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과 함께 전방위 공세
카카오 등 3천명 넘게 가입
경영간섭에 IT업계 `홍역`
◆ 판교 덮친 민노총 회오리 ◆
요즘 출퇴근 시간대 판교역 주변은 어깨띠를 두른 정의당 소속 운동원들이 주변 IT 기업 직원들을 상대로 노조 결성과 가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홍보물을 나눠주느라 분주하다.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 IT 기업들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20대, 30대로 엔지니어와 개발자 등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집중 공략 대상이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다니는 송 모씨(37)는 "퇴근길에 이들이 외치는 구호를 듣고 지나가자면 정치색 강했던 운동권 학생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동하던 과거가 떠오른다"며 "화염병을 던지는 시대 용어인 '모집책'이란 용어를 들으니, 별다른 쟁의도 없는 회사에 외부 세력이 개입해 분란을 일으키겠다는 노골적인 표현 같아 매우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IT와 게임업계는 그동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입김이 미치지 못했던 분야지만 올 들어 민주노총의 집중적인 지원에 힘입어 네이버에 이어 넥슨,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IT업체에서 잇달아 노조가 결성됐다. 안랩도 한국노총 산하 노조를 결성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노조원 숫자도 벌써 3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세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들 판교 IT 기업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 산별노조의 개입을 받으면서 조직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일부 회사 노조에는 아예 민주노총 측 인사들이 상주하면서 협상 초기 교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지난 4월 IT업계 최초로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네이버 노동조합 단체인 '공동성명'은 네이버 본사와 계열사 소속 직원 8000여 명을 대상으로 가입 독려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인 노조원 숫자는 노조 측에서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1000명 선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경영 간섭이 노골화하면서 내홍에 휩싸인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안랩은 지난 9월 서비스사업부를 분사해 별도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지만 노조 등 내부 반발에 부딪혀 약 3주 만에 이를 철회했다. 비대해지는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결정된 분사였지만 결국 노조 반발로 좌절됐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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