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정치 지망생까지 '사하구 선점' 뜨거운 총선 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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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선을 앞두고 '사하(沙下)의 전쟁'이 소리 없이 전개되고 있다.

인구 33만 명의 부산 사하구가 21대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 출마 희망자들이 불꽃 튀는 조직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하갑·을 최대 격전지 부상

여야 출마 희망자 본격 행보
민주, 조경태 '을' 집중 공략
한국, 최인호 '갑' 공세 강화

선거구제 개편에도 관심 집중


서부산권의 중심지인 사하구는 전통적으로 '야성(野性)'과 '진보성'이 강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보수 성향 정당들이 부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때도 조경태 의원이 민주당 당적으로 유일하게 당선된 지역이다.

올 6월 지방선거에선 무명에 가까운 김태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재선 구청장, 부산시 부시장, 부산상의 부회장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이경훈 전 구청장에게 12%포인트(P) 차이로 압승을 거뒀다. 4명의 시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기초의원도 8 대 7로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 전체 흐름이 민주당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국회의원의 경우 조경태(4선)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옮겨 더불어민주당 최인호(초선) 의원과 함께 여야 양립구도가 형성돼 있다.

차기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여야 정치 지망생들은 상대 국회의원 지역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에선 조경태 의원의 사하을을, 한국당에선 최인호 의원의 사하갑을 우선 공략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현재 공석인 한국당 사하갑 당협위원장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가 이 지역의 주요 관심사이다. 이경훈 전 위원장이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한국당 당협 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추석 연휴 직후 당무감사에 착수해 전국 당협을 정비할 예정이어서 연내에 사하갑 당협위원장이 새로 인선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20대 총선 때 3선 부산시장을 지낸 허남식 전 시장을 당내 경선에서 누르고 본선에서 최인호 의원에게 4%P 차이로 석패한 김척수 전 위원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후문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장실 전 문화체육부 1차관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방송 토론자로 유명한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도 갑과 을에 동시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박 소장은 10일 "부산 전 지역을 놓고 고민 중이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조경태 저격수'를 사하을에 투입할 태세다. 최근 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을 맡은 이상호 전문건설공제조합 감사가 가장 적극적이다. '미키 루크'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이 감사는 최인호 의원실 김호준 보좌관을 영입해 조직 관리를 전담시키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 현직을 사퇴하고 사하을에 조기 투입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민주당 모 인사는 "조경태 의원을 무조건 떨어뜨려야 한다"고 했다.

이에 뒤질세라 조 의원도 '몸집 불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연말로 예정된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나 내년 초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4선 의원에 걸맞은 중책을 맡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지역의 최대 관심사는 선거구제 개편과 공천제이다. 여야가 상향식 공천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인지도가 높은 조·최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그러나 전략공천제가 도입된다면 '선수에 걸맞은 역할을 못 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조 의원이 손해를 볼 수 있다. 의정활동 실적과 지역구 관리는 뛰어나지만 일부 친문(친문재인) 핵심부와 불편한 관계인 최 의원의 거취도 주목된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소선구제가 중대선거구제로 바뀌면 현역인 조·최 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반대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 신인들은 심대한 타격을 받는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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