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녹지, 도시숲│④ 세계 각국 '도시의 허파'

숲속 유치원(500개) '천국' 프랑크푸르트 시유림

2016-06-30 10:47:49 게재

지하수 저장해 식수원 공급 기능 … 황실림을 시민에게 돌린 유럽, 아시아는 독립하면서 도시림 조성

600만㎡ 도시숲 '프라터'가 있는 빈, 전체 도시면적의 4분의 1을 숲으로 덮은 취리히, 도시 속 정원면적이 373만㎡에 달하는 뮌헨, 북미대륙 최대의 공원 '스탠리파크'가 있는 밴쿠버.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서 휴먼리서치가 조사한 삶의 질 보고서에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 곳들이다. 모두 숲이 도시 가치를 결정하는데 중요 역할을 했다.

최초 도시숲, 프랑크푸르트 시유림 =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 중심을 관통하는 마인강 남쪽 넓게 자리잡은 1500만평의 녹지지대. 세계 최초 도시숲인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이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이 숲은 휴양은 물론 지하수를 저장해 시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한다. 이 곳에서는 목재 생산과 수렵활동도 이뤄진다.

프랑크푸르트 시민의숲 스카이라인. 사진 위키피디아


독일 황제 카를 4세 황실림이었던 이 숲은 1372년 프랑크푸르트시가 매입해 시민의 숲으로 바꿨다. 이 곳의 '괴테전망대'는 잘 알려진 휴식 장소이며 역사도 깊은 곳이다. 이 숲의 가장 큰 특징은 프랑크푸르트 시민의 식수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시민 하루 물 수요량 16만5000㎥의 40%를 매일 공급하고 있다.

이 숲은 시민들의 식수원인 지하수를 담는 거대 그릇 역할을 한다. 숲의 물 저장능력은 수종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프랑크푸르트시는 생태적 안전과 물 생산 등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63% 정도의 활엽수 비율을 장기적으로 7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이곳에는 숲속 유치원이 만들어졌다. 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 취학전 어린이들이 체험하며 배우는 곳이다. 1968년 독일에서 최초로 숲 유치원이 설립된 이래, 꾸준한 호응으로 현재는 500여개로 늘어났다.

"이 역사적인 숲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시는 2000년 숲 전체를 보호림으로 지정했다.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은 숲에 대한 관심을 조금도 늦추지 못한다. 모든 시민의 사랑을 받을 때에만이 자손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숲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변우혁 고려대 교수

산림교실로 유명한 '비너발트' = 음악도시 빈이 스모그와 먼지로 생활환경이 악화되자, 산림에 대한 국민 요구가 점점 커졌다. 빈을 둘러싼 숲을 보호하려는 획기적 결정들이 이어졌는데, 지금 불리는 '비너발트'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빈숲은 빈 안팎에 위치한 숲을 일컫는 말로 원어 그대로 '비너발트'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비너발트는 산림교실로 유명하다. 숲 속 체험학교인 '오타크링'은 빈 16구에 있다. 학교로 쓰이는 건물은 원래 커피숍을 곁들인 식당이었지만 빈시가 사들여 1998년 오스트리아 최초 숲속 체험학교로 설립됐다.

이 곳에서 체험활동을 하려면 최소 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학교는 체험의 날로 지정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교육을 진행한다.

이밖에도 야생동물을 직접 볼 수 있는 라인쩌 야생동물공원이 비너발트 안에 있다.

"숲은 나무들이 모여 있는 유기체 집단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음을 다 잘 알고 있다. 그것이 형이상학적 가치로 승화될 때, 때로는 한 도시민의 정신 삶을 고양시키기도 한다. 그러한 예를 비너발트에서 볼 수 있다." -김기원 국민대 교수

아시아권, 삭막한 도시에 인공숲 = 오래된 황실숲과 정원이 도시숲으로 탈바꿈 한 유럽 중세 도시들에 비해, 아시아권에서는 도시가 형성된 후 만들어진 인공숲들이 많다.

서울숲이 있고, 오사카 시민의 숲도 있다. 싱가포르 파크커넥터와 타이베이의 허파로 불리는 다안삼림공원도 도시화 이후 만들어진 곳이다.

1959년 싱가포르는 140년간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된 정부를 세웠다. 급속한 개발을 통해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개발 후에는 많은 도시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 도시 속에 푸른 녹지를 조성하기 위한 녹색프로그램은 국가 주도형으로 추진됐다.

1991년 싱가포르 정원도시시행위원회는 파크커넥터(Park Connector)를 공식 승인한다. 주요 공원과 녹지를 도시 내 여러 장소들과 연결하는 다목적 '그린웨이'를 만드는 사업이다. 파크커넥터는 현재 정부와 시민 모두가 참여해 만들어가는 협업의 모델로 상징된다.

타이베이의 허파로 불리는 다안산림공원은 1992년 공사를 시작해 2년뒤 완공했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넓은 공원이며,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원이기도 하다.

오사카 시민의 숲은 시로 승격된 지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자연공원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주체적으로 숲을 운영·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도시숲을 통한 환경교육에 초점을 맞춰 학교 단위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돼있다. "오사카 시민의 숲은 높은 시민의식으로 무장된 곳이다. 도시숲 프로그램 운영으로 얻은 수익금은 자원봉사자 숲 해설 활동, 산림 정비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숲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오사카 시민의 숲이 갖는 특징이다." -이동근 서울대 교수

고품격 도시숲으로, '정원 문화' 확대 필요 = 이처럼 세계 각국 도시들이 녹색지대를 넓히고 있고, 도시숲 미래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대형 도시숲보다 소규모 공원과 정원을 넓혀가고, 주민 참여형 운영방식을 다양하게 번식시키고 있다. 세계 정원산업 시장 규모는 2011년 141조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정원산업은 2014년 1조2700억원인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김용하 산림청 차장은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여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필연적으로 도시숲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생활권 주변의 자투리 공간들을 녹색의 공간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녹화운동에 더 많은 국민들과 기업, 시민단체 등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기획 : 산림청·생명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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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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