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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남의 편…독박육아 위로하는 내 편 ‘툴리’는 누굴까

[한겨레] 세 아이 엄마 앞에 나타난 보모

경험으로 쓴 각본 현실감 극대화

22kg 살찌운 샬리즈 시어런 열연

예비 아빠들에게 강력 추천을!



영화 <툴리>의 한 장면. (주)콘텐츠판다 제공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대 속담을 굳이 거론하지 않는대도 세상 모든 아이에게 어머니는 곧 신이다. 아이는 태어나서 ‘인간 구실’을 할 때까지 어머니로부터 일상의 모든 보살핌을 받는다. 더할 나위 없이 경이롭고 감사한 일이다. 그럼, 이 말을 뒤집어 보자. 세상의 모든 여성은 결혼해 아이가 생기면 신이 되어야만 한다. 더할 나위 없이 무겁고 두려운 일이다.

여기 피곤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사는 한 여성이 있다. 아직은 신발까지 챙겨줘야 하는 첫째 딸, 정서장애를 가진 남다른 둘째 아들, 계획 없이 태어나 밤낮없이 울어대는 셋째 딸, 그리고 집에 오면 게임만 하다 좀비처럼 잠드는 남편을 둔. 몸을 열 개로 쪼개는 분신술로도 부족한 마를로(샬리즈 시어런)를 위해 그의 부유한 오빠는 ‘야간 보모 서비스’를 권한다. “어떻게 아이를 남에게 맡기냐”던 마를로지만, 견디다 못해 야간 보모 툴리(맥켄지 데이비스)를 부른다. 툴리는 독박육아에 너덜너덜해진 마를로와 아이들을 가족처럼 돌봐준다. 갓난아이인 셋째를 밤새 달래고, 집안을 말끔히 청소하고, 특별한 컵케이크도 굽는다. 툴리는 말한다. “아이만이 아니에요. 당신도 돌보러 왔어요.” 툴리 덕에 마를로는 조금씩 자신을 돌보고 삶의 여유를 찾는다. 이 ‘램프 속 지니’ 같은 슈퍼 보모 툴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영화 <툴리>의 한 장면. (주)콘텐츠판다 제공 <툴리>는 초반부터 마를로가 처한 상황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면서 흡입력을 끌어올린다. 밤새 모유 수유를 하느라 열두 번도 더 잠에서 깨고, 똥 기저귀를 한 시간마다 갈아대고, 떡진 머리를 한 채 한 마리 젖소처럼 유축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냉동 피자를 데워 식구들을 먹이고, 파김치가 돼 소파에 잠시 널브러지고…. ‘반 출산 조장 영화’라며 정부가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밀려온다.

하지만 툴리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시선은 조금씩 확장된다. 툴리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교류를 더해갈수록 마를로의 내면에 잠재된 불안과 자괴감, 욕망이 한꺼풀씩 벗겨져 그 정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둘이 함께 몰래 야간 외출을 감행한 날, 예상치 못한 사고와 함께 툴리의 비밀이 드러나며 영화는 반전을 맞이한다.

결국 영화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내 아이만은…”이란 집착에 빠져 과로를 일삼고, 그러면서도 완벽하지 못한 스스로에 불안해하던 마를로의 내면이 툴리라는 ‘의문의 존재’를 통해 투영돼 드러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영화의 반전이 놀랍기보다 오히려 짠한 이유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속 여전사 모습을 포기한 채 무려 22㎏의 살을 찌우고 모유 수유를 포함한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연기해 낸 배우 샬리즈 시어런, 극심한 산후우울증과 야간 보모 고용 등의 절절한 경험을 녹여 각본을 쓴 여성 작가 디아블로 코디의 만남이야말로 <툴리>의 리얼리티를 만들어낸 힘이다.

영화는 이어폰을 끼고 요리를 하는 마를로의 곁에 다가서 함께 음악을 들으며 설거지를 돕는 남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변화의 시작’을 말한다. 그러나 왜 모든 변화는 여성의 극단적 희생 끝에서 시작되는지.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함과 숭고함에 대한 경외를 비집고 고개를 드는 의문은 끝내 어쩔 도리가 없다.

“20대는 꿈만 같죠. 그러다 쓰레기차처럼 30대가 다가와요. 엉덩이와 발이 임신할 때마다 반 사이즈씩 커지고, 자유로운 영혼도 매력이 사라져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컨실러 범벅이죠.” 이 영화를 곧 부모가 될(혹은 된) 남녀, 특히 남자들에게 권한다. 그들이 부디 마를로의 이 대사에 귀 기울이기를…. 22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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