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체첸서 동성애자 대대적 단속…당국 "거짓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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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4.03. 오후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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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즈니=AP뉴시스】러시아 체첸 공화국의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이 2월 22일(현지시간) 그로즈니에서 '조국 수호자의 날' 행사에 참가해 연설하고 있다. 2017.4.3.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러시아 체첸 공화국이 대대적인 동성애자 단속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권 탄압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단속 과정에서 동성애자가 의심되는 남성 3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의 반정부 매체 '노바야 가제타'는 1일(현지시간) 체첸 공화국이 며칠 사이 동성애자 단속 작전을 벌여 동성애가 의심되는 남성 100여 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익명을 요구한 체첸 내무부, 검찰 인사들과 현지 동성애자 모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전했다. 체포된 이들 가운데는 지역 방송인, 종교인들도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보도 내용은 온라인 상에서 즉각 논란이 됐다. 러시아의 한 동성애자 인권 활동가는 2일 아프마트 카디로프 전 체첸 공화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다리에 자신을 수갑으로 묶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체첸 공화국은 동성애자 단속을 부인했다.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의 대변인은 관련 보도는 "완벽한 거짓말이자 잘못된 정보"라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말했다.

이 대변인은 체첸 공화국에는 동성애자 자체가 없다고 했다. 그는 "나라 안에 말그대로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을 구금하고 기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체첸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사법 당국이 나서기도 전에 친지들이 그들을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곳으로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체첸 공화국 내부부의 마고메드 드니이브 대변인은 보도가 나온 1일은 만우절이라며 동성애자 단속 관련 내용은 "모두 만우절 농담"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체첸의 남성들은 모두 건강한 생활방식을 갖고 운동을 즐긴다. 이들의 성적 지향은 인간이 창조될 때 규정된 한 가지 뿐"이라며 "다른 성 정체성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러시아 담당가 예카테리나 소키리안스카이아는 지난 열흘 동안 이번 사태에 관한 우려스러운 정보를 받아 봤다고 일간 가디언에 밝혔다.

그는 "체첸 공화국 수도 그로즈니 안팎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들었다"며 매우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동성애자 단속으로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자치령인 체첸 공화국은 사회 분위기가 극도로 보수적이다. 동성애 사실이 드러나면 정부 단속을 받기도 전에 가족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러시아 역시 '동성애 선전 금지법' 등으로 동성애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 모스크바 등 규모가 큰 도시에서는 비밀리에 활동하는 동성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체첸을 비롯해 러시아 북코카서스의 무슬림 공화국들에선 동성애에 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성애자는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에게조차 자신의 성적 취향을 밝히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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