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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독거도에 여름이 오면, '한국의 빠삐용섬' 미역은 최고!

KBS 제공


2일 낮 KBS2TV에서는 지난 8월에 방송됐던 인간극장 '독거도에 여름이 오면' 5부작이 재방송되고 있다.

여름 한 철이 되면 아찔한 해안절벽을 넘나들며 갯바위에 붙은 자연산 돌미역을 채취하는 안행식(71), 조맹엽(65)씨 부부.

행여 바다에 휩쓸릴 새라 허리에 묶은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목숨을 건다.

맨몸으로 바다와 씨름하는 부부의 여름 이야기를 들어보자.

진도에서 가장 외해에 위치한 독거도는 파도가 험하기로 유명하지만 그 덕에 미역만큼은 최고로 통하는 섬이다. 거친 파도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한다' 또는 '홀로 외로운 섬'이라고 해서 '독고도(獨孤島)'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전남 진도군에서 가장 외해에 연한 독거도를 두고 한국의 '빠삐용 섬'이라 부를 만큼 독거도는 고적하게 거친 바다와 맞부딪치고 있는 섬이다.

한 철 미역을 거두기 위해 고향인 독거도로 돌아온 부부.

겨울이면 미역이 잘 붙으라고 갯바위를 닦고 봄부터는 어린 싹이 말라죽지 않게 바닷물을 뿌려주며 보살폈다.

진도에서 두 집 살림을 하며 1년 농사 못지않게 사시사철 공들인 끝에 돌아온 수확 철이다.

어려운 형편에 집도 없이 텐트 생활을 하며 시작했던 미역 농사.

바위에 다리가 끼이거나 해일이 덮쳐 죽을 고비도 수십 번 넘겼지만 빈주먹 쥐고 미역만 바라보며 어린 사남매를 키워냈다.

그 세월이 쌓여 이제는 부부에게 미역은 또 다른 자식이 되었다.

이 악물고 살아온 부모님의 지난 세월 다 지켜본 자식들은 남들이 피서지로 떠날 때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독거도로 들어온다.

일손을 거든 지도 10년이 다 되어가는 사위 김정업(47)씨와 고등학교 때부터 일을 돕던 막내아들 병욱(38)씨, 두 딸과 손자들까지 부부의 곁으로 와 매년 '미역 명절'을 쇤다.

때로는 파도만 바라봐도 징글징글하지만 반평생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부부는 바다를 떠날 수 없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뜨거운 계절을 보내고 있는 안행식, 조맹엽 씨 부부의 진짜 여름이 찾아왔다.

# 아찔한 절벽 아래, 목숨 거는 부부!

진도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독거도는 파도가 험하기로 유명해 오가기도 쉽지 않은 섬.

다만 그 덕에 차갑고 거친 파도를 맞고 자란 독거도 미역은 조도군도 일대에서 최고로 통한다.

수라상에 올릴 정도라는 명품 미역을 채취하러 여름철이 되면 섬으로 향하는 여객선은 만선.

진도에서 지내는 안행식(71), 조맹엽(65)씨 부부도 배를 타고 고향인 독거도로 돌아왔다.

거친 바다가 키우는 자연산 미역이라지만 눈보라 치는 겨울에는 미역이 잘 붙으라고 갯바위를 닦아주고 봄부터는 말라죽지 않게 수시로 바닷물을 뿌려주며 1년 내내 농사 못지않은 정성을 쏟았다.

그렇게 공들여 키운 미역, 수확 또한 만만치가 않다.

아찔한 경사의 해안 절벽을 능숙하게 누비는 맹엽 씨, 하얀 물보라 일으키며 부딪치는 파도가 잠시 밀려나는 사이 잽싸게 낫으로 미역을 베어낸다.

자칫 큰 파도에 밀려 갯바위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바다로 휩쓸려갈 수도 있는 위험한 작업이지만 허리에 밧줄 하나 동여매고 아슬아슬한 미역 채취를 이어간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부부의 여름 풍경이다.

# 파도와 싸우며 건진 미역은 또 다른 자식

행식 씨가 세 살 때, 그의 아버지는 바다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었고 어려운 형편에 아내를 만난 행식 씨는 빈주먹 하나 쥐고 아버지를 집어삼킨 바다에 뛰어들었다.

무일푼으로 갯벌에 버려진 배 한 척 끌고 와서 어린 사남매 밥 굶기지 않으려고 시작한 바다 일, 우여곡절도 많았다.

매서운 바람 몰아치는 한겨울 날, 갯바위를 닦으러 아들과 바다에 나갔다가 이를 악 다물고 파도에 휩쓸려 이가 몽땅 빠질 뻔도 하고 고된 미역 채취에 힘줄이 터져 어깨 수술도 몇 차례.

수십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이제는 정말 일을 그만두어야겠다고 다짐도 많이 했다.

하지만 파도가 잠잠할 때면 또 그 마음 가버리고 '바다 일이 내 할 일' 이라며 어김없이 바다로 향하는 부부.

고생한 세월이 담겨있는 바다에서 건져낸 미역으로 부부는 남부럽지 않게 사남매를 키워냈다.

# '미역 명절'이 돌아왔다

부모님이 힘들게 바다 일을 해온 걸 다 지켜본 자식들, 남들이 피서를 떠날 때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매년 '미역 명절'을 쇠러 독거도로 들어온다.

구멍가게 하나 없는 섬에서 부모님 불편하실까 도마부터 시작해서 아이스크림, 삼겹살, 모자까지 한 짐 가득 들고 들어오는 자식들.

짐을 풀고 정리할 새도 없이 바다에 나갈 준비를 하는 눈치 빠른 사위 김정업(47)씨는 처가에서 일손을 거든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밤에는 지네에 물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방 한 칸뿐인 집에서 장인어른 안방에 텐트를 떡하니 치는 사위.

지네 걱정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밤잠 설치면서도 부모님의 일 돕는 것이 당연하다는 든든한 정업 씨다.

막내아들 병욱(38)씨도 믿음직한 미역 일꾼.

고등학교 때부터 미역 일을 도와, 부모님과 손발 맞춰 작업을 거드는 게 능숙한 아들이다.

덕분에 한 숨 돌리는 맹엽 씨, 미역 채취는 아들에게 맡긴 사이 틈틈이 조개를 캐며 바다냄새 물씬 풍기는 반찬을 밥상 가득 차린다.

이렇게 부모 마음 알아주는 자식들이 있어 허리가 부서지게 일을 해도, 부부는 웃음이 난다.

# 독거도에 여름이 오면

고단했던 미역 채취가 끝나고 다시 진도 행.

올해에는 가뭄이 들어 예년보다 작황이 좋지 않지만 미역이 많든 적든 한 철 수확이 끝나면 속이 후련하다는 부부..일곱 손자들 용돈이나마 줄 수 있다면 만족한다.

안행식 씨 가족의 가장 큰 명절인 미역 철이 끝나면 연례행사처럼 모여 회포를 푸는 사남매 대식구...거실 가득 둘러 앉아 삼겹살을 구우며 잔치를 벌인다.

그중에서도 미역 명절에 밀려 이제야 만나게 된 막내 손녀, 서아(1)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부부.

마을 회관에 데려가서 자랑도 할 겸 이웃들과 안부를 나누며 여름이 끝나 진도로 돌아온 것을 실감한다.

자녀들과 손자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밑천이 된 고마운 미역, 때로는 거친 파도가 징글징글하기도 하지만 부부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바다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안행식, 조맹엽 씨 부부에게 여름은 누구보다도 뜨거운 계절. 독거도에, 그 여름이 왔다.

디지털콘텐츠팀 m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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