습관 생태원 영상관 사육장 무궁화동산이 있는 나비생태원을 지나면 그때부터는 오솔길이 시작된다. 만보산책로는 호젓한 가을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숲길 끝에는 단산지 제방과 단산굴로 이어진 길이 갈린다.

대구는 해발 1192m의 팔공산을 등에 기대고 있다. 주봉은 금강산과 마찬가지로 비로봉이다. 좌우로 기세좋은 동봉과 서봉을 거느리고 있다. 동화사 파계사 부인사 등 천년고찰을 넉넉한 품안에 안고 있다.

대구 팔공산 케이블카(지난해 사진).

팔공산케이블카를 타면 단풍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케이블카에선 비로봉 동봉 서봉 병풍바위 염불봉 등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약 7분 거리지만 정상 하늘정원 산책로를 거닐다 걸어서 내려올 수도 있다.

가을비가 오거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도심에서 근대골목 투어로 여행 기분을 충분히 낼 수 있다. 다행히 한국전쟁의 피해가 적은터라 영남대로,경상감영 등 근대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은 곳이 대구다.

특별한 교통수단이 필요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대구근대골목은 나날이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근대골목은 주제별로 총 5개 코스다. 제1코스 경상감영달성길(3.25㎞)은 북성로와 서성로가 중심이다. 경상감영공원,대구근대역사관,옛 번화가 향촌동,수제화 골목,대구의 50~60년대를 재현한 향촌문화관,북성로,경찰역사체험관,최제우나무가 있는 종로초등학교,대구읍성 달서문 터,삼성그룹이 시작한 삼성상회 터,오토바이골목,예술발전소,달성공원 등이 하나의 길로 연결된다.

제2코스 중 약령시 한의학박물관.

제2코스 근대문화골목(1.64㎞)은 짧지만 볼거리가 많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노래의 청라언덕에서 출발한다. 선교사주택,만세운동길,계산성당,제일교회,이상화 서상돈 고택,근대문화체험관(계산예가),중국인 두사충의 뽕나무 골목,400년 역사 약령시,한의약박물관,영남대로,에코한방웰빙체험관,옛 번화가 종로,화교소학교,진골목이 이어지고 이 안에 수많은 맛집과 다방 한약방 등이 있다.

제3코스 서문시장.

제3코스 패션한방길(2.65㎞)은 동성로 남성로가 중심이다. 약전골목에서 한방차를 마셔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교동귀금속거리,주얼리타운,대구의 최고 번화가 동성로,교동귀금속 거리,전국 3대 재래시장으로 꼽히는 서문시장이 이 안에 있어 하루종일 놀 수 있는 곳이다. 서문시장은 먹방 테마여행으로 젊은 층이 즐겨 찾는다. 칼국수와 보리밥 김밥 떡볶이 등 맛난 시장 먹거리부터 이것저것 살 것이 수두룩하다.

대구근대골목 제4코스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제4코스 삼덕봉산문화길(4.95㎞)는 문화가 주제다. 젊음과 예술의 거리로 불린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일본식 사찰 관음사,삼덕동 거리,김광석다시그리기길,예술촌 방천시장,대구의 인사동이라 불리는 봉산문화거리,건들바위,대구향교가 있어 포토존이 많기로 소문났다.

제5코스 남산100년향수길(2.12㎞)에선 이국적인 풍경과 조우할 수 있다. 반월당을 시작으로 보현사(불교) 남산교회(개신교) 상덕사(유교) 관덕정순교기념관 성유스티노신학교 성모당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 등 다양한 종교 문화시설을 만날 수 있다. 성바오로수녀원은 특히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으로 지어져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외관을 자랑한다.

대구 막창.

여기다 독서의 계절을 감안, ‘대구문학로드’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전후 문학의 꽃을 피운 대구 근대문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내용이다. 북성로 수창동 인교동 계산동 등 대구 원도심은 근대문학 태동기인 1920년대부터 시작해 1950년대 전후문학,1960년대 순수,참여문학까지 대구 근대문단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출판 인쇄소 터,예술인 거리,근대문인 생가 및 고택 터 등 근대문학과 관련된 주요 거점을 길로 연결했다. 이상화 이육사 현진건 등 근현대 문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문학로드는 태동길 교류길 공감길 등 총 3코스로 2시간 남짓 걸린다. 태동길은 수창보통학교~우현서루~근대문인 생가 터~근대문인 고택 터를 둘러본다. 교류길은 문성당출판사~예술인의 옛거리~명금당~무영당~영남일보 사옥 터를 코스로 잡았다. 공감길은 경복여관~문인극장~은다방~김윤식시비~심지다방~아세아 오뎅집을 들른다.

태동길은 자유롭게 걸어볼 수 있으며 문화관광해설사가 함께하는 교류길과 공감길은 대구문학관에서 출발한다. 참가비는 무료. 희망자에겐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을 빌려준다. 땡볕에 빈약해진 문화적 감성을 당장 한가득 충전할 수 있는 풍성한 가을이 동대구 역에서 기다리고 있다.
demory@sportsseoul.com

대구 칠성시장 먹거리촌.

여행정보
●2018 가을 여행주간=
대구시는 이달 20일부터 11월 4일까지 가을 여행주간에 맞춰 ‘천고마비의 계절, 秋’를 콘셉트로 한 이벤트를 실시한다. 대구미식회 행사는 대구시내 11개 먹거리골목,삼송빵집,대구꿀떡,찜갈비 등 먹방 BJ들이 선택한 대구음식과 서문시장 수성유원지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등 대구관광 스탬프트레일 운영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식당·카페와 관광지를 각각 2곳 이상 방문한 다음, 가을여행주간 홍보 리플릿에 스탬프를 찍어 관광안내소(쌈지공원 김광석거리 동대구역)에 보여주면 기념품을 준다.
●대구문학로드=정기투어는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에 진행한다. 최소 5명 이상 참가 조건. 10명 이상 단체및 기관은 원하는 일시 및 코스를 선택해 수시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1952년 일본에 장사를 시작했다 대구로 이주해온 일본식당이 있다. 시나면(신주쿠).

●둘러볼만한 곳=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이 주변에 있다면 갓바위에 눈이 가게 마련이다. 팔공산 능선 동쪽 끝자락인 관봉(冠峰)에 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 바로 ‘갓바위’다. 머리에 갓을 쓰고 있는 듯한 모습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었다. 갓바위에는 ‘누구나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래서 해마다 입시철에는 갓바위 앞마당(80㎡)이 합격을 소망하는 이들로 가득찬다. 갓바위시설지구에서 갓바위로 오르는 코스는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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