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요의 미디어 속으로]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인터넷은 ‘괴물’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열린 ‘정보의 바다’였다가 누구든 익사시키는 ‘정보의 홍수’로 변하더니 이제는 약탈적 ‘괴물’이 되었다. 인터넷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 거대기업이 제어할 수 없는 제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올리는 SNS와 호기심에서 검색하는 단어를 통해 먹이를 섭취한다.

ⓒ픽사베이

‘괴물’의 먹이가 된 개인정보 빅데이터

‘빅데이터’라 불리는 괴물의 사료는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거나 부지불식간에 동의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개인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제공되고 유출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국가가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거대한 빅데이트를 구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0여년 간 주민등록번호가 그 핵심 기제였다. 이들 정보는 국가기관에 의한 개인 사찰, 사생활을 은밀하게 조사하는 무허가 용역업소, 개인정보 수집상 등에 이용되었다.

이후 행정기관 외에도 통신사, 은행과 금융사, 인터넷 쇼핑몰, 포털과 검색 사이트를 통해 개인정보가 집적되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가공ㆍ판매업체가 번성했고, 개인정보는 각종 텔레마케팅, 광고 스팸메일 발송, 온라인 게임 사업, 보이스피싱 등에 이용되었다.

거대한 광고판으로 변한 인터넷과 SNS

이제 개인정보는 광고와 결합된다. ‘이용자 맞춤 정보 제공’과 같은 허울을 걸치고 있지만, ‘이용자 맞춤 광고 제공’으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 검색어와 연관된 상품이 웹페이지에 등장한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거대기업이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광고업체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검색한 검색어가 순식간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배너 광고로 나타난다. 같은 시간, 같은 웹페이지를 보고 있어도 다른 광고에 노출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SNS도 거대한 광고판이 됐다. 인스타그램은 대놓고 광고를 한다. 인스타그램의 비즈니스 계정 이용자는 상업 표시 마크를 첫 화면에 띄운다. 이 계정 이용자가 올린 사진을 클릭하면 바로 상품 구매 단계로 넘어간다. 사진만 덩그러니 보이는 인스타그램 화면을 보고 광고와 일상 사진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소셜 네트워크 페이지도 정보제공을 낚시 삼아 음식점이나 제품 광고를 올린다. 후기를 작성한 것처럼 위장하기도 하는데 이게 문제다. 정보인 척할 뿐 진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일반 이용자가 올리는 것과 광고에 큰 차이가 없다. 이용자는 당연하게도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이러한 광고의 영향력은 뷰잉 수와 체류 시간을 생각하면 웹페이지 광고 배너와 차원이 다르다.

불가피한 인터넷 가입 절차 변경

지식재산권, 저작권 같은 무형의 가치처럼 개인정보도 보호받아야 한다. 현재도 인터넷 쇼핑몰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디에 이용하는지 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 고시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개인정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용했고, 이를 통해 얼마큼 수익이 났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인터넷 가입 제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인터넷은 개인정보 교환을 보편적 시장으로 만들었다. 개인정보부터 제공받는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절차, 브라우저 쿠키, 악성코드 유포, 그리고 수많은 온라인 마케팅 기법이 동원된다.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취급 동의서에 동의하고 회원으로 가입해야 당장 급한 온라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무엇에 동의하는지도 모르고 ‘동의’에 클릭하고, 설치하라는 대로 ‘설치’를 클릭하면서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데 익숙해졌다.

인터넷 기업은 이용자에게 정당한 정보 활용 값어치를 되돌려주어야 한다. 수익의 일정 비율을 개인에게 지급하는 방안 같은 것이 필요하다. 소유자의 것을 이용했으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광고판이 된 SNS도 정비해야 한다. 정보와 광고가 혼용돼 혼탁해진 행태를 바로 잡으려면 ‘광고’ 표시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초국가적 통제와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인터넷 특성을 생각해 초국가적 연합을 통한 법 제정도 필요하다. 징벌적 벌금 구형과 같은 강력한 법을 마련해야 한다. 거대기업이 사용자 정보를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행태는 법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보유한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고 동의 없이 이용할 때는 처벌해야 한다. 기업의 도덕심에 호소하는 일은 ‘악’한 인간 본성을 생각한다면 공허하다.

사용자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내가 제공하는 정보 가치를 인식하고 기업에 따져 물어야 한다. 개인이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연대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예전 카톡 감찰 사건처럼 ‘사용자 대거 탈퇴’와 같은 힘을 보여준다면 기업도 변할 수밖에 없다. 조금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그간 공짜 먹이로 커온 인터넷 괴물에 맞서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1984>를 쓴 조지 오웰은 대중은 결국 권력자에 의한 강압적 압제에 짓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멋진 신세계>를 그린 올더스 헉슬리는 사람들의 자치와 성숙과 역사를 박탈하기 위해 굳이 ‘빅 브라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압제를 반기고, 그들을 지배할 테크놀로지를 숭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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