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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경두, 14년전 '원조 팀 킴'에도 똑같은 갑질했다"

기사입력 2018.11.10. 오전 03:09 최종수정 2018.11.10. 오전 09:29 기사원문
'팀 킴' 호소문 이어… 아오모리AG 金 남자팀도 본지에 폭로


김경두(62)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은 컬링이 불모지나 다름없던 2001년 경북체육회 컬링팀을 창단했고, 2006년 국내 최초의 국제 규격 컬링 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의성) 건립을 주도했다. 지난 2월 한국 컬링이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데엔 김 전 부회장의 공로도 컸다.

하지만 지금 그는 '컬링의 선구자'란 칭송 대신 폭언·훈련 방해·사생활 통제 등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인 '팀 킴(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은 6일 '김 전 부회장으로부터 폭언·훈련 방해·사생활 통제를 당했고, 국제대회 상금도 배분해 주지 않았다'는 내용 등이 담긴 A4 용지 13장 분량의 호소문을 6일 대한체육회에 보냈다. '팀 킴'은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8일부터 열흘간 휴가를 내고 언론 등 외부 접촉을 끊었다. 이들은 대신 "그동안 겪은 일은 호소문에 모두 담았다"는 답을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내놨다.

김 전 부회장은 이에 대해 "제 딸인 김민정 경북체육회 여자컬링팀 감독에게 나무란 적은 있어도 팀 킴 선수들에게 폭언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의 사위이자 전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인 장반석씨는 "2015년 선수들 동의를 받아 '김경두(경북체육회)'란 명의의 통장을 개설했다"며 "이 통장으로 상금과 팀 훈련, 대회 참가 비용을 관리했다. 선수들이 받은 격려금과 후원금은 항상 단체 대화방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부회장이 14년 전 당시 경북체육회 남자팀에도 폭언과 사생활을 통제하는 등 행동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북체육회 소속 국가대표로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금메달을 따낸 이동건(39)씨 팀이다. 당시 스킵(주장)이던 이씨는 고승완·김수혁·최민석·박재철과 함께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동계아시안게임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 컬링의 첫 국제종합대회 금메달이었다.

이씨는 "당시 남자 대표팀도 아시안게임 후 지속적인 훈련 방해와 폭언에 시달렸다"며 "아시안게임 후 1년여 동안 매달 월급 중 약 50만원을 당시 경북체육회에서 컬링 훈련을 하고 있던 여자 주니어팀 훈련비 지원 명목으로 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7년 말 이에 대해 항의했고, 2008년 2월 낸 돈을 모두 돌려받았다.

선수들은 김 전 부회장 주도로 2006년 세워진 경북컬링훈련원 공사장 일에 동원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김 전 부회장은 당시 '너네들이 경기할 곳인데 너네들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다그쳤다"며 "선수들이 한 푼의 보수 없이 약 5∼8개월 동안 경기장 건설을 도와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시안게임 후 열린 2004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으나 결승에서 패했고, 이후 재계약을 하지 못해 2006년 경북체육회를 떠났다.

김 전 부회장은 9일 본지 통화에서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부회장은 "이동건 스킵이 이끌었던 경북체육회 남자팀에 대한 폭언, 사생활 침해는 전혀 없었다. 선수들이 매달 50만원씩 여자팀을 지원한 건 사실이지만, 2008년 사비를 털어 모두 변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장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일부 선수가 얼음판 만드는 기술을 보고 싶어 견학했을지 몰라도 내가 공사장 일을 직접 지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부회장은 연맹을 사유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이 10월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김 전 부회장의 친·인척, 친구 등 관련된 사람 19명이 컬링계 곳곳에서 요직을 맡았거나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에는 전국 9개 시도 선수 135명이 대한체육회 등에 "김 전 부회장이 독단적인 결정으로 경북컬링훈련원을 소수의 팀에게만 개방하고 있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는 9일 컬링에 대해 합동 특정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주형식 기자 see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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