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마치 한국땅인 듯 그래서 더 편안한 대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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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역대 번주와 정실 및 일족을 모신 묘소 반쇼인. 반쇼인의 숨은 매력은 석등이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는 돌계단이다.


조선통신사들의 첫 기항지 아리랑 축제 열어 행렬 재현

[글 사진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후쿠오카서 멀고 부산과는 가까운

일본인 듯 일본 아닌, 익숙한 풍경

때묻지 않은 자연과 소박함이 매력

부산에서 직선거리로 49.5㎞에 불과하지만 후쿠오카에서는 147㎞나 떨어져 있어 일본 본토보다 우리나라에 더 가까운 일본 땅 대마도(對馬島`쓰시마). 대마도는 부산항에서 배 를 타고 1시간 10분이면 히타카츠항에, 1시간 40분이면 이즈하라항에 닿을 수 있다.

첫 배로 가서 마지막 배로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다 보니 당일치기 여행이나 1박 2일 정도의 짧은 휴가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도 알맞다.

제주도의 절반 정도로 꽤 큰 섬인 대마도는 순박한 시골 처녀 같은 모습이다.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데다, 마을의 모습마저도 애써 가꾼 모습이 아니라 오래된 시골 풍경이 그대로 남았다.

아기자기한 마을, 소박한 사람들이 자아내는 담백한 매력에 마음이 정화된다. 공기마저 청량하다. 일본인 듯 일본 아닌, 한국인 듯 한국 아닌 익숙한 풍경 속 낯선 문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나라보다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아직 대마도에는 가을이 한창이다. 은행잎마저 황금빛 완연한 절정의 빛이 아닌 아직 미완의 초록 기운이 얼핏 남았을 정도다. 떠나간 가을이 아쉽다면, 아직 뼛속을 스미는 찬바람이 익숙지 않다면 대마도로 떠나보자.

◆한적한 시골 항구, 이즈하라

부산항에서 오전 배를 타고 이즈하라항에 닿았다. 이곳은 대마도를 여행하면 반드시 둘러보게 되는 곳이다. 쇼핑몰과 맛집이 운집한 대마도에서는 상당히 큰 마을이기도 하지만, 조선통신사 등 한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는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항구에서 5분 남짓 걸어 티아라 쇼핑몰이 있는 이즈하라의 가장 중심거리로 들어섰다. 그 건너편에는 일본 전통 가옥 모양의 관광안내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먼저 관광안내소에 들러 지도와 간단한 관광정보를 알아본 뒤 본격적인 투어에 나섰다. 이곳 관광안내소에는 한국인 인턴 대학생들이 근무하고 있어 한국어로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가네이시성으로 향했다, 이곳 누문을 지나면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를 만날 수 있다. 이 비는 1931년 덕혜옹주와 대마도의 백작이었던 소 다케유키의 결혼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당시 대마도에 거주하던 조선인들의 성금으로 1931년 건립된 비석인데, 결혼 전부터 앓아왔던 정신질환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들 부부가 이혼하자 1955년 철거됐다, 2001년 11월에 다시 복원됐다고 한다. 고종황제의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 귀하게 자란 덕혜옹주는 결혼 후 거의 도쿄에서 생활했으며, 대마도를 찾은 것은 결혼한 해 딱 한 번뿐이었다. 황량한 성터 한쪽 구석에 쓸쓸하게 자리 잡고 있는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가 그의 기구한 삶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가네이시성 정원을 지나 계속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쓰시마 역대 번주와 정실 및 일족을 모신 묘소 ‘반쇼인’에 닿았다. 일본 3대 묘소 중 하나로 에도시대 당시 조선과 일본의 외교를 담당했던 소 가문의 위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이곳의 매력은 석등이 양쪽으로 줄 서 있는 돌계단이다. 짙은 숲 가운데로 뻗은 돌계단을 따라 거닐며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묘미가 있다.

◆대마도에 남은 조선통신사의 흔적

바로 인근에는 조선통신사비도 찾아볼 수 있다. 이즈하라는 조선 후기 일본으로 파견된 조선통신사들의 첫 기항지였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약 200년 동안 총 12차례 파견된 조선통신사는 부산항을 거쳐 대마도의 이즈하라항에 첫 기착 했다. 대마도 번주의 안내로 다시 해로를 거쳐 오사카에 닿았고 거기에서부터는 육로로 에도까지 이동했다.

대마역사자료관 근처에 서 있는 조선통신사비는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으로 한일 교류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을 기념해 1992년 세워졌다. 대마 호텔 앞으로 흐르던 긴 하천 벽에도 조선통신사의 행차를 그린 벽화와 더불어 에도시대 조선국 통신사의 첫 기항지라 표시해 놓은 부조가 새겨져 있다.

