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주의 맛있는 음악 이야기 (53)]

어느 평론가의 얘기, 가왕(歌王) ‘조용필’의 맞은편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단 한 명의 가수는 바로 ‘송창식’이라고. 오늘은 그의 노래를 나열해 본다. ‘가나다라’ 순으로...

‘가나다라’ ‘고래사냥’ ‘그대 있음에’ ‘꽃보다 귀한 여인’ ‘나그네’ ‘나의 기타 이야기’ ‘내나라 내겨레’ ‘담배가게 아가씨’ ‘돌돌이와 석순이’ ‘딩동댕 지난여름’ ‘맨처음 고백’ ‘비의 나그네’ ‘사랑이야’ ‘상아의 노래’ ‘새는’ ‘선운사’ ‘슬픈 얼굴 짓지 말아요’ ‘애인’ ‘왜 불러’ ‘우리는’ ‘웨딩케익’ ‘참새의 하루’ ‘창밖에는 비 오고요’ ‘철지난 바닷가’ ‘토함산’ ‘푸르른 날’ ‘피리부는 사나이’ ‘하얀손수건’ ‘한걸음만’ ‘한번쯤’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리고 작곡한 노래로는 ‘나비소녀’(김세화) ‘사랑하는 마음’(김세환) ‘당신은’(김연자) ‘어느 늦은 밤’(장혜진) 등이다.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이나 가히 대한민국 최고다.

예술가인(藝術歌人)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송창식과 함께해 온 친구들의 인연과 사연을 정리해보면 그의 음악인생을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겠다.

먼저 트윈폴리오를 함께했던 ‘윤형주.’ 동갑내기 친구인 윤형주의 빛나는 두뇌와 짱짱한 집안 배경이 없었더라면 트윈폴리오가 전성기를 맞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기획, 재무, 홍보, 출연, 선곡 등등 모두 윤형주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윤형주는 싸움도 정말 잘했다는데 요즘으로 치면 경기고 일진멤버, 얼굴은 곱상했지만 주먹은 보통사람 두 배, 명동에서 깡패들하고 5대1로 붙었는데 윤형주의 완승.

다음으로 ‘이장희.’ 송창식은 “조물주는 공평하다. 내게는 목소리를 주셨고 이장희한테는 작곡 작사 능력을 주셨다”라고 말한다. 이장희가 노래도 잘하고 인물도 조금 있었다면 아마 자신이 나올 틈이 없었을 거라고 한다. “형주하고 장희하고 나하고 셋이 같이 있을 때 늘 장희는 형주한테 주눅이 든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한참 뒤에 없어졌다”고 전한다. 영화 ‘별들의 고향’이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면서, 주제곡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큰 인기를 얻은 뒤에...

이번엔 송창식이 얘기하는 ‘조영남.’ 정말 노래를 잘하는 사람. 가끔 조영남이 오페라 아리아를 불렀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은 가수가 된 것을 후회, 또 후회했다고 한다. 그런데 역시나 동갑내기 친구 ‘윤여정’한테 한 짓을 보면 인간으로서는 낙제점을 주고 싶고 지금까지도 나잇값 못하고 럭비공처럼 튀는 예측 불가의 마구잡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신은 이런 스타일을 매우 싫어하지만, 단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은 무조건 인정.

자신이 만든 가장 멋진 노래는 바로 ‘우리는’이다.

“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몸짓하나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그는 여동생 같은 친구 양희은의 결혼식에서 이 노래를 축가로 불렀다.

그리고 너무나도 친절한 지휘자 ‘금난새’는 서울예고 동기동창(음악과 입학 동기)이다. 송창식은 집안이 가난해 레슨비를 제대로 낼 수 없어 졸업은 하지 못했고 중퇴했다. 그는 인천중학교를 전교 3등으로 졸업하고 인천 명문 제물포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도 갈 수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지휘자가 꿈이었기에 서울예고로 갔다고 한다. ‘금난새’ 선생이 전하는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 송창식의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 연습에서 송창식은 단연 동기들 중에서 최고였다.” 두 사람은 서로가 추구했던 음악의 종류는 조금 다르지만 요즘도 가끔 만나 즐겁게 담소하는 친구 사이다.

이 홍 주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문화예술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MBC예술단 공연프로듀서를 거쳐 CJ m-net 미디어 경영총괄 등을 지냈다.

©문학뉴스/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