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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대가 김용, 강호를 영원히 떠나다



곽정, 위소보, 장무기, 영호충, 황용, 소용녀, 주지약, 동방불패, 독고구검을 기억하는가. 김용의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무협소설의 대부, 김용(金庸,진융)이 어제 홍콩 양화병원(養和醫院)에서 94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1924년, 중국 저장(절강)성에서 태어난 김용은 홍콩에서 언론인으로 펜을 들기 시작했다. 그의 본명은 사량용(査良鏞). 이름 마지막 자 ‘용’(鏞)을 분리해서 필명 ‘김용’으로 삼았다.

1946년 상하이 <대공보>에서 국제뉴스 번역일을 시작으로 언론에 발을 내디딘 김용은 홍콩 <신만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다. 1959년 일간지 <명보>(明報)를 창간하여 언론인으로 활약했다.(당시 신문은 영세했다) 자신의 신문사업을 위해 직접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홍콩과 동남아 중국어독자 신문을 위해 연재된 것들이다. 그렇게 1955년부터 1972년 사이에 쓴 무협소설이 15권이다. 바로 ‘서검은구록’, ‘벽혈검’, ‘사조영웅전’, ‘설산비호’, ‘신조협려’, ‘비호외전’, ‘백마소서풍’, ‘원앙도’, ‘의천도룡기’ ,‘연성결’, ‘천룡팔부’, ‘협객행’, ‘소오강호’, ‘녹정기’, ‘월녀검’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하나의 대련으로 남겼다. ‘飛雪連天射白鹿,笑書神俠倚碧鴛’ (마지막 작품 ‘월녀검’은 빠졌다.)

그의 작품은 홍콩, 대만, 중국에서 수도 없이 많이,자주,끊임없디 영화로, TV드라마로, 만화로,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장국영의 쇼브러더스 작품 <양과와 소용녀>, 주성치의 <녹정기>, 허안화 감독의 <서검은구록>, 임청하의 <동방불패>,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 유덕화가 자신의 영화사에 만든 현대물 <신조협려>, 유진위 감독의 <동성서취>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때로는 온전히, 때로는 완벽하게 전복되어 만들어졌다.

김용은 1972년 소설 절필을 선언했지만 그의 작품은 마치 등려군의 노래가 어디에나 있듯이, 독자가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책자로 발간되었다. 대만에서는 한동안 금서로 지정되었고,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해적판이 나돌았다. 한국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 저작권이 먼 나라 이야기일 때는 수많은 출판사에서 중복 번역출간되었었다. 그리고 그의 유명세를 이용하여 그의 작품이 아니어도 ‘김용 신작’이라고 내걸고 출판되기도 했다. 아마, 국내 무협소설팬에게는 ‘고려원’에서 출간한 ‘영웅문’시리즈가 가장 기억에 남을 듯.

김용은 절필을 선언하고 죽을 때까지 더 이상 무협소설을 쓰지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수정본을 냈다. 공식적으로는 ‘구판’, ‘신판’, ‘신수정판’이다. 중국의 역사적 인물과 소재를 소설에서 환상적으로 펼치는 김용은 수정판을 내놓을 때마다 역사적 고증을 새로 한다. <신조협려>에 등장한 ‘견지병’이 ‘윤지평’으로 바뀌는 것도 하나의 예이다. 또한 한국독자에게는 ‘降龍十八掌’을 어떻게 읽느냐가 그 ‘무공’의 실체보다 흥미를 끌기도 했다. ‘降’은 항복할 ‘항’, 내릴 ‘강’, 두 개의 음을 갖고 있다. (항룡십팔장/강룡십팔장)

김용은 언론인이며, 저널리스트며, 매체사업가이며, 소설가였다. 기자생활 초기에는 영화 시나리오도 썼었고, 직접 영화를 감독하기도 했다. 1970년에서 80년대에는 홍콩염정공서의 자문위원과 법률개혁위원으로 활동했고, 홍콩이 중국에 ‘영예롭게 회귀’하던 시절에는 홍콩기본법 초안위원회 위원, 집행위원까지 지냈다.

또 하나 기억해야할 것은 그의 학구열이다. 1946년 상하이 동오대학교 법학과를 나온 그는 전 세계 수많은 대학에서 명예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는 2005년 81세의 나이로 영국 케임브리지에 진학한다. 그곳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는다. 석사학위 논문은 《초당시기황위계승제도(初唐皇位繼承制度)》(The imperial succession in early Tang China)였고, 박사학위 논문은 《성당시대 황위계승제도(唐代盛世繼承皇位制度》였다.

어젯밤 김용 작가 타계 소식에 중화권 네티즌들은 물론이고, 정치권, 연예권에서 모두 애도의 글을 올리며 그를 기억했다.

김용 소설을 옮긴 영화/드라마에 출연한 중화권 배우들의 애도글도 줄을 잇고 있는데, 주성치와의 인연을 하나 소개한다. 주성치의 영화 <쿵푸허슬>에는 태극권 양과, 사자후 소용녀, 황운사신, 하마공, 여래신장, 신조협려라는 ‘익숙한 인물/단어’가 등장한다. 주성치가 김용무협물의 풍취를 위해 등장시킨 것이다. 판권료는? 명칭 당 1만 홍콩달러, 총 6만 홍콩달러를 김용 측에 지불했다고.김용은 그 돈을 전부 동남아 츠나미 피해자에게 기부했단다. (KBS미디어 박재환)

박재환 kino@k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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