조선통신사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마도에서는 매년 8월 첫 번째 토요일, 일요일에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볼 수도 있는 ‘이즈하라항 축제 쓰시마 아리랑 축제’를 개최한다.

‘하치만 신궁’은 이즈하라 시내에 있는 신사로 대마도의 대표격인 신사다. 이즈하라 하치만신을 모신 하치만궁 신사, 우노도 신사, 천신 신사, 와카미야 신사가 함께 있다. 특히 신사를 지키는 두 마리의 고마이누 중 한 마리는 입을 열고 한 마리는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는 만물의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치만 신궁 바로 건너편에는 멋진 돌담길이 줄지어 있다. ‘사무라이 거리’라고 불리는 곳으로, 1660년대 간분시대에 사무라이 저택 마을 만들기 계획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돌담이나 무가저택의 문 등 당시의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어서 산책하며 둘러보기에 좋다.

◆히타카츠항서 출국, 편안한 섬 여행

이즈하라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은 차를 빌려 대마도 곳곳에 자리 잡은 관광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이즈하라항을 들어가 히타카츠항으로 나가는 배편을 선택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일 없이 편안하게 섬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대마도의 크기는 제주도의 절반, 울릉도의 10배 정도인 대마도는 본섬 외에 109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다. 섬 전체의 80%가 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는 점도 대마도를 신비롭게 하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이즈하라를 출발해 가장 먼저 만난 것이 만제키바시다. 아소만과 미우라만 사이에 놓인 붉은 아치형 다리다. 대마도를 위아래로 나누는 경계선의 역할을 하는 이 다리는 일본 본토와 부산의 연결을 단축시키는 운하가 필요해 건설하게 됐다. 만제키바시 근처의 만제키 전망대에 오르면 어깨를 나란히 한 나지막한 산봉우리와 푸른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대마도 최고 절경은 무엇보다 대마도 남서쪽 아소만에 있는 ‘에보시다케’ 전망대다. 까마귀가 모자를 쓴 형상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에보시다케는 아소만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360도 전망대다. 마치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연상시키는 리아스식 해안과 점점이 흩어진 섬의 모습이 절경이다. 그리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저 멀리 부산의 해안선과 함께 빨간색의 대형 선박 한 척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새삼 대마도가 얼마나 가까운 일본 땅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에보시다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와타즈미 신사도 하나의 볼거리다. 이곳은 뱃길 안전을 기원하는 해신 도요타마 히매와 그 아들을 모시고 있는 해궁으로, 바다라는 의미의 와타(和多)와 용궁이란 뜻의 즈미(都美)가 합쳐져 ‘바닷속 용궁’을 뜻한다. 본전 정면의 5개의 도리이(신사문) 중 3개는 바닷 속에 세워져 있어 밀물과 썰물의 흐름에 따라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와타즈미 신사의 또 다른 명물은 낙락장송이다. 땅으로 드러난 아름드리 소나무의 뿌리가 길게 드리워져 마치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지니고 있다. 하늘로 곧게 뻗은 삼나무 숲도 신비롭다.

히타카츠항 위쪽에 있는 미우다 해변은 에메랄드 빛 바닷물을 자랑한다. ‘일본 100대 해변’에 선정될 만큼 대마도 필수 관광명소다. 아기자기한 해변 모습을 가지고 있어 해수욕을 즐길 계절이 아니더라도 한 번 들러 산책을 즐겨보면 좋을 곳이다.

Tip

▶관광뿐 아니라 쇼핑을 즐기기 위해 대마도를 찾는 한국 관광객도 상당수다. 대형 마트나 드럭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일본 의약부외품에서부터 식료품, 화장품 등을 구매해오는 이들이 많다.

▶대마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로쿠베’다. 대마도 특산 고구마로 반죽한 면을 가쓰오부시 육수에 말아먹는 음식인데,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800℃ 이상의 열로 달군 화강암에 해산물을 구워먹는 이시야키도 대마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화강암에서 원적외선이 방출되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350년 역사의 전통 간식 ‘가스마키’는 카스텔라를 동그랗게 말아 만든 대마도의 별미다. 고소한 풍미로 가득한 카스텔라가 단팥을 감싸고 있는데,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적이다.

▶이즈하라 서쪽 수선사에는 면암 최익현 선생의 순국비가 있다. 1905년 10월, 조선과 일본 사이에 을사늑약(乙巳勒約)이 체결되자 최익현 선생은 “머리를 굽혀 치욕을 당하기보다는 기력을 분발하여 군신과 백성 모두가 함께 나아가 싸워야 한다”며 74세의 고령에도 몸소 의병을 일으켜 항일운동을 전개했던 인물이다. 그는 체포돼 대마도로 유배된 뒤 “일제가 주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며 단식으로 저항하다 유배된 지 4개월 만에 결국 아사 순국했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공사로 관람 불가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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