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 하던 우주인의 일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2015년 3월, 스콧 켈리는 1년간의 우주체류 임무를 띠고 소유즈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세계 각국이 참여하여 우주공간에 사람이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만든 거대한 우주비행체다. 이 책은 ISS의 구조와 명칭, 우주인들의 임무수행과 일상 등 우주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ISS로 파견된 우주인들의 하루 일과는 분초 단위로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무중력의 공간에서 생기는 신체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데, 스콧 켈리의 경우는 특별히 지구에 있는 쌍둥이 형제와 비교 연구하기 위해 DNA를 분석하기도 했다. 우주 식량 재배를 위한 사전 연구로 상추와 꽃도 기르고, 지구를 관찰하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내부에서 이뤄지는 실험뿐만 아니라 아주 드물게는 허블 망원경 같은 중요한 장비의 수리를 위해 우주선 외부로 나가는 우주유영이 이뤄지기도 하며, 이는 다른 어떤 활동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 그 밖에 우주생활에서는 작은 실수로 생사가 오가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스콧 켈리의 글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러한 우주의 긴박함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주말에는 지구에서와 비슷한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여유와 함께 누리는 가족들과의 통화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다. 무중력 공간에서 운동은 필수다. 운동을 하려면 멜빵을 찬 다음 러닝머신의 로프에 연결해야만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 우주식으로 포장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말라붙은 땀 조각을 물티슈로 수습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훔치는 것으로 샤워를 대신한다. 소변을 보는 것도 자칫 새면 방울방울 날아다니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 모아둔 소변은 증류하여 식수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이처럼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도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나면 모든 것이 특별해진다. 스콧 켈리의 글이 더욱 따뜻하고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우주에서도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지구를 떠나 전혀 낯선 우주라는 공간에서 인간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스콧 켈리는 우주인으로서의 삶을 간절하게 꿈꾸었지만, 현실에서 우주인으로 살아내야 했던 시간의 고뇌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록했다. 그가 우주에 머물면서 느낀 가장 큰 고통은 소중한 이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이었다. 실제로 미국 하원의원이었던 그의 형수 개비가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력감을 느꼈다. 고독이 찾아올 때는 지구의 멋진 조망을 볼 수 있는 창으로 지구를 내려다보곤 했다.
고립된 폐쇄적 우주공간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동료들뿐이었다. 누구의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는 함께 기뻐하고,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동료를 보내면서는 함께 슬퍼했다. 위험이 감지되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지상의 관제센터에서 예정된 방송을 태연하게 진행할 때는 함께 분노했다. 머무는 공간이 달라졌을 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기쁨, 분노, 사랑, 즐거움은 우주에서도 동일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랜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적, 사회적 영향에 관한 의미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작은 발걸음이 모여 거대한 도약이 된다
평범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스콧 켈리는 대학 신입생 때 톰 울프가 쓴 [영웅의 자질]을 읽고 크나큰 감명을 받아 꿈을 꾸기 시작한다. 우주인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자 성적은 밑바닥이었고, 우주인이 되기 위한 길 중 하나로 생각했던 학교로의 편입도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스콧 켈리는 난생처음 마음잡고 공부에 매진하여 좋은 성적으로 편입에 성공하고, 해군 ROTC에서 항해 훈련을 받고, 전투기 조종사로 경력을 쌓고, 매일 달리기를 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등 우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셀 수 없는 노력이 뒤따랐다. 만년 열등생에서 베테랑 우주인이 되기까지 그가 꿈을 향해 걸어온 길을 보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우주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스콧 켈리의 값진 경험담은 구체적인 지침이자 희망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