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신 기자]
지난 11일 울산의 한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한 남성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향해 음식을 던진 사건이 벌어졌다. 후일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음식을 던진 이유에 대해서는 세트를 주문했는데 단품이 나와서 순간적으로 화가 났고,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한 순간에 감정이 폭발했다고 말했단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며 또 다른 갑질 횡포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는 등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러한 갑질에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 나왔다. 김의경 작가의 신작 <콜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갑질에 시달리는 콜센터 직원들이 매일 같이 전화해 욕설과 트집을 일삼는 '부장'을 응징하기 위해 찾아나서는 로드무비"이다. 과연 성공했을까?
▲ <콜센터> 표지 |
ⓒ 광화문글방 |
서로 격려해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모두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는 사람은 자신일 거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같은 콜센터에서 일하는 형조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주리에게 마음을 열 시간이 없다. 피자 배달을 하는 동민 또한 악마 같은 사장 밑에서 이를 악 문다.
이들이 진상 고객인 '부장'을 응징하기 위해 나선 이유는 울산의 맥도날드 갑질남 사건과 오버랩 되면서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바로 이들의 폐부를 송곳으로 찌르는 '언어폭력' 때문이다.
"평생 콜센터에서 일해라."
<콜센터>는 이 다섯 청춘들의 삶을 현미경처럼 관찰한다. 마치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작가 김의경은 실제로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했다. 작가로 등단하기 전인 2014년, 피자 주문을 받다가 꼭 소설로 써보고 싶다고 마음 먹었단다.
콜센터를 관두고는 콜센터를 배경으로 추리소설을 썼다가 재미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다시 현실적인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왜 추리소설을 먼저 썼는지 이해가 된다). 결국 <콜센터>는 '디테일'과 '눈물겨움' 덕에 제6회 수림문학상을 받는다.
책을 더 자세히 소개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간단한 감상 평만 남기자면 이렇다.
"잘 만든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는 느낌, 장진과 홍상수가 공동 연출하는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냥 내 짐작일 뿐이지만 김의경 작가도 영화의 판권을 염두하고 소설을 쓴 것 같다.
울산 맥도날드 갑질남은 경찰 조사에 앞서 피해 알바생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 모양이다.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갑질남의 주소를 알려줬으면 좋겠다. 김의경의 책 <콜센터>를 읽으라고 선물하고 싶어서. 그리고 당신의 갑질에 당한 이의 푸념도 들어보라.
"아무런 의미를 못 찾겠어. 콜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깎여 나가는 것 같아." - <콜센터> 中 용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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