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혁신안 확산 간담회서 전문관리기관 PM과 출연연구기관장 의견청취·논의

"과학계도 책임있게 하면 정부가 간섭을 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무자인 공무원 입장에서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간섭할 수 밖에 없습니다. R&D 혁신방안의 성공을 위해 공무원과 과학기술인이 함께 변해야 합니다."(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보고된 'R&D 혁신방안'의 이행과 확산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홍남기 제1차관이 대덕을 찾아 현장 소통에 나섰다.

홍 차관은 16일 오후 KIRD 대전교육센터에서 R&D 전문관리기관의 연구사업관리전문가인 PM(Program manager), CP(Creative Planner)와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현장 의견 수렴과 함께 혁신방안의 이행을 당부했다.

◆ 기관장들, 국가 R&D 예산 확대·PBS 제도 폐지 등 필요성 역설

홍 차관은 국가과학기술 최고경영자과정에 참석하고 있는 30여개 출연연구기관장의 요청으로 마련된 간담회에서 R&D 혁신방안과 내년 R&D 예산편성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출연연의 역할 정립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30여개 출연연 기관장은 국가 R&D 예산확대, PBS 제도 폐지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홍 차관은 이에 공감하면서도 과학계의 자성적 성찰과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병권 KIST 원장은 "혁신방안을 통해 국가 미래를 위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출연연에서도 자체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PBS 제도 개선 등이 빠른 시간 내 이뤄졌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홍 차관은 "PBS 제도는 기재부에 권한이 있으며, 설문조사 결과 찬성과 반대가 절반씩 엇갈려 접근하기 쉽지 않다"면서 "오는 2018년까지 70%로 확대하는 등 불필요한 과제생성과 예산낭비를 제거함으로써 우선적으로 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상훈 ETRI 원장의 "원내 73% 인원이 2.7년 소요되는 과제를 수행하는 등 90년대와 달리 현재 ETRI는 PBS 폐해가 큰 기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PBS 완화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정희권 미래부 과학기술혁신과장은 "정보통신정책과와 논의하고, 현황을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기만 핵융합연 소장은 "선도형 R&D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소수의 연구인력을 갖고 있는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 등이 선행대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홍 차관은 "타 기관, 행정조직도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인력의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기재부 등 각 관계 부처 등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현민 표준연 부원장은 "주력산업의 위기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 R&D가 감소할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국가 R&D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확대함으로써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라는 의견에 대해 홍 차관은 "민간 R&D가 수년간 감소하고, 정부 R&D가 최근 2년간 정체된 상황에서 세제 지원 변경 작업 등 정부 차원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 홍 차관 "R&D 전문관리기관 담당자의 적극적 혁신안 참여 당부"

이에 앞서 홍 차관은 R&D 전문관리기관인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소속 PM, CP 2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혁신방안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전문관리기관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홍 차관은 “R&D 혁신은 연구자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연구에 몰입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므로 R&D 전문관리기관의 PM, CP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연구자 중심의 연구환경을 마련하는데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R&D 전문관리기관 담당자들은 다양한 현장 의견들을 쏟아냈다. 특히 현장에서는 정부 정책의 변화가 혼동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철한 연구재단 단장은 "지난달 성과확산을 위한 기술사업을 위한 기술사업화 조직이 이 만들어졋고,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큰 흐름이 바뀌었다"면서 "정부 정책의 변화로 대학, 출연연에서 성과확산 측면이 결여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일 연구재단 본부장은 "현장에서는 기술사업화를 중시 하다가 방향을 선회해야 하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기초연구본부에서는 바텀업 과제 부분 연구비가 삭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으며 탑다운 방식 과제가 출연연으로 가는 것이 줄어들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홍 차관은 "현장에서 이렇게 까지 과민하게 반응할지 몰랐다"면서 "이번 역신안의 부처별 10% 예산 삭감은 우선순위 조정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며, 혁신 방안은 출연연과 대학이 기술사업화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중복연구를 방지해 국가적 연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안의 세부 실천 과정에서 무빙 타깃제 도입, 연구성과 공유체제 확립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현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CP는 "혁신안이 연구 생산성 향상 보다 연구환경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면서 "연구생산성 측면에서 연구성과 공유체제를 만드는 것과 자율과 책임의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무빙 타깃제 방향 선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CP는 "CP, PM의 역할이 방향 제시 보다는 행정 중심 역할로 바뀌고 있으며, 연구소의 도움을 받다보니 이에 대한 영향도 적지 않다"면서 "별도의 예산, 조직이 확보되는 등 밀착 지원연구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차관은 "과학 분야가 다양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미래부 공무원들은 행정만을 담당하고, 예산편성 전문위원회에 교수를 배치하는 등 과도하게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고 있다"면서 "과기계가 남 탓 하기 보다는 자신의 역할을 책임지고 수행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된 상피제(평가위원의 소속기관, 이해 관계자 등 배제) 폐기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평가위원 확보, 정성평가 도입 등 평가시스템 개선을 위한 의견도 개진됐다. 

남계춘 연구재단 단장은 "연구재단의 평가 과제만 1년에 2만 과제에 달한다. 상피제도를 시행하면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배제 되기 때문에 안면평가, 심층평가 과정서 문제점이 발생한다. 평가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일 연구재단 단장은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가려면 평가도 신중해져야 한다"면서 "기간을 늘리고 자율성을 좀 더 부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광복 연구재단 본부장은 "평가가 상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이유로 별도의 평가장소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면서 "현재 일부 평가 작업을 호텔에서 하기도 하며, 피평가자 입장에서도 왕복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CP는 "과제의 기획과 평가가 짧고, 대형 과제의 심사 평가도 주로 1시간 반 이내로 이뤄지는 등 급하게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획과 평가 시간을 늘려서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차관은 "과제가 많고 평가 과정서 상당기간이 소모되는 것에 공감하지만 최소한의 통제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상피제와 관계없이 전문가가 참여하고 규칙을 어기면 1진 아웃제로 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올해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홍 차관은 "이번에 발표된 R&D 혁신방안의 성공적 이행과 확산을 위해 앞으로도 현장을 찾아 연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연구자 입장에서 연구지원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D 전문관리기관 PM 간담회에 참석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R&D 전문관리기관 PM 간담회에 참석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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