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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공조’, ‘트리플 엑스 리턴즈’ 등 액션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15일 개봉하자마자 바로 1위에 오른 작품은 ‘재심’이다.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어이없게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청년과 변호사가 힘을 합쳐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슴 찡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유일한 목격자였지만 경찰의 강압 수사로 살인범이라고 자백하면서 10년 감옥살이를 한 청년 ‘현우(강하늘 분)’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어리바리한 변호사로 등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 ‘준영(정우)’ 등 나머지 역들은 모두 가상 인물들이다.

 대충대충 살다가 마음먹고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했지만 한 소송에서 패소하며 모든 것을 잃고 벼랑 끝에 몰린 이준영 변호사. 그가 ‘생계형 변호사’에서 ‘심장이 뜨거운 법률가’로 변화하는 과정은 ‘감동’을 추구하는 감독 의도대로다. 세상 모두 전과자인 현우를 외면할 때 그에게서 사건의 충격적인 전말을 듣고 재심을 맡기로 결심한다. "관객들이 극장 밖을 나설 때 희망을 가슴속에 품고 나가기를 원했다"고 말한 김태윤 감독의 설명처럼 ‘희망이란 언제나 절망의 끝에 있는 법이다’라는 명제를 이준영 변호사가 증명한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이나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어디서 본 듯한 줄거리라고. 특히나 지난해 6월 개봉한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를 본 관객들은 무릎을 치며 시놉시스(개요)가 비슷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 역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영화의 차이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가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한 사회고발성 작품이라면 ‘재심’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이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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