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대로 안랩 분사 무산…카카오엔 제2 노조 조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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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1.11. 오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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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4월 IT업계 `1호 노조`
넥슨·스마일게이트 등 뒤따라

네이버노조 민노총지원 업고
"사외이사 추천권 달라" 대립도

IT업계 "인력재배치·분사
꼭 필요한데 못할판" 한숨


지난 6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1번 출구 앞에 정의당 경기도당이 카카오 노조 설립에 맞춰 현수막을 내걸었다. 최근 판교에서는 노조 관련 홍보물을 사람이 많이 다니는 육교나 횡단보도, 길바닥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동인 기자>
민주노총과 정의당의 노조 결성 캠페인과 조직적인 개입이 노골화하면서 판교테크로밸리 일대에서는 회사 측과 직원들 간에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카카오 노조 '크루 유니언'은 최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소속으로 노조 깃발을 올렸다. 민주노총 소속 정보기술(IT) 기업은 네이버, 스마일게이트, 넥슨 등에 이어 카카오가 네 번째다.

최근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나 분사에 따른 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크루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모두가 당장 분노를 표현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함께해 우리 삶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부딪치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영진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커머스 사업에 대해 고용 불안정 등을 핑계로 일단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6일 홍은택 현 카카오메이커스 대표를 신설법인 '카카오커머스' 대표로 내정하면서 분사 의지를 확고히 했다. 커머스 분사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인데 노조가 반대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향후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카카오에서는 벌써 '제2 노조' 이야기가 나오며 복수 노조 설립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달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블라인드의 카카오 게시판에는 '바른노조 분사 철회 태스크포스 출범'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자신을 바른노조 출범 위원회라고 소개한 뒤 "우리 위원회는 커머스 분사 철회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하기로 결정했다"며 "회사를 규탄하고 총력을 다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노조 등 내부 반대로 서비스 사업 부문 분사가 무산된 안랩 분위기는 현재 매우 혼란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를 추진했던 서비스 사업부 수장이 최근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 임원은 퇴임 전 사업부 소속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서비스 사업부 책임자로서 분사 업무가 원만하게 성사되지 못한 점에 책임을 지고 퇴직을 결정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랩 관계자는 "안랩이 위치한 경기 분당구 삼평동 판교테크노3사거리에도 한국노총과 그 소속인 안랩노동조합에서 설치한 관련 현수막이 최근까지 걸려 있었다"며 "판교 주요 도로와 횡단보도뿐 아니라 길바닥에도 노조와 관련된 메시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차례 교섭 끝에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네이버 노조는 설립 초기 민주노총 지휘를 받으면서 무리한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협상 초기 교섭에서 노조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는 조항에 대해 명문화를 요구하고, 징계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해 달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경영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 상급 단체인 화섬식품노조가 교섭권에 적극 관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상급 단체가 협상 초기 교섭위원으로 참여해 네이버 노조를 이끌면서 강경한 주장을 펼쳤고, 사측은 이에 대해 9~11차 교섭에서 복리후생안 등에 대해 사측이 아닌 태스크포스를 통해 논의하자고 맞서면서 노사 갈등도 깊어졌다.

이들은 분사 전 단계 조직으로 독립적 의사 결정과 자율성이 보장하는 회사 제도인 사내기업(CIC) 제도를 반대하기도 했다. 노조는 특히 사외이사와 감사 각 1명을 노조에서 추천하도록 요구하다 최근 내부 비판을 의식해 교섭안에서 이 항목을 일단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지난달 11차 협상 결렬 선언 이후 앞으로 교섭을 통해 10대 핵심 단협안을 풀어갈 예정이다. 최근 진행 중인 12차 협상 교섭안은 실질적으로는 휴식권 보장 등으로 이견이 점점 좁혀지고 있는 분위기다. 노조는 연장·야간·휴일수당 지급과 휴일 없이 휴가비만 지급하는 리프레시제도 등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동아리 활동 지원 등 실질적인 직원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0가지 핵심 요구안에는 복리후생뿐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조합 활동 보장, 공정한 의사결정·인사원칙에서 투명성 확보 등 직장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담았다"며 "복리후생은 10년 동안 정체 혹은 퇴보한 제도를 합리적 수준으로 높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조는 공정한 의사결정과 인사원칙에서 투명성 확보 등을 주장하면서 사측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IT업계 내 처우가 최고 수준인데도 노조가 대의를 명분으로 결국 복지 혜택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리크루팅 기업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으로 분류된 네이버 직원 평균 연봉은 8233만원이었다. 2017년 기준 국내 30대 기업 직원 평균 연봉(8300만원) 수준이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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