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화약고`…親文·非文 계파갈등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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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1.19. 오후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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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文 "당에 부담, 출당 시켜야"
非文 "경찰의 표적수사" 반발

지도부 "일단 지켜보자" 신중
靑 "우리가 관여할 문제 아냐"

野 "정치가 혐오의 대상 전락"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혜경궁 김씨=이재명 부인 김혜경'이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의 처분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이 친(親)이재명계 vs 반(反)이재명계'로 나뉘어 내부균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이재명계 의원들은 지난 대선 경선과 경기지사 경선 당시 이 지사 측과 치고받은 '친문그룹'으로서 해묵은 계파 갈등 우려 속에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처음부터 목표는 이재명"이었다면서 비분강개 태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19일 공식 논평은 내지 않은 채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이 지사 징계 등을 논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몇몇 최고위원은 이 지사 건에 대해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 대표가 먼저 이 지사 건을 화두로 제시했고, 수석대변인을 통해 기존 입장을 재정리하는 수순으로 당의 입장을 정리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 지사에 대한 탈당 요구 주장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경찰의 표적 수사라고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친이재명계인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재명 싫어하는 사람들의 몰이는 다 일관된 것 아니냐. 대선 경선 때도 '혜경궁 김씨' 말고도 얼마나 많은 의혹이 쏟아졌느냐. 트위터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퍼나르고 '좋아요' 누른 사람이 얼마나 많았느냐"며 "경찰이 정황 증거로 김혜경 씨 기소 의견까지 왔지만, 결국 경찰의 목표는 처음부터 '이재명 잡기'였다고 비분강개했다. 또 다른 친이재명계 초선 의원도 "김부선 건도 호들갑이라는 호들갑은 다 떨었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다. 경찰 판단과는 별개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한다"며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반이재명계인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지사 건으로 당이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면서 "사법부 판단이 나오기 전에 당이 출당 결단을 내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이재명 나가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낙마 이후 재보궐을 염두에 두고 경기지사 카드 후보군을 추리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서울 지역구의 반이재명계 의원은 "이 지사와의 악연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이 지사가 2위도 아니고 3위였는데도, 이 지사를 지지하는 '손가락혁명군'(손가혁)이 당사 앞에 진을 치고 대선 본선 내내 당을 괴롭혔다"며 "이 지사를 안고 가는 게 두고두고 당에 부담"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식 입장'을 피력하지 않으면서 당내 갈등 비화를 우려하는 것은 애초에 이번 사건이 '친문 vs 비문'의 계파 갈등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해묵은 계파 갈등 논쟁으로 당이 다시 '계파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는 걸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경선 때 친문 진영과 이 지사의 '손가혁'은 서로 치고받다 대선이 끝나자 '수면 밑'으로 갈등이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다 6월 경기지사 경선 때 이 지사와 친문의 핵심인 전해철 의원이 맞붙으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당시 '혜경궁 김씨'는 트위터에서 전 의원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며 비난했고, 전 의원 측이 "해당 계정 주인을 찾아달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아직 사법부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자칫 지지층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의 폭발성 때문에 더욱 말을 아끼고 있고, 계파 갈등으로 비화시키지 않기 위해 의원들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결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표창원 의원처럼 '개인 채널'을 통해 이 지사 건을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섣부르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지사가 극구 부인하는 상황에서 '사법부 판단'이 '경찰이나 여론의 판단'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경찰 수사 결과와 관련, 청와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 요구에 "당연히 (입장이) 없다"며 "당에서 관련 내용을 판단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관여할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이양수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이 돼 주지 못하고, 불신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해 가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김효성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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