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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김소현 "저만의 '명성황후' 보여드릴게요"

송고시간2015-06-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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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인물 맡으니 진지해져…나만의 카리스마 찾겠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외국 왕비 역할을 주로 하다가 우리 역사 속 실존 인물을 하려니 더욱 진지해집니다. 저만의 명성황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 중인 김소현은 최근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명사격인 '명성황후'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명성황후 역할을 하게 되면서 지금은 '나만의 명성황후'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처음 출연 제의가 왔을 때는 망설였다고 한다.

그는 지난 11일 서울 서래마을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선배 배우들이 오랫동안 하면서 구축한 캐릭터와 제 스타일이 분명히 부딪히는 부분이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으로 뮤지컬 무대에서 왕비 역할은 한 적 있지만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큰 서구적인 외모, 소프라노 중에서도 고음으로 유명한 그가 중저음과 카리스마가 요구되는 명성황후 역할을 잘해낼지 확신이 없었다고 그는 밝혔다.

김소현은 그러면서 "연출가 선생님이 '너만의 명성황후를 만들면 된다. 고민하지 말라'고 조언해줘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왕비 역할을 주로 하다가 우리 역사 속 실존 인물을 하려니 더욱 진지해진다. 그 어느 때보다 잘해내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뮤지컬배우 김소현 "저만의 '명성황후' 보여드릴게요" - 2

'명성황후'는 그가 2007년 이후 8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하는 우리나라 인물이다. 그는 외모 때문인지 외국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뮤지컬에 주로 캐스팅됐다.

김소현은 공연 준비를 시작하면서 다른 작품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명성황후 공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가족과 명성황후 생가도 방문하려고 준비 중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작품 분석 노트'를 만들어 공부하고, 무대에 올릴 때쯤이면 노트 한권이 완성된다는 그는 이미 캐릭터 분석이 상당수준 진척된 듯 보였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할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악한 여자, 낭비하는 여자, 프랑스 혁명을 촉발시킨 여자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불행한 여자였다는 점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명성황후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아버지, 언니, 오빠가 모두 일찍 죽고 어머니와 혼자 큰 것만도 힘들었을 텐데 시아버지(대원군)는 자신의 그런 점 때문에 왕비로 간택을 하잖아요. 당시 명성황후를 만나본 사람들이 남긴 글에 따르면 굉장히 똑똑한 여자였다고 해요. 그런 그녀가 자신의 처지를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는 명성황후가 대원군과 대립을 무릅쓰고 러시아와 손잡아 자신의 세력을 키우려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라는 나름의 해석도 내놨다. 또 명성황후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강하고 드센 여자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성황후가 투병하며 도망다닐 때 대원군은 그녀가 죽었다며 국장을 추진하기까지 합니다. 그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요. 명성황후가 치맛바람을 일으켜 남편을 쥐고 흔들고 시아버지와 대립한 여자가 아니라 살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절박한 생각 때문이었을 거예요."

이미 수십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렇게 자신만의 분석을 시도하며 '명성황후'에 애착을 갖는 것은 본인이 아이를 둔 엄마인 측면도 있다고 김소현은 말했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의 육아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주안이 엄마'로 더 알려진 그는 아이를 낳아봤기에 명성황후가 국모라는 지위를 떠나 여자로서 겪은 불행에 절절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어렵게 얻은 첫 아이를 낳자마자 잃고, 둘째도 병에 걸려 쇠약한 모습을 보며 엄마로서 느꼈을 고통의 깊이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그가 출산 후 출연한 작품들은 모두 왕비라는 공통점 외에 아이를 잃는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다.

'엘리자벳'에서 아이를 빼앗기는 연기를 하는 그를 본 관객들은 '절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아이를 낳으면 내 커리어가 모두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그는 "반대로 아이를 낳고 나니 오히려 배우로서는 더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외적인 부분에 더 신경 쓴 과거와 달리 지금은 내적인 부분에 더 집중한다고도 말했다.

"예전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예뻐 보일까, 어떻게 해야 더 예쁘게 노래 부를까를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 인물은 이 시점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제 변화한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에게 일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뮤지컬배우 김소현 "저만의 '명성황후' 보여드릴게요" - 3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배우로서 한단계 성숙했다고 밝힌 그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만의 명성황후'를 표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성황후는 어떻게 해서라도 살고자 했지만 결국은 입에 올리기도 잔인하고 수치스럽게 생을 마친다"면서 "인간적으로 너무나 비운의 왕비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면모, 긍정적인 면들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죽임을 당할지도 몰라 사진찍기도 기피했던 그 공포심과 왜 그렇게 고종의 뒤에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득력있게 표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선 다음달 공연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김소현은 "똑같은 대본, 똑같은 연출이라도 배우에 따라 작품 해석이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면서 "제가 가진 목소리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저만의 카리스마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의 여성스러운 이미지와 달리 강한 면모를 선보이면 오히려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뮤지컬배우 김소현 "저만의 '명성황후' 보여드릴게요" - 4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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