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노사갈등…IT 개발경쟁력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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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1.11. 오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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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노조가입 후폭풍

◆ 판교 덮친 민노총 회오리 ◆

"중국 업체들은 한국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매일 24시간 밤샘 작업을 하면서 베낍니다. 하지만 국내 업체에서는 노조 눈치 보느라 신작 게임 출시가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어디가 더 글로벌 경쟁력이 있을까요."

20년째 정보기술(IT)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IT 회사들 개발 속도가 지난해보다 크게 느려졌다는 얘기가 많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직원들 근무 환경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블록버스터가 더 이상 터지지 않으면서 한국 게임업계 전체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출시된 국내 모바일게임 가운데 하루 매출 80억원을 넘어서는 흥행작은 단 1종도 없다.

지난해만 해도 하루 매출 80억원을 넘긴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 같은 흥행작이 나왔다. 블루홀 배틀그라운드, 펄어비스 검은사막과 같은 대작은 현재 상황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가뜩이나 몇 년째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근무 여건이 급하게 바뀌고 노조까지 설립되면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노조가 잇달아 설립되고 있다. 게임업계 노조들은 근무시간 단축 외에 게임 프로젝트가 끝나면 팀이 해체되는 시기 등에 따른 신분 보장과 인사 시스템 개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괄임금제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달라진 제도에 발맞춰 부족한 일손을 채워야 하는데 대부분 업체가 히트작이 없는 탓에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신규 채용을 꺼리는 악순환이 이미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9월 게임업계 노조 최초로 민주노총 화섬노조 지회로 노조를 설립한 넥슨은 전체 직원 6000명 중 1000여 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화섬노조 소속으로 깃발을 올린 스마일게이트 노조도 결성 이후 지난 6일 사측과 첫 만남을 가졌다. 노조 측은 이 회사 직원 2000명 중 35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지회장은 "마감을 앞두고 날밤을 새워 장시간 작업하는 상황을 빗대어 '크런치 모드' 등으로 표현하고 게임업계 직원들이 혹사당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난 6일 회사와 첫 만남을 갖고 전임 노조 활동 인원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게임업계에는 신작 출시 전 집중근로가 관행처럼 여겨졌지만, 7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대형 게임사들은 자율 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야근과 주말 근무를 최소화하는 등 근무시간을 대폭 줄이는 추세다. 주 52시간 근무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맞지만, 게임 개발이라는 직무 특성과 경쟁력 확보에는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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