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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추가 발견된 수첩 40권…대통령-삼성 관계 '스모킹 건' 되나

[리포트+] 추가 발견된 수첩 40권…대통령-삼성 관계 '스모킹 건' 되나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데에는 검찰과 언론에서 밝힌 결정적 증거들, 이른바 '스모킹 건(smoking gun)'들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혀 줄 대표적인 스모킹 건으로 여겨진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전화, 그리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특히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조선시대 '사초'에 비견될 정도로 꼼꼼하게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적어 검찰 수사의 결정적 증거로 활용되고 있죠.

그런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26일 안 전 수석의 자택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 40권을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새로 발견된 수첩들에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의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들이 여럿 나와 이목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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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국감서 빼라" VIP의 지시

특검이 추가 확보한 수첩은 안 전 수석이 지난 2014에서 2016년 작성한 것으로, 기존에 확보했던 17권보다 배 이상 많습니다. 특검은 새로 발견된 수첩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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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삼성 임원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을 때, 박 대통령이 삼성 인사들의 국감 채택 증인을 막으라고 지시한 정황이 나온 겁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 역시 특검에서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세 군데 상임위에 삼성 인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안 전 수석은 여권 인사들에게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지난해 국감에선 새누리당의 반대로 삼성 임원들에 대한 증인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특히 특검은 박 대통령이 교문위를 언급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출연 사실 등을 숨기려 했다는 겁니다.

특검은 이런 내용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굳힐 수 있는 증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감서 빼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정 씨에 대한 지원을 한 뒤 삼성이 얻은 일종의 '특혜'라는 점에서 대가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 "삼성 합병 이전 청와대 수차례 접촉"

안 전 수석의 수첩 40권에는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을 도와달라며 청와대에 청탁한 정황도 드러나 있었습니다.

삼성물산 합병 일주일을 앞둔 지난 2015년 7월 10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안 전 수석을 만났습니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외국계 투기자본의 M&A 공격에 대응할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하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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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삼성은 합병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에 반대하며 각종 소송을 제기해 위기에 빠져 있었던 때입니다.

비슷한 시기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합병을 도와 자본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는 기록도 수첩에 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은 이 무렵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안 전 수석과 수십 차례에 걸쳐 연락한 사실도 새로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삼성물산 합병을 도와달라고 청와대에 청탁한 적이 없다는 삼성 측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는 삼성이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에 청탁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게 대통령 뇌물죄 수사에 결정적인 걸림돌이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 역시 기각됐죠. '대가성', 즉 삼성의 최순실 일가 특혜 지원이 삼성 합병의 대가였다는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이 합병 이전에 청와대와 접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특검 측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은 이런 정황들을 바탕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하고 뇌물 공여 혐의 보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취재 : 이한석, 전병남 /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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