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이겨내는 부산…물류·관광·금융 새 성장동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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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약 준비하는 부산

2022년까지 매년 2조 투입…일자리 26만개 창출 목표
스마트 해양·지능형 기계, 미래수송기기·관광산업 육성


[ 김태현 기자 ]
부산원도심 모습 부산시 제공

12일 부산의 대표 공단인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도로변의 5단 광고판과 회사 담벼락에는 ‘공장 급매, 임대’라는 현수막이 빽빽이 붙어 있다. 2016년 말만 해도 80%를 기록했던 가동률(최대 생산능력 기준 생산액)이 지난 9월 6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3.3㎡당 400만~450만원이던 공장부지 가격은 300만원 선까지 추락했다. “어느 업체가 부도날 것이다. 부도났다”는 루머도 나돈다. 한 기업 대표는 “조선과 자동차산업 부진으로 활력을 잃었다”며 “조선이 조금 살아나긴 하지만 회복하기까지는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다시 성장동력을 찾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신항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4분기 제조업경기전망지수(BSI)는 84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불꽃축제 등 대형 행사가 많았지만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부산 수출도 10억1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 침체기였던 2009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감소율이다. 부산 수출 감소율은 전국 평균의 네 배에 이른다.

북항재개발지역

허문구 무역협회 부산본부장은 “4분기에는 금리 인상과 신흥국 경기 불안 등 대내외적인 리스크가 있어 수출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300만1000명이던 15세 이상 노동가능인구는 지난해 299만2000명으로 9000명 줄었다. 올해도 감소세는 이어져 9월까지 1만5000명 줄었다. 다양한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더 이상 이대로 두면 부산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자 부산시 및 부산상의와 관련 기관,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 회복에서 제대로 된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매년 2조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일자리 26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 해양, 지능형 기계, 미래수송기기, 글로벌 관광의 네 개 전략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문현금융단지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혁신도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융과 해양, 영화·영상 기관의 부산 이전 및 동남권 원전해체기술연구소를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부산상의도 내년까지 회원사를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 1만 개를 확보하기로 했다. 2030 등록엑스포 유치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부산의 미래를 물류 발전에 두고 있는 전문가가 많다. 컨테이너 처리량에서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는 바탕인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부산상의, 부산항만공사, 에어부산도 이에 맞춰 항만과 철도, 하늘길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산시는 신북방 정책의 시·종점으로서의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부산이 동북아 물류 중심 도시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북한 원산과 나진을 경유하는 부산발(發) 유럽행 열차 운행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신항이 물류 중심 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철도·항만 연계망을 조속히 구축하고 나진~하산프로젝트 등 남·북·중·러 육해상 복합 물류 루트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부산항만공사와 공동으로 나진항 개발도 추진한다. 부산상의는 국제공항의 조기 가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에어부산은 기업 상장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마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항로를 개척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부산상의는 문화 관광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보고 기반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해운대와 광안리를 잇는 해양관광벨트에 이어 북항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하겠다”며 “관광도시 부산의 입지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여 달러 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박과 관광업, 문화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공인들이 에어부산과 부산면세점을 세워 안착시킨 데 이어 부산부동산신탁도 설립해 새로운 산업 인프라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블루코스트도 부산관광 1번지 해운대와 용호동을 잇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케이블카 설립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시민과 상인들의 노력으로 부산 야경 조망 ‘핫플레이스 3곳’도 새로운 관광지로 조성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카페도 함께 들어서면서 새로운 도심관광 문화권을 조성해 가고 있다. 동구의 168계단 전망대는 일제강점기, 6·25전쟁과 산업화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에 부산의 중심이었던 아픈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초량이바구길’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영도구에 있는 청학배수지 전망대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영도 전경과 아름다운 부산항대교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전망대 인근에는 명소로 유명한 ‘신기산업 카페’ ‘카린카페’ ‘볼트 220’ 등 카페가 있다. 남구의 황령산 전망쉼터는 360도에 걸쳐 광안대교를 비롯한 부산 전역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고려제강 폐공장 재탄생의 모델인 망미동 F1963(옛 고려제강)에 이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쌀 창고 ‘대교창고 깡깡이 마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체는 아시아와 북방권의 해외 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고 있다.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스마트 금융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그동안 확보한 금융 노하우를 살려 아시아와 북방 시장의 금융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선주조도 추락했던 소주 상권을 회복하면서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브랜드 탄생 30주년을 맞은 파크랜드도 의류와 신발 두 가지 상품을 내세워 국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선두 자리에 나서고 있다. 선박검사기관인 한국선급도 해외 마케팅과 심포지엄 등을 지속적으로 열어 바이어를 확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벤처들의 요람을 조성해 매출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곳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 부경대 용당캠퍼스는 캠퍼스 전체를 산·학·연 연구기지로 조성했다. 1999년 35개사 70여 명이 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곳이 324개사 800여 명이 580억원을 올리는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부산연구개발특구도 부산글로벌테크비즈센터 가동에 들어가 창업 활성화와 성장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은 기관들과 공동으로 중소기업을 돕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부산문현금융단지에 새 사옥을 지어 에너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도 부산국제금융센터 본사에 금융 스타트업을 모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블록체인 등의 신생기업을 육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산은 추락하고 있는 조선과 자동차, 기계 등 주력 산업을 서둘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탈바꿈시키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관광과 금융산업도 첨단화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체제로 바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일본 중국 등 인근 경쟁국보다 강점을 가지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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