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생각 달라져야 새 경제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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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고 대통령 정책실장에 김수현 사회수석을 발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 반 만에 경제팀을 전면 교체한 것이다.

경질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은 투톱 체제를 유지하며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고용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고 생산·투자·소비는 얼어붙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와중에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두 사람은 불협화음을 빚었다. 경제 정책 혼선이 드러났고,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지경이 된 만큼 경제팀 교체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김수현 정책실장’의 2기 경제팀에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홍 실장은 병역 면제 경력이 약점으로 꼽혀 청문회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김 수석은 거시 경제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 큰 걱정은 자기들 사람만 쓰는 회전문 인사, 이른바 돌려막기 인사로 새 경제팀이 꾸려진 탓에 1기 경제팀 실패를 답습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 메시지가 이미 천명된 데다 대통령 측근 인사들로 2기 경제팀이 구성된 까닭에 기존과 다른 경제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팀에 대한 청와대 입김이 더 세질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온다.

2기 경제팀의 분골쇄신은 당연하다. 더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식 변화다. 경질된 김 부총리는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경제에 정치와 이념 논리를 들이댄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경제정책에 정치와 이념이 개입되면 효과는커녕 부작용이 막대하다는 사실은 수없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새 경제팀이 정책 수단을 유연하게 써 시장에 믿음을 주고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뒷바라지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새 경제팀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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