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장’ 대체 ‘홍-김’ 라인, 시장과 소통할 자세 돼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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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국가, 원팀, 실행력, 조정력 인선 키워드

‘코드·회전문 인사’ 비판에 정책일관성 중시

“경제부총리가 사령탑”…실용적리더십 보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함께 교체하고 후임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각각 내정했다. 경제사령탑 경질설이 기정사실화한 뒤 개각 시기와 순서, 인선 내용 등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속전속결과 정책기조의 연속성을 택했다. 인선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각이 고용 등 경제지표 악화와 김-장 라인 불화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은 만큼 ‘코드·회전문 인사’ 비판이 나오는 후임 인선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예산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의 장수 교체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청와대가 밝힌 홍-김 라인 인선 배경은 “정부 철학과 정책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실행력과 정책조율능력”이다. 현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 국정과제 이해도가 높은 홍 내정자와 초대 사회수석으로 국정과제를 설계해온 김 내정자인 만큼 포용국가 비전을 조정·실행해나갈 최적의 ‘원팀(One Team)’이라는 것이다. 야당과 보수언론이 그동안 홍 내정자의 성향과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왕수석’으로 불린다는 김 내정자를 견제해왔으나 대통령은 집권 중반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수 있는 팀웍을 더 중시했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8월 고용위기가 통계로 입증됐을 때 “두려워할 것은 눈앞의 어려움보다 국민 신뢰를 잃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이 완벽한 팀웍으로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달라”고 당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돌려막기식 교체를 극구 반대하며 “시장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탕평인사로 경제정책 변화의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를 일축한 것은 크게 아쉽다. 차제에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를 없애고 경제부총리로 정책 권한을 일원화하라는 제안도 무색하게 됐다.

이런 우려와 비판을 의식한 청와대가 “경제를 총괄하는 야전사령탑은 경제부총리이고 청와대 정책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역할을 명확히 한 것은 평가할만 하다. 홍 후보자도 “경제 중심축은 경제부총리”라고 장담했으니 책임이 크다. 문제는 ‘원팀’만으로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ㆍ혁신성장ㆍ공정경제를 3대 정책기조로 재천명했으니 새 경제팀의 운신폭은 좁지만 그럴수록 시장과 소통하는 전략을 더 정교하게 세워야 한다. 특히 홍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통 관료의 자부심과 실용주의적 소신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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