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석 인사혁신처장님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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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연 포럼] '공무원의 나라'를 바로잡을 첫 단추 끼워주시길 [김형모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저자]
 김판석 인사혁신처장님 안녕하십니까.

처장님과 사실 일면식도 없지만 대학 시절 행정학과 다니는 친구들한테 '자랑스러운 교수님'으로 회자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당시 처장님은 뛰어난 학문적 업적과 열정적 강의로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젊은 교수님이셨지요. 세계적인 행정학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셨기에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인사혁신처장이란 중책도 맡으셨고 벌써 1년 4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까지 함께하시며 큰 족적 남기시길 기원합니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의 인사·윤리·복무 및 연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정부 부처로 알고 있습니다. 공무원의 인사정책은 단지 내부자인 공무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공무원이 가지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위치, 국민이 납부한 조세를 기반으로 고용됐다는 특성, 공직의 임금 및 인사체계가 갖는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공무원과 교사 등 공직은 어린이부터 중장년까지 가장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OECD 선진국 중 한국처럼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1인당 국민소득 대비 공무원, 교사의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세계적인 행정학 권위자인 처장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공직의 과도한 인센티브와 특혜는 국가권력의 핵심 동력이자 집행수단으로 공직자의 충성을 이끌어야 했던 구시대의 관행이자 국가 주도 경제발전이 절실했던 개발독재시대의 유산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공직이 갖는 특수성이 있고 이러한 특수성이 인사정책에 반영되어야 하겠으나, 국민 눈높이에서 누가 봐도 명백한 특혜는 분명히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제가 지식이 일천하지만, 평범한 국민의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특혜들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존속하는 제도와 개선에 대해 몇 가지 말씀 올리겠습니다.

첫째, 복지포인트 비과세 문제입니다.

이미 너무나 많이 언급된 사항입니다. 공무원 교사는 물론 정부나 지자체가 고용한 이들에게는 복지포인트라는 게 지급됩니다. 처우가 좋은 공기업이나 대기업 등에서도 복지포인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만, 공무원 복지포인트만 갖는 특혜가 있습니다. 바로 세금도 사회보험료도 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복지포인트를 받는 직장인들은 근로소득에 합산되어 해당 금액만큼 세금을 납부하고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를 부담합니다. 그들을 고용한 사용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대해서만은 과세도 하지 않고 건강보험료, 연금 등 사회보험료 납부 기준소득에서도 빠집니다. 해마다 논란이 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13년 넘게 유권해석 답변을 미루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복지포인트 건보료 누락으로 걷지 못한 건보료 수입만 최근 5년간 3459억 원(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분석 발표)입니다. 2019년에는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예정인 지금이 공무원 복지포인트 과세라는 '미뤄왔던 숙제'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공직자 임금과 처우에 대한 투명한 공개입니다.

납세자로서 공직자의 임금을 정확히 아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투명성을 증진시키고 합리적인 임금과 처우를 확립하는데 공직자 임금의 정확한 공개는 매우 필요한 과제입니다. 단순히 ‘전체 공무원 평균기준소득월액’이나 소득의 일부인 기본급 호봉 표를 공표하는 게 아니라 각 부처, 지자체, 교육청별로 직책과 근속연수 등에 따른 정확한 세전임금과 출장수당, 시간외근무수당, 복지포인트, 성과상여금 등 공직자에게 지급되는 모든 인건비성 지급액의 정확하고 일상적인 공개를 바랍니다. 햇빛이 비치면 곰팡이가 사라지듯, 본 제도의 시행으로 시간외수당, 출장비 부정수급과 성과보단 '짬밥'으로 지급되는 성과급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되리라 기대됩니다.

셋째, 공로연수제 전면개혁 또는 폐지입니다.

