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철 편집장] 원화평 무술감독 마스터클래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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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역시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특집이다. <호흡>의 권만기 감독, <메기>의 이옥섭 감독, <벌새>의 김보라 감독, <보희와 녹양>의 안주영 감독, <영하의 바람>의 김유리 감독, <아워바디>의 한가람 감독, <영주>의 차성덕 감독 등 7명의 한국 감독을 만났다. 반갑게도 올해는 여성 서사 영화들이 주목받았는데, 보통 남자배우와 여자배우에게 돌아가는 ‘올해의 배우상’도 <메기>의 이주영과 <아워바디>의 최희서, 두 여자배우에게 돌아갔다. 이상의 감독과 배우들은 평소 <씨네21>이 주목해왔던 이들이라 다시 한번 축하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영화제 인터뷰를 전하며 매번 가장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의 독자가 영화를 보기 전이라는 사실이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 소개되는 영화들을 비롯해 모든 영화들이 어서 개봉일을 확정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원화평 무술감독 마스터클래스 소식을 전하고 싶다. 그가 직접 연출까지 맡은 <엽문 외전>이 폐막작으로 선정되면서 늦게 부산을 찾은 탓에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도 폐막을 하루 앞두고 이미 짐을 싼 뒤의 일이라, 그와 가진 인터뷰를 데일리에 싣지 못했다. 원화평과 배우 장진에 관한 인터뷰는 <엽문 외전> 개봉 즈음 실을 생각이다. 그래서 마스터클래스를 리포트한다는 느낌으로 그 후기를 써볼까 한다.

행사 전날 늦게 도착한 탓에 피곤한 그였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을 보자마자 오히려 예정된 시간을 넘겨버렸다. 이미 시작부터, 그의 감독 출세작이나 다름없는 <취권>(1978)과 <사형도수>(1978)에서 성룡의 스승 ‘소화자’를 연기한 배우이자 아버지 원소전에 대한 기억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쇼브러더스에 들어가 <독비도>(1967)와 <금연자>(1968) 등 장철 감독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던 시절의 기억, 그리고 10형제 중 6명의 남자형제들인 원상인, 원신의, 원일초 등과 ‘원가반’을 꾸려 유가량의 유가반, 홍금보의 홍가반, 성룡의 성가반 등 다른 무술팀들과 경쟁했던 기억 등 홍콩 액션영화의 오랜 팬들이라면 흥미진진할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어서 서극의 <황비홍>(1991)의 사다리 액션, 리안의 <와호장룡>(2000)의 양자경과 장쯔이의 대결, 워쇼스키의 <매트릭스>(1999)의 그 유명한 동작 정지 플로 모(flow-mo) 촬영, 주성치의 <쿵푸허슬>(2004)의 음파공 액션, 왕가위의 <일대종사>(2012)의 양조위와 장쯔이의 대결 등 서로 개성이 다른 감독과 작업했던 그의 ‘동작지도’ 노하우를, 다양한 영상과 함께 들려줬다.

덧붙여 그는 최근 한국영화 중 <신과 함께> 시리즈와 <부산행>(2016)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얘기가 꽤 흥미로웠다. <신과 함께>를 보면서는 오히려 원화평의 옛 영화 중 정말 재밌게 봤던 <기문둔갑>(1982)이 떠오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문둔갑이란 ‘죽은 것의 초자연적인 세계와 산 것의 세계를 맺어주는 도교 도사’를 말한다. 또 <부산행>에서 좀비를 피하기 위해 숨을 참는 장면은, 연상호 감독이 홍콩 강시영화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이라 밝힌 바 있는데 원화평도 이른바 ‘강시영화’가 유행하던 시절 비디오 대여시장에서 꽤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환도사 대 정영보보>(원제 <강시파파>, 1986)라는 영화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 얘기를 건넸더니, 세대를 초월한 아시아 장르영화의 유사성이 그 또한 흥미롭다고 했다. 과거 홍콩영화를 즐겨 보던 젊은 한국 관객이 나이 들어 그 영향 아래 감독이 되고, 지금 한국영화를 즐겨 보는 젊은 중국 관객은 또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지 궁금하다며.

글 : 주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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