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신뢰손상…글로벌 수주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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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1.14. 오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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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회계 중과실·고의분식…바이오업계 기로

자금·기술 갖춘 해외업체 부상
각국은 진입막고 규제는 안풀려

총성없는 전쟁서 한국만 뒷걸음
한국 민관협력 발전로드맵 짜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고의적인 중과실로 인한 회계 부정으로 결론이 나면서 바이오 업계는 내우외환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6% 넘게 오르면서 시장은 불확실성을 해소시킨 데 따른 안도의 모습을 보였지만 업계는 계속된 악재에 좌불안석이다.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실적 부진이 연속된 데다 삼바의 회계 부정까지 확정되면서 기술적 반등이 지속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결론으로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바의 주 사업인 의약품 위탁생산(CMO)은 글로벌 기업들의 윤리 규정이 까다로워 향후 수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10월 전 세계 최대 규모(바이오탱크 기준 18만ℓ)인 제3공장 가동으로 글로벌 최대 CMO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업계 인사는 "유수 제약사들은 위탁생산 업체의 재무적 안정성은 물론 도덕성까지 수주 잣대로 삼는다"면서 "삼바의 고의적인 회계 부정에 따른 신뢰 상실로 CMO 사업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바이오 시장이 커지면서 자금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해외 경쟁자들이 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이번 사태까지 터져 업계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업체 증가로 제품 가격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하고 있지만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서로에 대한 불신만 쏟아내고 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잠재력과 성장성은 기존 제약 분야보다 높지만 해외에 나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2410억달러에서 오는 2021년에는 3440억원으로 5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바이오 의약품은 전체 의약품 대비 14~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의 높은 성장성에 주목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바이오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44%나 낮아진 것도 경쟁 심화에 따른 공급단가 인하 때문이다. 아직까지 막대한 자금을 들여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국내 바이오업계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조특허 외에도 각종 물질특허를 내걸어 바이오시밀러 판매 시점을 늦추려 하고 있다"며 "단순히 제조특허 만료만 보고 제품을 준비했다가는 출시 시기 지연으로 비용은 불어나고 소송에까지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는 "2010년 초만 해도 국내외에서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봤지만 그 시장을 우리 기업이 선도적으로 연 것"이라며 "이제 막 움트는 바이오 산업이 각국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바이오 산업의 해외 진출 로드맵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바이오 산업 지원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2016년 3월 바이오 산업 성장을 막는 규제 해소를 내걸고 정부가 출범시킨 바이오특별위원회는 2년간 한 건의 규제도 철폐하지 못하고 해산했다.

바이오 업계가 꼽는 거미줄 규제 중 하나는 유전자 검사 분야다. 미국과 유럽에선 개인이 치매, 유방암 등 질병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를 편의점 등에서 구입한 유전자 검사키트를 구입해 업체에 결과를 의뢰할 수 있지만 국내는 금지돼 있다. 병원 대신 유전자 검사업체가 시행하는 일명 '소비자 직접의뢰(DTC·Direct to consumer)'를 통한 검사는 2016년 6월 말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탈모, 피부 노화 등 12개 분야에서 허용됐을 뿐이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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