정년을 앞둔 공무원 중 4급 이상은 1년, 5급 이하는 6개월의 공로연수를 받습니다. 사회적응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 하지만, 사실 그냥 월급 받으며 쉬는 '퇴직 안식휴가'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지만, "폐지 시 인사행정에 차질 불가피"하다며 제도는 존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리와 승진을 위해 공직이 존재하는 것도 아닐 텐데, '인사행정 차질이 불가피'하다니…. 솔직히 승진에 민감한 공직 내부의 여론과 인사정책상 '당근'을 놓칠 수 없다는 이해관계 때문에 유지하는 거 아닐까요? 더군다나 현 정부는 공무원이 부족하다며 17만 4000명이 넘는 신규채용을 임기 중 약속했습니다. 이 와중에 한 편에서는 고액임금 받으며 수많은 공무원이 놀고 있는 현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넷째, 일명 '민간임금접근률' 조사방식의 변화입니다.

인사혁신처는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하여 정기적으로 민간임금접근률이라는 조사를 시행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보수의 민간임금 접근율'은 현재 100인 이상 기업 사무관리직 재직자를 비교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연령과 학력 수준 등 인적특성 차이를 통제해 보수격차를 산정하는 피셔지수(Fisher index)를 바탕으로 조사를 시행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기업 규모 간 임금격차가 매우 큽니다. 그리고 대기업 고용비중이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단적으로 국민연금 직장가입자 중 99인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고용자 중 일부인 100인 이상 사업체, 그것도 사무관리직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민간기업의 사무관리직은 성과를 내고 승진하지 못하면 장기근속자체가 힘듭니다. 철저히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원통형 고용구조인 공직사회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장기 재직한 민간기업 간부들을 '1대 1'로 비교해 임금수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통계청의 임금조사 및 국세청의 근로소득 연말정산 통계 등 데이터는 많습니다. '100인 이상'에서 전체 민간기업 근로자로 범위를 넓히고, 전체 민간기업 평균/중위소득과 공무원의 평균/중위소득 비교를 주 지표로 활용 공표하는 것이 우선이며 더욱 정확한 현실의 반영일 것입니다.

특히나 민간근로자와 공무원 중위소득 비교지표를 적극 활용한다면 정책 추진의 주체인 공직자들이 근로자 중위소득을 높이려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며, 이는 사회적으로 임금구조를 하후상박으로 바꿔 가는 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섯 번째, 공무원연금 기여금 미납기간 연금산정 소득 제외입니다.

공무원연금이 최근 개편됐지만 대다수 재직자는 33년이 최대 납부기간입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만 19세에 공직에 입문했다면 만 51세면 33년을 채웁니다. 아직 정년이 9년이나 남았고 연공서열 호봉제인 공무원 임금 체계상 잔여 재직기간의 임금수준은 생애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요즘이야 늦은 나이에 공무원, 교사 되는 경우도 많지만 현재 장년층 공직자들의 다수는 젊은 나이에 공직을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예전엔 공무원 임용 연령 제한까지 있었기에 더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출산이나 군 복무, 실업기간 크레딧도 아니고, 확정급여형 연금제도에 멀쩡히 재직하면서 납부하지 않은 기간 본인 소득을 연금 산정에 넣는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이건 퇴직연금이건 어떤 연금제도에도 찾아볼 수 없는 공무원연금만의 특혜입니다. 가뜩이나 국민연금에 비해 후한 급여로 '특권연금'이라 불리는 특수직역연금입니다. 본 제도의 시급한 개선을 바랍니다.

아무리 인사혁신처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계시더라도 제도 자체를 바꾸시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더불어 제가 언급한 사항 중 많은 부분이 타 부처 소관이거나 국회의 입법 사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의 장관이자 전문가로 나름 목소리를 내주시고 정책변화를 위해 힘써주신다면 분명 변화의 큰 동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판석 처장님께서 단지 공무원들에게 사랑받는 고위공직자를 뛰어넘어 국민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인사혁신처장으로 역사에 기록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공직사회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에 대해 쓴 2017년 1월 11일 자 <프레시안> 칼럼을 덧붙입니다. 짧은 식견으로 쓴 부족한 글이지만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이 다수 국민의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며 작성하였습니다. 참고 부탁드리며 글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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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모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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